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안, 환자 부담 증가시킨다"

정부 의료법 개정안 입법 예고 후 시민사회단체 반발

지난 2월 5일 정부가 환자의 입원료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 안’을 입법 예고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개정안에는 현행 입원 시 입원료 본인 부담금 20%를 입원 일수가 15일이 넘어가면 30%로, 30일이 넘어가면 40%까지 올리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건복지부는 개정 이유로 “입원 진료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장기 입원하려는 유인이 커질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본인 부담률을 인상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 일부가 환자 부담으로 전환되어 연간 1,332억 원의 절감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급 병실료가 개선되면서 입원료 부담이 줄어 장기 입원이 늘어난다는 정부의 설명은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득이 줄어 그나마 저렴한 요양병원으로 옮겨 가거나 아니면 조기 퇴원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이유다.

현재도 행위별 수가제와 개인별 간병사가 부담스러운 장기 입원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양병원으로 옮기고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편법으로 본인 부담금을 받지 않는 변두리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으로 옮겨가는 실정이다.

실제로 개인 의원과 약국의 2014년도 요양 급여비는 증가했지만, 병원급 이상의 요양 급여비는 5년 평균 수준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보건 당국의 설명처럼 ‘건강행태의 변화, 의료 기술의 발전, 건강한 고령화’ 등으로 설명하는 것이 타당할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4년 11월 발표한 ‘최저생계비 이하 비수급 빈곤층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비수급 빈곤층의 36.8%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켜 적정입원일수를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시도에 경악을 금할 길 없으며 당장 이를 철회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인상이 아니라 최소 10%대로 전면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2015년까지 4대 중증질환 보장성을 비급여 포함 95%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제 가령 4대 중증질환 중의 하나인 심장 질환의 경우 한 달이 넘어가면 본인부담 5%가 아니라 본인 부담 40%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2014년 건강보험 재정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당기 흑자가 4조 5,869억 원, 누적 적립금은 12조 8,072억 원. 박근혜 정부 들어서만 8조 6천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러한 흑자는 바람직한 흑자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매년 인상된 건강보험료율과 의료 이용의 감소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건강보험 보장률의 지속적인 정체 혹은 감소가 이 흑자를 설명하지만, 흑자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3년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은 62.5%로 2011년의 63.0%, 2010년의 63.6%보다 점점 감소하여 37.5%를 환자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2015년 말부터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박근혜 정부는 입원비를 인상할 것이 아니라 13조 원에 육박하는 건강보험 흑자로 입원비를 인하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한이 3월 17일인 개정령안 반대 의견서에 많은 시민들이 서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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