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손발 잘린 재난관리체계...‘재난청’ 신설? “정신 못 차려”

중대본은 ‘대통령 브리핑 기구’로 전락...전문성은 결여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정부의 부실한 재난관리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전부터 ‘안전사회’라는 공약을 내세우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해 왔지만, 이번 참사로 정부의 위기관리 리더십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들의 ‘브리핑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난과 함께, 각 관계 기관의 책임 떠넘기기로 정부의 신뢰도는 바닥을 친 상황이다. 구조 작업과 상황 수습이 한창인 시점에서 여당이 ‘재난청’ 신설까지 들고 나오면서 국가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재난관리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콘트롤타워가 현장과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며 사태 해결을 오히려 지연시켰다는 점이다. 비전문가인 공무원들로 구성된 중앙재난대책본부는 대통령 브리핑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에 시달렸지만, 이마저도 갖가지 정보관리 오류를 남발하며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 연구센터장은 21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법적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법에 의해 해수부(해양수산부)가 관리하게 돼 있는데 이것 자체가 잘못이다. 또한 해수부는 이 상황을 장악해서 관리하지도 않고 있다”며 “해수부를 지원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나 안전행정부가 하는 역할이 전혀 없다. 행정명령권만 가지고 있고 머리에만 있지 실제 손발이 전혀 없는 상태가 돼 버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대본의 부실한 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문을 닫은 중대본은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 현장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서 정리하는 정도의 수준에 그쳤다”며 “안전행정부에서 재난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공무원들로 중대본을 꾸렸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까 현장에서 오는 정보를 가지고 대통령께 브리핑하려는 그런 정보의 인식수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재난현장, 위기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현장이다. 각 기관들의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며 명령도 내리고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스템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중대본은) 총괄 조정이라기보다는 중요사안 브리핑만 해 줄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관료적 시스템과 조직 보위 논리가 기관 간의 협업과 지원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재난 전문가를 중심으로 정부와 관계 기관이 지원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이 필요하지만 20년 넘게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원철 센터장은 “현장 중심으로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소위 기능적 통합시스템으로 빨리 정비해야 한다”며 “90년대 중반부터 이것을 주장했지만, 중앙행정의 의사결정권이 줄어든다 생각했는지 구성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가 재난관리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 여당은 총리실 산하의 ‘국가재난안전관리처(재난처)’ 신설 논의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실종자 수색과 구조 작업이 한창인 시점에서, 뜬금없이 ‘사후방안’ 논의가 제기되면서 정부 여당이 비난 피해가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재은 교수는 “지금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의 논의가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재난관리에 대한 사고수습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인명 구조 및 구호를 할 것이며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야 될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벌써 재난청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논의”고 비판했다.

이어서 “재난상황이나 위기상황에서 관료들이 자기 조직을 키우거나 영향력을 늘리고, 예산을 확보하려는 전형적인 나쁜 행태들이 나타난다. 지금 시점은 관료들이 재난청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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