말단 공무원에게 불법 폐기물 책임 돌리는 정부

[이슈③] 허술한 불법 폐기물 대응 조직 체계

  경북 고령시 한 공장 안에 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다.

폐기물이 버려진 장소의 기초자치단체, 경찰, 검찰에 업무 분장이 뚜렷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 폐기물 관련 일선 현장의 공통적인 목소리는 이렇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메시지가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성 쓰레기산 논란 후 정부는 불법 폐기물 처리에 적극 행정을 펼치라고 했는데, 행정대집행 등에 예산을 지출하고 난 다음 뒤늦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경북 한 지자체 폐기물 담당 김경북(가명) 씨는 “예산이란 게 원래 항목이 다 정해져서 내려오는데, 그때만 해도 항목에 연연하지 말고 빨리 집행부터 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다”며 “그런데 정산 시점이 되고 보니 갑자기 환경부의 담당자가 바뀌고 예산 사용에 대해서도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또 “공무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감사인데, 이 건은 감사에서 제외한다고 해놓고 이렇게 분위기가 바뀔 줄은 몰랐다”라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뭐라고 하든 절차를 다 따져서 소극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나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불법 폐기물 대응에도 정해진 규칙이 없다. 초동 조사를 전문성이 떨어지고 수사 권한도 없는 기초자치단체가 전담하는 곳이 있는 반면, 경기도처럼 특별사법경찰단이 폐기물 수사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곳도 있다. 기초단체가 조사한 특정 사건이 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더라도, 기초단체가 재판 결과를 통보받지 못해 행정처분 등 후속 조치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수사 조직인 경찰·검찰이 폐기물관리법 위반 수사에 특별히 관심 갖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불법 투기 적발 자체를 인사고과에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 중 ‘중요 범죄 등 검거 실적’에는 국가안전을 해치는 주모자급 검거, 살인·강도·소매치기 등 강력범 검거, 절도범 및 그 밖의 경비사범 검거, 방범사범 단속은 배점 기준이 있으나, 환경 사범에 대한 배점 기준은 없다.

이 때문에 책임 있는 중앙정부 기관이 총괄하는 수사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자체에는 인력이나 대응 체계가 갖춰져 있지도 않고 전문성도 확보되지 않아서 불법 투기에 기동성 있고 강력한 조치를 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수사기관 담당자가 불법 투기를 적발한다고 해서 인사고과에 도움이 되지도 않기 때문에, 권역에 구애받지 않고 전국 단위 조사를 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 TF팀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북 씨는 “불법 폐기물 투기는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특정인 몇몇을 감옥에 보내도 이 사람들을 대체할 사람이 있다. 악질적인 조직범죄”라며 “수사권이 없는 기초단체 공무원은 통장 하나도 못 본다. 환경부가 총괄하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국무조정실 같은 기관이 나서서 책임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업장 폐기물이 불법 폐기물 대부분 차지

불법 폐기물은 건설 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폐기물은 생활 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로 나뉘며, 사업장 폐기물은 다시 사업장 일반 폐기물, 건설 폐기물, 지정 폐기물로 나뉜다. 2018년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폐기물은 건설폐기물처리업종에서 발생한 건설 폐기물이 전체의 79.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외 폐합성 수지(12.3%), 사업장 폐기물(4.2%), 오니(2.6%), 기타(1.1%) 순이다. 불법 폐기물 이슈 발생 전인 2018년 환경부가 적발한 33개 업체의 방치폐기물을 분석한 결과라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통계는 폐기물 대란에 대한 공포 때문에 시민 차원에서 아무리 분리수거하고 재활용을 한들, 불법 폐기물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불법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설 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해야 하며, 건설·사업장 폐기물 배출 시스템 허점을 활용한 불법 폐기물 처리에 대해서도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봉태 환경운동가는 “불법 폐기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 문제가 핵심이다”라며 “현장에서는 현행법상 5톤 미만 폐기물 운송 차량(하이카)은 올바로시스템에 신고할 필요가 없는 문제가 있다. 운송업자가 4.5톤 하이카에 불법으로 가변축을 달아 10톤씩 불법으로 싸게 처리해주는데, 누가 제값 주고 정상적으로 처리하겠나”라고 말했다.

