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해킹 의혹 국정원, ‘해킹예방’ 강연 논란

서울 초중고 교장 등 2800명 대상, “국정원이 먼저 제안”

  지난 3일 오후 국정원 직원이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원들 앞에서 강의하고 있다. [출처: 제보자]

불법 해킹 의혹을 받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서울지역 유초중고 교장과 정보부장 등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해킹 예방교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국정원이 수천 만 명의 은밀한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관리하고 있는 사실도 이번 강연에서 처음 드러났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자격 시비가 일고 있다.

국정원 직원 “우리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관리”

4일 서울시교육청과 국정원 직원의 강의를 직접 들은 교원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서울지역 유초중고 교장과 정보부장 등 2800명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 주제는 ‘최신 사이버 (해킹) 침해 동향 및 사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교육청 정보보안 연수는 국정원 직원이 먼저 강의를 무료로 해주겠다고 제안해서 그렇게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국정원 직원은 지난 3일 오후 2시 15분부터 20여 분간에 걸쳐 서울교육연수원 우면관에서 진행된 서울시교육청 정보보호 연수에서 강연했다. 참석 인원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장 등 900여 명이다.

국정원 직원이 직접 나서 수천 명의 교원을 상대로 강의를 벌인 사례가 드러난 것은 근래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국정원 직원은 강의에서 “교육 쪽에는 나이스(NEIS) 시스템이 지정이 돼서 저희가 교육부와 해당 교육청과 함께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NEIS 시스템은 700만 명의 유초중고 학생의 인적사항과 질병정보, 성적, 성향 등의 은밀한 정보를 모아둔 학생생활기록부다. 이 시스템에는 졸업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 수천만 명의 정보도 집적되어 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국정원이 관리한다는 사실이 당사자 발언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또한 이날 국정원 직원은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스마트폰 해킹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우리가 무료로 쓰는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은 앱 중에 북한 해커조직들이 악성 코드를 은닉한 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직원은 “이 앱을 다운받게 되면 자기가 쓰는 스마트폰 안의 음성이나 영상 정보가 유출되는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정원은 외국에서 국민세금으로 스마트폰 해킹 장비를 구입한 뒤, 다중의 스마트폰을 불법 해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날 국정원 직원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의 사이버공격 사례를 열거했다.

“북한 해커들이 스마트폰 해킹” 강의에 "뻔뻔하다"

이날 국정원 직원의 강의를 직접 들은 한 교원은 “국정원이 국민세금으로 해킹프로그램을 샀다는 게 만천하에 알려졌는데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뻔뻔하게 정보보호 강의를 해서 어이가 없었다”면서 “강의를 진행한 국정원이나 이를 주관한 서울시교육청 모두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교원은 “우리 아이들의 예민한 정보를 집적해놓은 NEIS 시스템을 국정원이 관리한다는 사실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강의를 진행한 국정원 지도관은 서울시교육청에 출입하는 국정원 직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근혁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