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12개 기구 일제히 "성소수자 인권 보장" 촉구

폭력으로부터 보호, 차별적 법 조항 폐지, 차별로부터 보호 등 주문

  유엔 12개 기구가 지난 9월 29일 발표한 성명서 영문본. [출처: 비마이너]

유엔 12개 기구에서 성소수자가 겪고 있는 차별과 폭력을 종식해야 한다고 세계 각국에 일제히 촉구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UNCHR), 유엔아동기금(UNICEF), 국제보건기구(WHO) 등 12개 기구는 지난 9월 29일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스(LGBTI)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종식하기 위하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단일 기구가 아닌 공동명의로 성소수자 권리 보장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유엔 12개 기구는 세계적으로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막지 못하면 HIV 감염과 같은 공중보건상 취약성 증대, 사회적·경제적 배제, 가족과 공동체의 긴장 유발, 경제 성장과 진보의 저해, 적절한 노동의 침해 등 사회적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유엔 12개 기구는 성소수자 차별을 국제인권규범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각국의 국가기구와 민간기구, 대중매체 등이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이들은 최근 각국에서 성소수자에게 살해, 습격, 납치, 강간, 성폭력, 고문 등 심각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며, 각국 정부에 폭력에 노출된 성소수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하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성소수자나 이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이들을 법적으로 구제하고, 혐오범죄와 혐오발언을 처벌하는 법규를 만드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성소수자를 난민으로 인정해 이들이 인권을 침해받는 곳으로 송환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76개 국가에서 동성 성인의 합의된 성관계를 처벌하고, 최소 5개 국가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사형을 구형하는 등 상당수 국가에서 성소수자를 부당하게 처벌하는 법 조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각국에 동성 성인들의 합의된 성관계,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을 근거로 사람들을 체포·처벌·차별하는 등의 법규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성소수자가 사회적으로 소외당하지 않도록 각국 정부에 국제인권기준의 준수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소수자가 교육, 고용, 의료, 주택, 사회보장, 형사제재, 난민, 구금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폭력적인 요구사항 없이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적으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성소수자에게 덧씌워진 편견을 교정하고, 성소수자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정책 설계에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요구했다.

유엔 12개 기구는 “회원국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이 모든 LGBTI의 인권을 존중, 보호, 증진, 보장하기 위하여,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헌법, 입법, 정책적 변화, 관련 국가기구의 강화, 교육, 훈련 등에 관한 지지와 조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스(LGBTI)1)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종식하기 위하여>

국제노동기구(ILO),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국,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유엔인구기금(UNFPA),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유엔 여성통합기구(UN Women),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주1) 이 성명서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스들을 명시하고 있지만, 다른 용어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자신의 실제 또는 인지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적 특성에 의해 폭력과 차별을 직면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성명서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제연합 12개 기구는 각국에 LGBTI 성인, 청소년, 아동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종식하기 위하여 시급하게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모든 사람은 폭력, 억압, 차별, 낙인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인권규범은 각국에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이러한 권리를 보장받아야만 한다는 법적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국가에서 LGBTI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확대되어가는 추세를 환영하면서도, 우리 국제연합 12개 기구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LGBTI, LGBTI로 여겨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폭넓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자리하였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우리는 이 사태에 경종을 울리고, 행동을 취하고자 합니다.

LGBTI의 인권을 지지하고 폭력, 차별적 법규와 관습 등의 폐해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데에 실패한다면, 이는 HIV 감염 등 공중보건 상의 취약성 증대, 사회적, 경제적 배제, 가족과 공동체의 긴장 유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제성장과 적절한 노동 및 진보의 저해와 같은 심각한 사회적 영향을 불러올 국제인권규범의 위반행위입니다. 각국은 국제인권규범 상 모든 사람을 폭력과 차별로부터 보호할 가장 중요한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국제인권규범의 위반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국가인권기구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공동체, 종교 및 정치 지도자들, 노동조합, 민간영역, 의료계, 시민사회, 그리고 대중매체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인권은 보편적인 것입니다. 문화적, 종교적, 도덕적 관습이나 통념, 사회풍조가 LGBTI를 포함한 그 어떤 집단에 대하여 자행되는 인권침해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합시다

각국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고문과 학대를 포함한 폭력으로부터 LGBTI를 보호해야만 합니다:
• LGBTI 성인, 청소년 그리고 아동, 그리고 이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행해진 위해행위의 조사 및 기소, 법적 구제;

• 이러한 폭력의 방지, 감시, 그리고 보고를 위한 강화된 노력;