불법 폐기물, 지역에 몰리는 이유

불법 폐기물이 집중적으로 버려지는 지역은 경기도와 경상북도를 꼽을 수 있다. 2019년 환경부 전수조사 당시 경기도는 전국 120만여 톤 중 68만여 톤으로 압도적인 1위였고, 이어 경북(28만8천여 톤), 전북(6만8천여 톤), 전남(3만2천여 톤), 인천(3만1천여 톤)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21년 추가발생량 기준으로는 약간의 순위 변동이 있다. 조사 결과, 경북이 17만2천여 톤으로 1위, 그 뒤를 경기(7만9천여 톤), 충남(5만1천여 톤), 전남(4만여 톤), 충북(3만7천여 톤)이 좇았다.

불법 폐기물 대부분을 건설·사업장 폐기물이 차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법 폐기물 대부분이 지역에 쏠리는 이유도 짐작할 수 있다. 폐기물 발생 시설이 대부분 지역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건설 폐기물의 경우 2019년 기준 서울이 전국 2번째(3만5천여 톤)로 많이 배출하긴 했으나, 사업장 폐기물은 대부분 지역에서 발생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2021년 전국 공장 등록 수 현황은 경기(70,754), 경남(19,430), 경북(15,182), 인천(12,341), 서울(11,595), 충남(11,063), 부산(10,534), 충북(9,108), 대구(8,131), 전북(7,362), 전남(7317), 광주(4,390), 강원(3,765), 대전(3,292), 울산(2,910), 세종(759), 제주(700)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9년 시도별 건설폐기물 발생량, 사업장폐기물 발생량 합계(톤)는 경기(79,103), 충남(55,633), 전남(47,309), 경북(38,602), 서울(37,795), 인천(27,031), 경남(26,439), 부산(18,357), 전북(17,164), 충북(16,724), 강원(15,931), 대구(12,510), 울산(11,935), 광주(6,748), 대전(6,363), 제주(3,590), 세종(2,471) 순으로 나타났다.

건설·사업장 폐기물이 지역에 버려지는 이유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첫 번째는, 수도권 매립장과 소각장 용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에 폐기물이 몰려 처리되는 것이 지금의 폐기물 처리 구조인데, 폐기물이 지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각 시도별 생활·일반사업장폐기물 소각시설, 생활·일반사업장폐기물 기타시설, 공공매립시설, 공공소각시설, 폐기물 최종 처분업체 수 합은 전남(191), 경북(172), 경기(166), 경남(113), 강원(97), 충남(87), 전북(81), 충북(61), 인천(42), 제주(31), 부산(23), 광주(12), 대전(11), 울산(8), 서울(7), 대구(6) 순으로 나타났다. 도 지역에 서울시와 광역시보다 월등히 많은 처리시설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경북지역이 전국에서도 폐기물 처리 시설에 여유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매립, 소각 모두 영남 쪽으로 많이 간다”며 “수도권 처리장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업자들이 여기저기 처리할 곳을 찾아 폐기물을 보내다 보면 폐기물이 전국으로 뿌려질 수 있다. 의성 쓰레기 산이 바로 그런 식으로 폐기물이 모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 소장은 폐기물이 먼 거리를 이동해 버려질 수 있는 근거로 내륙지역에서 해안가 폐기물이 발견된다는 점을 들었다. 홍 소장은 “내륙지역에서 폐어망 같은 폐기물이 다량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라며 “해안가의 쓰레기를 지자체가 수거하는데, 이걸 입찰로 민간 업자에 넘긴 뒤에 다시 불법 투기업자에게 넘어간 경우”라고 말했다.

  경북 영천시 한 공장 안에 쌓인 폐기물이 공장 밖으로 쏟아져 나와 있다.

