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련 일어난 장애인에게 경찰, “쇼하지 마라”

장애인에게 최루액 난사, 장애인계 "법적 대응할 것"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경찰 바로 앞에 있는 가운데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최루액을 난사하고 있다. [출처: 최인기]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중증장애인에게 최루액을 난사한 공권력을 향해 장애인계가 집단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 등은 22일 늦은 2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장의 공개 사과 등을 요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를 비롯해 100여 개의 장애, 인권, 노동,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420공투단은 지난 20일 낮 12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역에서 ‘희망고속버스 타기’ 행사를 진행했다. 미리 표를 예매한 200명의 장애인이 20대의 고속버스에 10명씩 탑승하는 행사였다.

지난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3조에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장애인 등의 교통약자가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농어촌버스, 광역버스, 공항버스, 마을버스 등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날 ‘희망고속버스타기’ 행사는 표를 샀음에도 고속버스에 탑승할 수 없는 장애인의 열악한 이동권을 알리기 위한 행사였다.

당일 행사 참가자들은 20대의 버스 중 첫 번째로 출발하는 대전행(12시 20분 출발) 버스를 타기 위해 11번 홈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경찰은 병력을 동원해 11번 홈 앞에서부터 방패로 막아섰고 12시 15분경부터 참가자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최루액을 난사했다.

전장연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인이 극심한 고통과 호흡곤란에 시달렸으며, 부당한 공권력에 항의하는 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하기도 했다”라며 “서초경찰서장과 경비과장에게 고속버스표를 예매하고 버스 타러 가는 시민들을 무슨 근거로 막는지 해명을 촉구했으나 한마디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버스타기 행사 후, 장애등급으로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함에도 서비스를 받지 못한 고 송국현 씨 죽음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 집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행진은 집시법에 따라 행진 신고가 이뤄진 구간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고속터미널역 앞 건널목에서 행진 대오를 2시간가량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 씨가 경찰 방패에 찍혀 손이 찢어지고 허리가 꺾이는 상처를 입고 실신해 119에 실려갔다. 심지어 경찰은 신원을 밝히고 취재 중이던 기자의 사지를 들어 끌고가 의도적으로 취재를 방해하고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420공투단은 22일 늦은 2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장애인의 날'에 일어난 장애인에 대한 폭행·최루액 난사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350만 원이 넘는 돈을 들여 표를 예매하고 고속버스를 타러 갔다”라며 “이는 헌법,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서 이야기하는 권리의 문제이다. 그러나 경찰은 집시법만을 이야기하며 막아섰다. 그러나 우리는 집회를 하러 간 게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고속터미널역 앞에서 나 역시 경찰에 의해 휠체어째로 건널목에서 인도로 옮겨졌다. 척수장애인데 이 때문에 다리 경련이 일고 다리가 휠체어에서 떨어져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자 경찰은 ‘자해하지 마라. 쇼하지 마라’고 했다.”라면서 “정당한 권리마저 ‘묵사발’ 시키는 이것이 공권력이고 정부인가”라고 규탄했다.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는 “장애인들은 턱으로 혹은 손 하나로 전동휠체어 운전한다. 그리고 장애인 대다수는 장애 특성상 호흡기 질환이 있어 최루액 사용은 장애인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라면서 “당시 현장에서 최루액 맞은 장애인들은 호흡 곤란이 와서 얼굴 벌게진 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고 그 옆에서 비장애인들은 물로도 해결되지 않는 이 상황에 허둥대고 있었다.”라고 분노했다.

김 대표는 “최루액, 소화기 등과 같은 장비는 급박할 때 보충적으로 소극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날은 급박하지도 않았으며 경찰은 소극적으로 사용하지도 않았다.”라며 “약자에겐 무차별적인 법과 원칙을 적용하면서 강자에겐 법 위에 군림하는 ‘관용적’ 태도를 보이는 정부가 있는 한 국민들은 정부에 맞서 저항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은 당시 경찰 방패에 찍혀 휠체어 오른쪽 발판이 고장 나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은 정당하게 돈을 낸 버스로 이동하는 것 자체를 범죄시하고 막아 세웠다. 또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최루액을 난사한 행위는 불법”이라며 “경찰은 자신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법적인 행위를 일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 또한 “이는 장애인계 전체 문제이기에 장애인계는 적극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서초경찰서장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라고 촉구했다.

420공투단 등은 기자회견 후 서울경찰청 경비과장, 정보과장 등과 면담에 들어갔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김광이 대표는 “경찰 측은 최루액 사용 등은 현장에서 판단한다고 답했으며, 고속터미널역 앞에서 행진 참가자들을 아무런 이유 없이 1시간 30분가량 막아선 이유에 대해선 정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라면서 “이에 대해 420공투단 측은 아무리 현장에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허용적 분위기가 있었던 것 아닌지 문제제기하며 분명한 인권침해이기에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라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장연 측에 서울청장이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검토한 뒤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공문을 보내겠다고 전했다.

한편, 420공투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무자비한 최루액 사용과 채증을 꼬집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의 무자비한 최루액 사용과 채증을 꼬집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기자회견 시작 전, 경찰이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장애인의 휠체어를 수동으로 바꾼 채 임의대로 조종하여 자리를 이동시키고 있다. 장애인이 이에 항의했음에도 경찰은 무리하게 이동시켰다.
덧붙이는 말

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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