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부세 감액 무기로 지자체 복지 축소 강요?

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 등 입법 예고

정부가 입법 예고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에 지방교부세 감액을 무기로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축소를 유도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행정자치부는 복지 등 행정 수요를 반영하고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이러한 개정안을 30일 입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정부가 지자체에 부여하는 지방교부세를 조정할 수 있는 조항이 대폭 강화됐다.

지방교부세는 정부에서 지자체의 부족한 재원을 보전하고, 지자체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재원을 지원하는 제도로, 재원 사용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또한 교부세 규모는 2015년 기준 총 35조 원으로, 지자체 재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를 거치지 않거나 불수용 사업을 시행하는 등 사회보장기본법 26조를 이행하지 않은 지자체는 교부세 감액 대상이 된다. 지자체가 특정 사업을 시행할 때 지방재정법이나 지방보조금 지원 규정 등에 있는 규정보다 많은 예산을 지출했을 경우에도 교부세가 깎인다.

또한 기존에는 감사원이나 정부합동감사를 통해 교부세 감액 요청이 이뤄졌으나, 개정안에서는 국고보조사업을 추진하는 각 부처도 감액 요청 권한이 주어진다.

  사회보장기본법 26조를 근거로 '활동보조 하루 24시간' 지원 계획이 잇따라 무산되자, 지난 4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가 긴급 기자회견을 연 모습.

문제는 이러한 개정안이 시행되면 중앙정부가 교부세를 빌미로 지자체의 복지사업에 간섭할 여지가 더 커진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중앙정부가 과도하게 지자체의 자치 행정을 규제하고 교부세를 복지 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사회보장기본법 26조 미이행 시 지자체 교부금을 감액하는 내용에 대해 “지자체 복지사업에 대해 중앙정부와 협의는 필요하나, 정부가 굉장히 강도 높은 협의를 요구하고 만약 협의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겠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했다.

오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러한 내용은 중앙정부 허가 없이는 사실상 지자체가 스스로 복지 제도를 신설하거나 증액할 수 없도록 만드는 조항”이라며 “중앙정부 복지의 빈틈을 메우고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지자체 자치 행정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오 공동운영위원장은 “교부세는 내국세의 일부를 지자체에 주는 것으로, 국민이 임시로 중앙정부 국세로 냈다가 지자체로 이전하는 돈”이라며 “이것을 중앙정부가 자신의 쌈짓돈처럼 여기고 마음대로 다루는 것 또한 지방자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기초생활보장·노인·장애인·아동복지비 등 4개 항목의 사회복지 수요액 반영 비율을 기존 20%에서 23%로 올리는 등 복지수요가 많은 곳에 더 많은 교부세를 배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지자체가 세출이 줄어들 경우 추가로 배당되는 교부세 규모가 2배까지 확대되고, 세입이 늘어났을 때도 교부세 추가 금액이 세입 증가분의 150%에서 180%로 상향되는 인센티브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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