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폐쇄” 사찰 도보 순례

탈핵교수모임 이원영 교수 닷새 동안 106km 걸어

  “월성1호기 이만 수고했네!” 닷새 동안 사찰 도보 순례를 시작하며 월성원전 앞에 선 이원영 수원대 교수. [출처: 임수필]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월성1호기를 출발해 골굴사와 기림사, 오어사, 불국사, 신흥사를 걸어서 도는 사찰 순례에 나섰다. '월성1호기 이만 수고했네!'라고 쓴 손 펼침막을 들고 '월성1호기 폐쇄를 염원하는 사찰 도보 순례' 106km를 걸은 이원영 교수는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고 불교생명윤리협회 집행위원이기도 하다.

이원영 교수는 출발 1주일 전 기림사 주지 종광 스님과 오어사 주지 각원 스님, 불국사 주지 종우 스님, 신흥사 주지 묘경 스님에게 순례길 하룻밤 절에서 머물게 해달라는 편지를 썼다. 17일 오전 8시 이 교수는 월성1호기가 보이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 양남성당 앞 주차장에서 순례 첫 걸음을 내딛었다. 이날 오전 순례에는 울산 북구주민회 임수필 대표가 함께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정문 앞에는 '대책없는 핵 정책에 인근주민 다 죽는다', '주민갈등 조장하는 원안위는 각성하라'고 쓴 월성1호기 인근 지역 주민대책위원회들이 매단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한켠에서는 한수원 경상경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오후에는 송전탑 반대 싸움을 벌여온 밀양 배모 씨가 함께 걸었다. 월성1호기를 출발해 골굴사를 거쳐 기림사까지 첫날 걸은 거리는 22km였다.

둘째날은 간간이 비가 내렸다. 기림사를 출발해 기림로를 걷는 내내 차도엔 송전탑과 송전선이 가득했다. 20km를 걸어 오어사에 도착했다. 각원 주지 스님이 출타 중이어서 인근 자장암 각천 스님을 만났다.

사흘째 순례길은 오어사를 출발해 오어지 둘레길과 오미골 계곡길을 거쳐 추령재 산길로 내처 걸었다. 23km 산길을 헤매느라 석굴암에 닿은 게 밤 10시, 불국사에 내려오니 밤 11시가 다됐다.

불국사 종우 주지 스님은 이원영 교수 일행이 들고 온 손 펼침막에 ‘월성1호기를 재점검해서 위험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고 썼다. 나흘째 아침 불국사 일주문을 나선 일행은 7번 국도를 따라 울산으로 향했다. 울산에 접어들자 북구 중산동 주민들이 일행을 맞아 캠페인을 함께했다. 이원영 교수는 이날 북구 대안동 신흥사까지 모두 25km를 걸었다.

마지막 날인 21일 신흥사를 출발한 일행은 닷새 전 출발했던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나아 바닷가까지 걸었다. 이원영 교수와 월성원전 인근 주민, 울산 북구 주민들은 이곳에서 월성1호기 폐쇄를 염원하는 제를 올렸다. 참가자들은 “수명이 다한 월성1호기는 원전 전문가들조차 위험하다는 시설인데도 정부와 한수원은 국제기준까지 어겨가며 안전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는 폐쇄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영 교수는 “현행법에서는 원전 사고가 나더라도 누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지 알 수 없도록 돼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월성1호기 수명 연장 결정을 백지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위해서 원전을 도입할 당시에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몰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과 안보라는 국가지상과제를 위해서 수명 다한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영 교수는 “노후 원전을 폐쇄하는 것이 원전 폐쇄 시장을 열어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말

이종호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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