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3만5천 '기후정의행진'…"우리가 대안이다"

기후위기 최전선 당사자들, 화석연료·생명 파괴 체제 종식 등 요구

서울 도심에서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행진이 진행됐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3만 5천여 명의 시민은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인 우리가 기후정의 주체로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924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은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라는 슬로건 아래 섰다. 직접 상자를 잘라 만든 피켓을 통해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구호와 요구를 드러냈다. 이날 행사는 노동, 농민, 여성, 장애인, 동물권, 환경, 종교 등 400여 개의 단체가 함께 주최함으로써 다양한 영역의 단체들이 기후정의로 목소리를 모아낸 시간이 됐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9월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에는 행사 취지에 공감하는 2천 6백여 명의 추진위원이 함께했으며, 행사 진행을 위한 온라인 모금에도 1만 1천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한 바 있다.

행사는 오전 열린 사전집회에 이어 오후 1시 진행된 부스, 자유발언대 등 사전행사로 시작됐다. 자유발언대에는 40여 명의 시민이 기후재난 관련 경험을 나누고 기후정의 지향을 밝혔다. 오후 3시 열린 본집회에서는 기후위기 최전선 당사자들이 발언들이 이어졌다.

"우리의 미래를 단지 상품으로 취급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정부가 기후위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기후 대응 예산 삭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축소, 화석연료와 원전의 퇴출을 유보하는 결정이 이를 보여준다"면서 "구조적 책임이 지워지지 않도록 기후위기의 책임자를 분명히 드러내자"라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노동자도 발언에 나섰다. 박종현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 사무국장은 "석탄화력발전소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주목된 뒤 하나둘 폐쇄 위기에 놓였다. 폐쇄되는 발전소에서 운이 좋게 남아 몇 년을 더 일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10년 넘게 일한 곳을 떠나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이제라도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가장 후진적이고 무책임한 나라로 지탄받고 있다. 기업의 이윤을 침해하지 않는 소극적 수준으로 탄소 중립 정책을 수립한 데 이어 이제는 기업 활동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역전했다. 재앙의 수준과 결과는 사회정치적 약자에게 집중돼 나타난다"면서 "민주노총이 정부의 경제정책, 노동정책 전환과 함께 기후위기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아마루 토레즈 니카라과 농업노동자연합(ATC) 비아 캄페시나 중앙아메리카 지역 기후 대표는 기후 비상사태를 유발한 구조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겐 체제 전환,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자, 농민, 선주민, 시민사회가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 정부 대표만 모여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의 노동, 우리와 다음 세대의 미래를 단지 상품으로 취급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라고 말했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빈곤을 만들어낸 뿌리와 기후위기를 만들어낸 뿌리가 닮았다고 했다. 그는 "에너지 효율이 좋은 친환경 주택을 더 많이, 더 빠르게 건설하겠다는 주장들이 기후위기에 그럴싸한 해법으로 등장하고는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부동산 논리를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답습하는 한 기후 위기에 결코 해결될 수 없다"면서 "인구보다 집이 더 많아지고 있지만, 그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결국 도시 밖으로 밀려나는 불평등을 이제 끝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애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지난 8월 홍수 속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반지하 방에서) 처참하게 사망했다. 이렇듯 국가와 사회는 기본적인 사람의 안전할 권리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면서 "장애인도 안전하고 인간답게 함께 살자"라고 외쳤다.

기후위기 최일선 당자자들 "우리가 대안이다"

주최 측인 9월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는 이날 '924 기후정의선언문'을 통해 △화석연료와 생명 파괴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 △모든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 등의 핵심 요구안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부유한 이들이 야기한 위험이 가난한 이들을 먼저 기후위기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불평등이 기후위기의 실상이다. 또한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이윤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기후 위기 시대의 원인이고 현재"라며 "자본의 곳간은 온실가스와 함께 축적됐고 그 곳간이 넘치는 동안 노동자 서민 그리고 취약한 이들의 삶은 질병과 죽음으로 내몰렸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후위기를 야기한 주요 선진국과 대기업들이 기후위기를 또 하나의 이윤 창출·부의 축적 기회로 삼으며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우리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기후위기를 맞닥뜨리는 기후위기의 최일선 당사자들이 기후정의의 주체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기후정의는 그 당사자들이 권력을 갖는 것이다. 우리가 길이고, 우리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서울시청·숭례문 일대에서 시작해 광화문역, 안국역, 종각역 등 5km의 거리를 행진했다. 행진 중에는 1.5km의 도로 위에서 ‘다이-인(die-in)’ 시위가 5분 동안 진행됐다. 주최 측은 이 퍼포먼스가 일정 시간 동안 죽은 듯 땅에 누워 있는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시위로서, 현재진행형인 기후재난·기후 불평등에 항의하고, 앞으로 다가올 우려스러운 미래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후정의 행진에 앞서 전국 13개 지역에서는 2만 8천여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악 저지와 노조법 2·3조 개정 및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이번 결의대회에서 오는 11월 12일, 10만 조합원 총궐기를 열겠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1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서울 결의대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조합원은 집회가 끝나고, 924 기후정의 행진에 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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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빨갱이가 원전 뿌개서 지구 생명 불지옥에 통구이 되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