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무주택자들, 토지공개념·공공주택 年20만호 공급 요구

무주택자의 날 30주년 하루 앞두고 ‘집걱정없는세상연대’ 출범

무주택자의 날 30주년을 하루 앞두고 30여개 복지·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집걱정없는세상연대’가 출범했다. 주택보급률이 105%임에도 수도권 인구의 절반은 무주택자, 집을 소유하고 있어도 은행 대출을 잔뜩 받아 실상 ‘은행 집’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들어 더욱 폭등한 집값과 ‘빚내서 집사라’로 귀결되는 부동산 정책은 서민들의 주거권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걱정없는세상연대는 2일 오전 서울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주거권 보장에 책임 있는 약속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라며 “집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을 지피고 국민과 함께 끊임없이 대안을 모색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에서 “한국전쟁 후 70여 년간 정부는 언제나 집 있는 자와 집장사의 편이었다”라며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토지를 수용했지만 그 땅의 대부분은 건설회사의 몫이었고, 국공유지를 매각하여 더 큰 땅부자들을 만들어 냈고, 재개발한다면서 원주민을 이주민으로 만들었고, 공정과세 대의에 따른 부동산 세제 정상화가 3% 다주택자 압력에 굴복당하고, 주택 임대 기간 2년 연장에 30년을 허비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1970~80년대 철거민 투쟁으로 임대주택이 일부 공급되었지만, 진정 모든 국민의 주거권을 위한 주거정책, 주택정책은 없었다”라며 “전 세계 국민 행복지수 조사에서 보면 상위 10위권의 나라들은 높은 공공임대주택 보급률이 공통점이다. 집에 대한 국민 인식과 사회 규범이 전환되고, 정부가 주거권 보장 행동계획을 실행한다면 우리도 집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집걱정없는세상연대는 정부에 모든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며 이를 위한 5대 원칙을 발표했다. ▲토지·주택 투기 근절(헌법에 따른 토지공개념 구현 등) ▲공공주택 확충(향후 10년간 질 좋은 장기공공임대주택 매년 20만호 공급) ▲세입자 주거권 보장(계속 거주권 보장을 위한 임대차보호법 강화) ▲주거급여 등 주거비 지원 강화 ▲주거의 탈탄소화(주거 부문에서의 에너지 복지 등) 등이다.

특히 첫째로 제시된 ‘토지·주택 투기 근절’ 요구에선 헌법 정신에 따른 토지공개념과 토지초과이득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목적 외 토지와 다주택자 소유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을 규제하라는 목소리도 담겨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4월 29일 ‘토지초과이득세’를 부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팽배하다.

“집 걱정 없는 세상 함께 만들자”

이날 출범 기념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집 걱정 없는 세상을 위해 연대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묵 집걱정없는세상연대 집행위원장(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대표)은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이르는 세계 경제 강국 대한민국에서 먹는 것, 입는 것은 해결됐으나 집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집은 인권이다.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주거권을 생각하는 단체들이 모여 집 걱정 없는 그날까지 활동을 시작한다”라며 “지난 2월 공공주택 개발 발표 이후 주거권과 재산권이 충돌하는 동자동에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출범식을 열게 돼 더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김호태 동자동사랑방 대표는 “동자동 공공개발 발표 이후 집주인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집 없는 처지도 서러운데 있는 사람들이 더 배를 불리려 직접 개발에 나선다고 하니 안타깝다”라며 “집주인들이 이제 세입자를 내쫓기 시작하는데 이대로 쫓겨나면 안 된다. 10평 안 되는 이 작은 집들이 우리가 정붙이고 살아온 집이고 터전아닌가. 우리가 뭉쳐서 우리가 살 터전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면 쫓겨나지 않을 수 있다. 정부 역시 공공개발을 발표한만큼 흐지부지말고 확실하게 이행하길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이야기하는 집값 안정화는 이미 폭등한 집값을 유지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자신들이 집을 사라고 대출을 권장했기 때문에 집값을 떨어뜨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라며 “정부, 여당, 국민의 힘 모두 부동산에 관한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무주택자와 건강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은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도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경훈 오늘의행동 대표는 “무주택자든 유주택자든 누구나 집 때문에 고민한다. 집값이 올라서, 집값이 덜 올라서, 다음 집을 찾느라 머리를 싸맨다. 모두가 주거 걱정 때문에 고통스러운 이 상황을 정부는 주택을 공급해 집값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지금 주택 보급율 105%에 달하는 현실에서도 주거 고민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린 다시 다른 질문을 던지고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주거가 달라지면 어떤 세상일까 상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웅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우리가 기본권으로서 이야기하는 주거권은, 아이들에겐 생존권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생존권엔 ‘안락한 주거지’가 조건으로 나와있다. 하지만 지금 아동의 생존권은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좌우되고 있어 부모가 가난하면 생존, 발달, 학습 모든 기본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다”라며 “기본협약에 나와있는 아동 생존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다주택자를 위한 부자 감세를 시행해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택을 많이 소유한 10명의 부동산 보유 현황이 공개됐는데 753채라는 가장 많은 주택을 가진 이가 종부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591채를 소유한 40대의 다주택자도 종부세를 안 낸다”라며 “정부에서 임대사업자에 특혜를 주는 정책을 시행한 탓인데 정부는 세금 특혜 정책이 아닌 공공주택 공급 강화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경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주택을 공부하기 위해 갔던 네덜란드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집을 구하면서 부동산 계약기간이 얼마냐고 물으니 무기계약이란 답이 돌아왔다. 이런 주택 정책을 가진 나라들이 세상엔 정말 많았다”라며 “계약갱신 청구권 1회 도입으로 난리를 피우는데 이 제도 도입 이전에도 세입자들은 1회 정도 계약을 연장해 평균 3년을 살았다. 세입자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무기한 살 수 있는 집을 원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사실 임대인도, 세입자도 모두 집주인이다. 임대인은 세입자의 임대료로 먹고 살고, 세입자는 임대인의 집을 얻어 살고 있으니 서로 공생하는 것인데 우리는 왜 한쪽만 주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임대주, 임차주라는 말을 쓸 수 있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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