두 번째는, 폐기물 투기가 불법인 점을 고려했을 때, 폐기물을 허술하게 단속하는 지역으로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농촌·농민·농사를 위한 공익법률단체인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대표변호사는 “불법 투기에 경향성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투기는 기본적으로 범죄인데, 경기도 특사경(특별사법경찰단)처럼 불법 폐기물을 전담해서 수사하는 조직이 있으면 투기 발생이 줄어든다”며 “산업폐기물(사업장폐기물)은 지역에서도 나온다. 불법 폐기물 수사에 교통정리가 안 되는 곳, 단속망에 구멍이 있는 곳으로 가서 버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북도와 같이, 소규모 공장이 많은 지역이 공장을 빌려 몰래 투기하기에 좋은 조건이라는 설명도 있다. 입지 조건도 좋은 데다가, 지방자치단체의 단속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대응 체계도 부실해 상황이 악화한다는 지적이다.

서봉태 환경운동가는 “경북에 버려진 폐기물을 뜯어서 조사해보니, 전라도에서 경기도로 갔다가 다시 경북에 온 사례가 자주 발견됐다”라며 “경북에 임야가 많고 외딴 공장이 많다. 투기조직 총책이 대구 쪽에 터를 잡은 경우도 있어 이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기도에서 단속이 많이 되니까 경북으로 쏠리는 현상도 있을 것 같다”며 “최일선 현장에서 폐기물 관련 업무를 보는 인력이 너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지역에 쏠리는 불법 폐기물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지역 불법 폐기물 문제 해결 방안은 4가지로 압축된다. ▷원인 제공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 강화 ▷불법 폐기물 전담 수사 조직 지정 ▷지역 의존적 수도권 폐기물 처리 구조 개선 ▷지방자치단체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법 폐기물, 정치의 문제

2018년 즈음부터 급격히 사회 문제로 떠오른 불법 폐기물 문제. 기존에 겪지 못한 사태를 맞닥뜨렸기 때문에, 이 문제와 관련한 행정과 사법 체계의 구멍 또한 확인됐다.

취재 동안, 불법 폐기물 현장 여러 곳을 다니며 만날 수 있었던 이들은 환경운동가, 말단 공무원, 투기 피해자들뿐이었다. 투기범들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이들이 출소하는 대로 이들이 저지른 또 다른 사건을 고발하겠다고 벼르는 피해자들도 있다.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함이다. 앞으로 ‘정의구현’이라는 게 된다면 이는 국가가 아닌 현장에서 뛰어다닌 이들에게서 기인할 것이다.

폐기물을 투기하는 이들도 계산기를 치밀하게 두드렸다. 하지만 행정의 공백을 메우려는 정치의 움직임은 그만큼 치밀했을까. 중앙이 현장에 한 번 와봐야 한다는 공무원의 외침이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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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폐기물을 투기하는 이들도 계산기를 치밀하게 두드렸다. 하지만 행정의 공백을 메우려는 정치의 움직임은 그만큼 치밀했을까. 중앙이 현장에 한 번 와봐야 한다는 공무원의 외침이 절절하다.....늘 건강하시길.......

  • 김정철

    사실
    부산 북구 구포시장의 폐기물이 대체 어디로가는지도 매우궁금합니다
    저녁8시부터 밤12시까지 시장입구에 썋아놓은 썪은 쓰레기냄새가 진동을해도
    단속하는 공무원도 없고
    구포시장내 노점상.식당.무허가식당.유흥업소.단랸주점.전부 의무적으로 비싼
    청미산업 황색봉투를 구입하라고 강먜까지하고있다
    폐기물과 유흥주점의 빈양주병도 나머지 잡동사니쓰레기도 전부 수거하던데
    막상 4.5톤 트럭이오면 모든걸 햔꺼번에 싫고가요
    과연 어디로 갈까요 ?

  • 형주일

    폐기물 운반자 배출자 게 받아 허가 처리자게 주어야 하는데 중간 처리
    배출자 올바로 운반자 누구 신고 이때 운반자 인계 받음 신고 합니까?
    아니 배출자 신고 합니까?
    신고 않고 처리 올바로 시스템은 환경 행정 직원 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