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위 참여기관들 설악 케이블카 사업자와 밀실 TF 운영”

심상정, 케이블카 TF 회의록 공개...재벌 건의받은 정부, 사전 각본 준비 정황

국립공원 환경을 지켜야 할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자인 양양군과 케이블카 확충을 위한 TF를 구성해 작년 9월부터 5차례 밀실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TF 회의 과정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사업 컨설팅까지 했다. 특히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확대 사업은 2014년 6월 9일 재벌 대기업 이익단체인 전경련의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 건의’로 추진된 사실이 드러났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라 본 끝청봉(해발1,604m). 맨 앞에 있는 봉우리가 끝청봉이다.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끝청봉 모두 해발 1,500m가 넘는 설악산 주요 봉우리다.

이 같은 사실은 1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회의’ 사전회의(1차)와 회의록(4차)에서 확인됐다.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회의자료에 따르면 국립공원위원회 참여기관인 환경부, 국토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안전행정부)와 사업자인 양양군 등이 공동으로 TF를 구성했다. 심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사업을 컨설팅하면서 주도했고, 작년 11월 7일 2차 회의 때부터 구체적인 일정을 잡고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또한 2015년 지리산 케이블카도 시범사업으로 선정하여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은 10개 정부기관에서 참석하는데, 이 중 5개 기관과 연구기관인 한국관광개발연구원이 TF에 참여한데다, 산림청과 문화재청까지 각각 3차, 4차 회의에 참여해 사실상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결정이 정부 주도로 치밀한 각본에 따라 추진했다는 의혹에 휩싸일 전망이다. 지난 달 28일 국립공원위원회는 설악산 오색(오색-끝청봉) 케이블카 설치를 결정한 바 있다.

TF 회의록엔 환경부가 앞장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컨설팅과 설치변경안 마련을 지원하고 케이블카 설치 시 발생했던 문제점과 갈등, 의견수렴 및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사례를 조사해 참고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어 짜고 치기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양군이 2012년과 2013년에 2차례나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안을 제출했지만, 국립공원위원회가 ‘자연공원 삭도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부결한 상황에서 환경부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무력화할 방법을 마련해 준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부처별로 필요한 행정절차를 긴밀하게 대응하자는 대목도 나온다. TF는 문화재 현상변경(문화재청), 산지전용허가(산림청), 환경영향평가(환경부) 등 인허가 관련 사항에 대해선 자연환경영향검토 단계에서부터 관계부처와 협의하도록 했다. 문화재청엔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절차 이전에 문화재위원회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담기 위해 문화재위원 컨설팅 필요성을 체크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전에 설악산 케이블카를 완성하기 위해 2014년 11월 7일 2차회의부터 구체적인 행정절차 준비 계획도 수립했다. 행정 절차는 자연환경영향검토 용역(14.6월~15.2월)→국립공원 계획변경 용역(14.7월~15.2월)→공원계획변경신청(15.4월)→환경영향평가 및 실시설계(15.1~8월)→공원사업시행허가(15.10월)→인허가 신청 및 협의(15.11월~16.2월)→착공(16.3월)→공사완료(17.12월) 순으로 잡았다.

2014년 12월 10일 3차 회의록엔 “내년(20015년)부터 시범 사업지역(설악산, 지리산)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 추진을 잘 설계하여 문제없이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이라는 내용도 있어 지리산 케이블카도 올해 안에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심상정 의원은 “정부가 사업자와 함께 TF를 구성해 사업을 컨설팅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평가와 심의까지 하는 행태는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총비용으로 경제성 분석을 하고, 환경기준을 준수하지 못해 7가지 조건부로 승인해 준 정부 주도 국립공원위원회의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결정은 원천 무효”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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