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훈 신부, "1인 독재 걷어차야"

정의구현사제단 창립40주년 기념 미사

창립 40주년을 맞는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창립 기념 미사와 심포지엄이 2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렸다.

  22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정의구현사제단 창림40주년 미사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김병상 몬시뇰 주례로 봉헌된 기념미사에는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등 600여 명이 참여했으며 세월호 유가족, 쌍용차 해고자, 용산 참사 유가족, 두물머리 농민도 참석해 함께 축하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격려했다. 사제단은 지난 40년 간 함께 해 온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앞으로의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을 선포했다.

“교회는 인간의 존엄과 생명, 생존권과 기본권을 선포하고 일깨우고 수호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것이 짓밟힌 이들이 생기면 언제 어디서든 그것이 누구든 그 편에 서서 대변하고 유린당한 그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항변하고 저항하고 투쟁할 의무를 갖는다.”

  사제단 40주년 미사에서 강론하는 전종훈 신부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강론을 맡은 전종훈 신부(전 사제단 대표, 서울대교구)는 1974년 9월 26일 첫 사제단 시국선언의 일성을 언급했다. 전 신부는 권리를 짓밟힌 이들을 위해 40년 간 싸워왔음에도 여전히 용산참사 2072일, 세월호 참사 160일 째 진상 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끝까지 잊지 말아 달라. 잊지 않고 기억하는 한 반드시 살아난다”고 당부했다.

또 1970년대 유신 독재, 80년대 군부 독재, 90년대 분단과 국보법에 맞섰고, 2000년대 거리와 현장에서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를 하고 삼성비자금사건 폭로, 용산 참사,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225일 미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광화문 단식 등을 이어 온 “모질고 모진 고난의 40년”이었다면서 “아쉽고 부족하지만 또 한편 은혜롭고 자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40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횃불이 되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의 소명입니다”

전 신부는 초심으로 돌아가 싸워야 하는 소명이 사제단에 여전히 남아 있고 갈 길이 멀다면서 한국 정부와 교회의 현실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암흑과 같은 현실이 되돌아왔다. 피와 땀, 죽음으로 일군 민주주의는 무참히 짓밟히고 민생은 무너지고 통일은 막혔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가 거짓을 알아채지 못한 사이 괴물이 나타났다. 세월호 특별법을 걷어찬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괴물의 탄생을 알렸다. 이제 우리가 용기를 내서 1인 지배, 1당 독재를 걷어차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한국 교회에 대해서도 지난 8월 교황이 우리에게 준 교훈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는 교황의 가르침을 교회 쇄신과 사회 정의 실현에 접목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교황의 흔적을 지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신부는 “진상 규명을 원하는 유가족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추기경이 부끄럽다. 교황이 준 치유와 일치에도 불구하고 추기경은 국민과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공동체를 분열시킨다”면서 “그 이유는 추기경이 사제의 첫 마음, 십자가의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종훈 신부는 “사제 삶의 근거와 이유는 이웃을 위한 십자가의 삶 안에서만 확인되고 가능하다"는 ‘사제의 고백과 다짐’ 첫 구절을 언급하면서 “마음을 깨우고 다시 사제의 첫 마음을 불러 일으켜 세워 세상을 깨우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는 인사말에서 “앞으로의 40년을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하면 두렵다”면서도 “복음의 예수가 그러했듯이 어린이와 같은 단순한 마음, 끓는 열정으로 처음처럼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축하 미사에 참석한 쌍용차 해고자들은 특별히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공장에 갇혔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주고 지금까지 해고자들을 위한 자리에 빠지지 않는 신부님들 덕분에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인사했다. “40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았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사제단이 약하고 어려운 이들을 지켜줬던 것처럼 우리 역시 약한 이들과 함께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에는 많은 수도자들이 참석했다. 최근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과 강정 해군기지 싸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농성 등에 함께 해온 수도자들은 힘든 결단을 통해 현장에서 함께 하는 사제단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예수수도회 이애령 수녀는 “사제단이 한국 천주교회의 희망이 되어 준 것에 깊이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또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40년은 고난에서 시작됐고, 고난의 현장을 회피하지 않고 지키고 아파하고 결단하며 앞장섰던 길”이라면서 “민주화 운동, 인권 운동 등에도 사제단의 자취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사제들로 인해 시민사회 단체와 활동가들도 힘을 얻었다. 지금처럼 앞으로의 40년도 그렇게 걸어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성염 전 교황청 대사는 ‘고난’(passion)이라는 단어에는 열정이라는 뜻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사제단의 길도 고난이자 열정의 길이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가던 길을 잘 가기를 바라며, 우리 또한 그 뒤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기사제휴=카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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