• 혐오범죄와 혐오발언을 처벌하는 법규에 동성애혐오와 트랜스혐오를 가중처벌요건으로 규정
• LGBTI와 LGBTI로 인지되어 박해받은 사람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여, 이들 난민의 삶과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는 곳으로 송환하지 않는 것;

국제연합과 여타의 국제단체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LGBTI 대상 육체적, 정신적 폭력을 문서화한 바 있습니다. 살해, 습격, 납치, 강간, 성폭력뿐 아니라 고문, 시설보호기관 등에서의 학대와 같은 심각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LGBTI 청소년과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여성은 가족과 공동체 내부에서 특히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의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LGBTI는 이러한 인도주의적 위기상황에서 박해로부터 피신하면서도 폭력과 차별에 종종 노출됩니다. LGBTI는 또한 의료적 학대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성적지향을 바꾸는 “치료”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비윤리적이고 유해한 행위, 강제적 불임수술, 강제적 생식기 및 항문 검사, 그리고 간성 아동에게 무단으로 행해지는 불필요한 수술과 치료 등이 있습니다. 다수의 국가에서 이러한 침해에 대한 대응이 충분치 않고, 제대로 보도되거나 적절한 조사 및 기소가 이루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리하여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일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며, 법적인 구제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폭력에 맞서는 인권운동가들 자신이 박해받기도 하며, 이들의 활동은 차별적인 제약에 직면합니다.

차별적 법규를 철폐합시다

각국은 아래와 같은 법규의 재검토, 적용 중지, 폐지 등을 포함한 국제인권규범을 존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 성인 간 합의된 동성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법규;

• 젠더 표현에 근거하여 트랜스젠더를 처벌하는 법규;

•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젠더 표현에 근거하여 사람들을 체포, 처벌, 차별하는 데 활용되는 여타의 법규;

76 개 국가에서 여전히 성인 간 합의된 동성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법규가 존재하여, 사람들은 자의적인 체포, 기소, 구금의 위협을 받습니다. 최소 5개 국가에서는 사형의 위험도 존재합니다. 복장전환(Cross-dressing)을 범죄화하는 법규는 트랜스젠더를 체포 및 처벌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떤 법규는 게이, 레즈비언 및 트랜스젠더를 괴롭히고, 억류하며, 차별하거나, 그들의 표현, 결사,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악용됩니다. 이러한 차별적 법규는 혐오범죄, 경찰권 남용, 고문과 학대, 가족 및 지역사회의 폭력 행사, 건강 및 HIV 감염인 지원에 대한 접근 제한을 통한 공중보건적 악영향,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속적인 낙인과 차별을 지속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합시다

각국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차별금지에 관한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해야만 합니다:
• LGBTI 성인, 청소년, 아동이 처한 교육, 고용, 의료, 주택, 사회보장, 형사제재, 난민, 구금 등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금지;

•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체성에 대한 폭력적인 요구사항 없는 법적 인정;

• 대화, 공교육, 그리고 훈련을 통한 LGBTI에 대한 편견의 교정;

• LGBTI에게 영향을 미치는 개발, 인도주의적 계획을 포함한 법, 정책, 프로그램의 설계, 이들의 시행 및 감시에 참여하고 자문 받을 기회의 보장;

LGBTI는 성, 인종, 민족, 나이, 종교, 가난, 이주, 장애, 건강 상태를 기반으로 한 다중의 차별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광범위한 차별과 배제를 겪습니다. LGBTI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실제, 또는 인지된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으로 인하여 괴롭힘, 차별, 퇴학을 겪습니다. 가족으로부터 거부당한 LGBTI 청소년은 높은 자살률을 보이며, 다수가 노숙과 기아 상태를 경험합니다. 차별과 폭력은 LGBTI를 사회적으로 소외시키고, 이들을 HIV 감염과 같은 건강 악화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LGBTI는 의료현장에서 치료 거부, 차별적 태도, 그리고 병리화에 직면합니다. 트랜스젠더는 자신이 선호하는 성별로의 법적인 인정이 없을 경우 배제와 소외를 겪음에도 이들은 자주 이 인정을 거부당하거나, 이러한 인정을 얻기 위해 강제적 불임화, 치료, 이혼 등을 요구받습니다. LGBTI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 정책, 프로그램의 설계, 이들의 시행 및 감시에 참여하고 자문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LGBTI의 사회적, 경제적 소외를 영속화합니다.

국제연합은 지지합니다

우리 국제연합 12개 기구는 회원국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이 모든 LGBTI의 인권을 존중, 보호, 증진, 보장하기 위하여, 이 성명서에 명기된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헌법, 입법, 정책적 변화, 관련 국가기구의 강화, 교육, 훈련 등에 관한 지지와 조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2015년 9월

(번역 :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덧붙이는 말

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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