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복귀 전교조 전임자 교육감에게 맡겨라”

교육감협의회 "전교조 문제 원만히 해결돼야...정치권이 갈등 중재해 달라"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이 전교조의 미복귀 전임자 문제를 교육감의 판단에 맡겨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직권면직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시·도교육감들은 23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특히 13명의 진보교육감은 물론 4명의 보수교육감들도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에 문제의식을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복직명령 이후 절차와 처분, 교육감 판단에 맡겨 달라”

  민선2기 시도교육감들이 23일 서울에서 첫 교육감협의회를 열고 전교조 전임자 문제 등의 현안을 논의했다. © 최대현

교육감협의회는 전교조 법외노조 후속조치와 관련해 “이 사안이 원만히 해결됨으로써 온 국민이 기대하는 교육의 평화가 하루속히 조성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교육부가 전임자 복직명령 이후의 모든 절차와 처분에 관해 교육감들의 판단에 맡겨 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22일 시․도교육청에 보낸 ‘전교조 미복직자에 대한 직권면직 조치 요구’ 공문에서 “휴직자가 임용권자의 복직명령에도 그 직무에 복귀하지 아니하는 경우도 직권면직 사유에 해당한다”며 2주 이내에 직권면직 조치를 추진하고 다음달 4일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지난 18일 오후 공문을 시행한 전북교육청을 마지막으로 17개 시·도교육청 모두 전교조 전임자에게 복직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70명의 전임자 가운데 32명이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학교로 복귀하지 않고 전교조 전임 활동가로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직권면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교육감에게 직무 이행명령을 내리고 이를 거부하면 직무유기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감들은 직권면직 여부를 교육감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간여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날 교육감들은 교육부가 요구한 미복귀 전임자 32명의 직권면직에 대한 공동대응에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2시간30분 남짓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장휘국 교육감협의회 회장(광주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은 합의하지 못했다. 시·도별로 복귀와 미복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감 판단에 맡겨 주면 그 부분에 대한 후속조치를 형평과 처지에 맞게 처리할 수 있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휘국 회장은 “기간제 교사 계약기간이 12월까지고, 노조 전임휴직 기간도 올해 12월 말까지이므로 그 약속은 지켜주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며 “이른 시일 안에 교육부를 방문해 의견을 전달하고 수용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아가 대통령 면담도 요청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와 정치권에 중재 요청”

교육감협의회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지역별로 미복귀자에 대한 조치가 엇갈릴 가능성도 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8월1일 전에 미복귀 당사자와 대화를 하고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협의회는 국회와 정치권에도 중재를 요청했다. 장휘국 회장은 “국회 등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교육부가 정한 8월1일 시한 전에 적극 중재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교육감들은 이날 협의회가 열리기 전 설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원회) 위원장과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설 위원장에게 전교조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나서달라고 했다. 설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기구 같은 것을 만들어서 갈등 중재노력을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설훈 교문위원장도 교육감들과의 간담회가 끝난 뒤 보도자료를 내고 “시·도교육감의 권한을 인정하는 선에서 교육부,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감협의회의 제안과 국회의 중재가 교육부가 시한으로 정한 8월4일 전까지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장휘국 광주교육감, 민선2기 교육감협 전반기 회장에 선출

  민선2기 교육감협의회 전반기 회장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왼쪽 두번째)가 선출됐다. 부회장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오른쪽 두번재)과 김복만 울산교육감(맨 왼쪽)이 뽑혔고 감사에는 설동호 대전교육감(맨 오른쪽)이 선출됐다. 민선2기 임원진이 교육감협의회 회의 내용을 기자회견 하는 모습. © 최대현

이날 교육감협의회는 지난 7월 1일 취임한 민선2기 교육감들이 처음으로 만나 관심이 쏠렸다. 교육감협의회 전반기 회장에는 장휘국 광주교육감이 선출됐다.

장휘국 교육감은 민선1기 교육감을 지낸 뒤 재선에 성공한 대표적인 진보교육감으로, 진보교육감이 교육감협의회 회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휘국 회장은 지난 1989년 전교조 창립 당시 해직됐다가 복직해 전교조 광주지부장과 광주지부 사무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교육감협의회 부회장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김복만 울산교육감이 선출됐다. 감사는 설동호 대전교육감이 맡기로 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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