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여명의 농민들이 서울 시청광장에서 쌀을 태우며 한-중FTA 비준 거부와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쌀 전면 개방 반대를 외쳤다. 농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을 누비며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한국농업과 식량주권을 팔아넘겼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농민의 분노는 쌀 전면 개방의 신호탄이 될 한-중FTA 비준 시도가 본격화 되면 더욱 강하게 터져 나올 전망이다.

20일 전국의 농민과 생협 등 먹거리 소비자 단체, 종교인, 시민사회단체 등이 포함된 ‘식량주권 범국민운동본부’는 서울 광장에서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위한 3차 범국민대회‘를 열고 무분별한 FTA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정부는 스스로 2015년 부터 밥쌀용 쌀 30%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WTO에 통보하고도 내년 예산엔 700억 원을 편성해 미국, 중국쌀 특별 매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는 거짓과 위선으로 식량주권과 농업을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농민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중심이 돼 당장 여야 야합으로 추진되는 한-호주, 한-캐나다FTA 국회비준을 반대하고, 한-중FTA와 쌀 전면개방을 막기 위한 장기적 투쟁을 일구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장은 "정부가 농업을 포기하고 식량주권을 팔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오늘 우리와 함께한 생협 등 도시 소비자들에게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오미예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회장은 “정부는 대기업의 수출만 걱정하지 국민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좋은 먹거리를 먹을 권리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서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조병옥 전농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농업이 지금 골든타임이라고 했지만 농업은 데드타임”이라며 “이미 사형을 언도해 놓고 집행을 시작하고 있는데 무슨 미래가 있고 창조가 있느냐”고 맹비난 했다.

박석운 FTA 범국민대책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FTA 깜짝쇼를 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발표 내용을 모른다”며 “실질적 타결이라는 요상한 발표 쇼는 용서받을 수 없는 매국행위”라고 비난했다.

농민들은 범국민대회 말미에 한중FTA, 개방농정, 혼합미 등의 문구가 적힌 닭머리 인형 허수아비에 불을 붙이며 FTA 비준 저지 결의를 다졌다. 이어 명동입구를 거쳐 보신각까지 행진을 하며 한-중 FTA 반대, 쌀 전면 개방 반대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