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을 둘러싼 정치꾼과 정치가

[기고] 아이들 밥상을 정치게임으로 만든 망동

지금 경남이 요동치고 있다! 경남교육청에 지급한 무상급식비를 감사하겠다는 경남도에 대한 경남 교육청의 거부를 명분으로 도와 도의회가 일사천리로 예산을 전액 삭감한 이후의 후폭풍이 경남도의 18개 시군에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신학기 3월의 공중전(?) 공방 이후 실제로 학부모들이 급식비를 감당하게 된 4월이 되어 현실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지상전(?)이 벌어지고 있다. 혹자는 경남도정이 시작된 이래로 거창, 합천 같은 작은 군에서 3000명 안팎의 주민이 모여 경남도정에 대한 규탄을 하기는 유사 이래 최초의 일이라며, 집회에서는 “내 평생 이 손으로 민정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만을 찍어왔는데, 이제 내 손자들 밥을 못 먹인다니 이 손이 너무 부끄러워 자르고 싶다”는 할머니의 발언을 듣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이는 예견되었던 사태였다. 창원이나 김해, 양산, 진주, 통영 같은 시 지역에서는 초등학생에 대해서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중고생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곳은 읍면이 있는 농촌지역인데, 한 가정에 보통 2인 정도의 자녀가 있고 거기다가 농촌은 보통 학생 수가 적어 급식비가 도시지역보다 비싸니 부담해야 하는 급식비가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난데없는 날벼락과도 같은 것이다.

바닥 민심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이 들썩인다. 16개 선거구의 경남국회의원들이 대책회의를 하는가 하면, 경남도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열어 전면적 무상급식 철회를 수정하여 기존 무상급식의 70%가 무상급식으로 이뤄지는 선별적 무상급식을 중재안으로 하는 소위 퇴로를 찾고 있다. 시민단체 진영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꼼수에 맞서 기존의 전면적 무상급식의 회복과 친환경무상급식의 확대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경남도의원의 중재안을 거부하였고, 전국적으로는 급식비의 50%를 중앙정부가 부담하게 하는 ‘학교급식법개정과 차별없는 친환경의무.무상급식지키기 범국민연대’를 결성하여 차제에 중앙정부가 학교급식은 지방소관 사무라면서 나 몰라라 하는 현재의 법적, 제도적 한계를 돌파하려고 하고 있다. 예산으로만 치자면 중앙정부가 급식비의 50%만 감당해도 지방정부에서는 친환경무상급식의 확대나 무상보육의 실현 등을 훨씬 가뿐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근거는 헌법정신인 의무.무상교육에 따른 의무.무상급식이다.

수많은 논쟁이 무상급식을 두고 벌어져 왔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아마도 ‘이건희 손자에게도 무상급식을 하는 건 말이 안된다’는 것과 홍준표 도지사의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는 선동일 것이다. 1% 이내의 최상위층에 대한 반감으로 나머지 대다수 국민들의 현실적 소망을 덮어 버리려는 선동(?)은 무상급식을 둘러싼 프레임을 선점하려는 노림수가 있었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몰락과 2010년 지방선거의 결과가 그것이 악의적이고 헛된 선동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삭감된 무상급식비가 학생에 대한 비정이 아니라 애정으로 비춰지기 위해서는 자기 소관이 아닌 교육청 사업과 중복이 되더라도 교육지원조례를 만들어 학교와 밥을 분리되어야 하는 별개로 선동해야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출장 중 골프회동과 무상급식 염원 학부모들에 대한 종북 딱지 논란, 억대 금품수수 의혹의 ‘성완종 리스트’까지 겹치면서 선동이 아니라 망동이 되고 있다. 미국의 목회자인 제임스 프리맨 클라크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하였다. 경남도 전체 예산의 0.5%밖에 안 되는 무상급식예산으로 전체 학생의 동등한 행복밥상을 실현할 만큼의 정책 효과가 큰 것이 어디 있을까? 오히려 같은 보수층 집권지로 울산시는 예산의 0.09%, 대구시는 예산의 0.28%밖에 안 되는 것보다 조금은 더 낫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평가하여 친환경무상급식의 확대를 꾀했다면 진정성 있는 정치가로 다음 선거와 다음 세대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홍지사는 밥상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였다가 실패한 제2의 정치꾼 오세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마찬가지로 그 영향을 받는 울산도 이미 아이들 밥상이 정치 게임으로 변질되었다. 동구청장이 올해 무상급식 예산을 난도질하여 교육지원 운운으로 포장한 것은 실패가 예정된 정치꾼의 민낯이 분명하다. 하지만 동구청이나 북구청의 무상급식 전면폐지 의혹이 실패로 결과 지워질지는 정치꾼을 대하는 지역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가 될지 자랑스러운 정책이 될지의 줄다리기는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