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미중 5G 기술패권 경쟁의 방향

[INTERNATIONAL1]


미중 간 문제에서 세계화하는 화웨이 사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의 홍콩 보안법 문제가 외교적 문제라면,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자유항행 의지는 군사적 경쟁의 문제다. 또한 화웨이(華爲) 문제는 5G 시장에서 미래 표준을 누가 먼저 선점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경제적 문제다.

화웨이를 두고 제기된 사이버 안보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이 외교적 현안으로 급부상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2018년 2월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뒤, 2018년 12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첫째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에서 체포되며 논란이 시작됐다. 2019년 5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민간기업들에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했다. 미국은 화웨이 문제를 산업이 아닌 안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웨이 장비에 심어진 백도어를 통해 중대한 정보가 누출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화웨이와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의심이 객관적인 근거가 없고, 오히려 그 위협을 과장함으로써 모종의 것을 얻고자 하는 속내가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영국은 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회의 이후, 화웨이의 5G 장비 구매를 올해 말로 중단하고, 유선 인터넷망 부문에서도 화웨이의 장비 사용을 2년 안에 중단하기로 했다. 즉 이동통신망 장비와 더불어 기존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화웨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중국 정부도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냈다. 이튿날 중국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기업들은 영국에서 투자 안전에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중국은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 기업의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에서 중국 화웨이 장비구매를 중단키로 하면서 미국의 다른 동맹국인 캐나다도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캐나다가 미국과 기밀을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이 파이브 아이즈에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등 5개국이 가입해 있다. 이중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모두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때문에 향후 캐나다에도 화웨이 견제 동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화웨이가 이처럼 많은 견제를 받는 까닭은, 미래 기술과 경제의 중추신경계가 될 5G 이동통신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4G까지는 미국과 유럽의 통신회사가 이와 관련된 표준 제정을 주도했다. 그러나 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분야는 바로 5G이고 이와 관련된 특허 출원은 현재 화웨이(승인 건수는 삼성전자가 1위)가 1위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에서 5G 기술을 언급하고, 2016년부터 시작된 13.5 계획에서도 5G 기술을 전략적 신흥 산업으로 지정하는 등 통신인프라 설치와 부가 서비스 확대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화웨이에 대해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새로운 제재를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화웨이가 독자 설계한 반도체 부품을, 대만적체전로제조주식유한공사(TSMC)를 비롯한 세계 어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업체) 업체에서도 생산할 수 없게 한 것이다. 7월 17일 세계 파운드리 생산 1위인 대만의 TSMC는 오는 9월 14일 이후부터 화웨이의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겠다며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통신장비, 스마트폰, PC, 서버 등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반도체 부품 조달에 비상이 걸렸고 향후 신제품 출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미국의 압박은 점점 강해지고 세밀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에도 화웨이는 중국 인민들이 화웨이 제품을 더 많이 사용토록 하는 이른바 ‘애국 소비’를 앞세워 제재의 칼날을 우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화웨이 매출은 지난해 23%의 증가율보다 둔화한 13%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가 5G 통신장비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중국 통신회사는 올해 약 3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5G 통신망 구축에 투자하고, 50만 개 넘는 5G 기지국을 건설할 계획이다. 따라서 화웨이의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1위도 무난히 수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4/4분기 이후에는 화웨이의 입지가 매우 좁아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상당하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또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세계화되면서 줄 세우기식 외교가 치열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따라 한국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 요약해 보고자 한다.

[출처: 인민일보 해외망]

화웨이 사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화웨이 사태가 한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5G 통신장비 시장이다. 영국의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가 퇴출(스마트폰 판매는 제외)되자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7월 14일(현지 시각) "영국은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의 제품을 금지해 국가안보를 지켰다"고 평가했다. 또 "인도의 지오, 호주의 텔스트라, 한국의 SKT와 KT, 일본의 NTT처럼 깨끗한 통신사들과 다른 업체들이 그들의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의 우방국 사이에서는 탈 화웨이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에 따라 유럽과 동남아에서 화웨이에 선점당했던 5G 통신장비 시장에 삼성이 한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마침 영국은 2027년까지 이미 통신망에 들어간 화웨이 장비를 모두 교체하기로 하고, 삼성에 5G 통신망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다. 삼성전자 역시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독일과 프랑스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삼성이 가져갈 반사이익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5G 기지국 시장은 화웨이와 에릭슨, 노키아가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파전 양상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5세대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은 약 13.2%다. 이는 지난해 4분기보다 3%p 가까이 오른 수치다. 화웨이에 대한 견제가 더 심해지면 5G 통신장비 시장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더욱 오를 수 있어, 관련 국내기업과 한국경제에 끼칠 전망은 일단 매우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설립한 차세대통신연구센터에서 6세대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6세대의 속도는 기존 5세대 기술 속도보다 50배나 빠르고, 무선 지연시간도 10분의 1로 감소한다. 이는 10년 뒤 기술을 미리 개발해 6세대의 표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3대 통신사 가운데 하나인 LG유플러스와 화웨이의 관계 변화는 한중관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화웨이는 한국의 106개 기업과 실질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를 30% 이상 사용하고 있다. SKT와 KT는 주로 삼성, 에릭슨, 노키아 장비만 사용했다. LG가 화웨이를 사용했던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LG는 SKT·KT보다 늦게 네트워크 사업에 진출했고, 후발주자로서 초기 설치비가 20∼30% 저렴한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LG그룹의 전체 매출 비중에서 중국이 매우 큰 시장이라는 것이다. LG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화장품, LED 등의 다양한 전자제품을 중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압박에 따라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 사용을 중단할 경우, LG는 중국을 상대로 한 제품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LG그룹은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 몇 가지 반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① 미국의 시스코 기업의 라우터를 활용해 백도어를 미국 정부를 위해 열어 준 적이 있다는 것 ② 국제공통평가기준(CC)으로부터 5G 기지국을 검증받고 안전한 평가를 받았다는 것 ③ 경쟁사들도 화웨이 유선 장비를 도입했지만 보안사고가 없었으며, 5G 장비는 TV 안테나와 유사해 개인정보 탈취와 관계없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나 중국 기업 모두 사이버 보안을 훼손할 가능성을 갖고 있으므로 사이버 안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인구의 절반이 몰린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화웨이 장비로만 서비스 중이고, CC는 백도어 탐지능력이 부족하며, TV 안테나와 달리 5G는 쌍방향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영국이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영국의 통신장비 관련 업체가 수조 원 대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정해진 시간표대로 화웨이 장비를 모두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5G 인프라 구축이 2~3년 지연될 수밖에 없어 그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의 이러한 화웨이 배제 방침은 한국의 LG유플러스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어 우리의 딜레마도 점차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5G 시대, 화웨이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은 반도체 업계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만의 TSMC가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면서 중국은 반도체의 국산화에 더 매진할 것이다. 단기간에는 어렵겠지만 향후 중국이 시스템 메모리 반도체 분야 국산화에 성공한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과의 기술격차도 상당히 좁히면서 파급력을 발휘할 것이다.

화웨이라는 회사 명칭은 '중화민족을 위하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말로 화웨이는 외부의 호기심 어린 시선과 미국의 주장처럼 배후에 중국 정부를 업고 세계 각국의 사이버 안보를 위협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볼모가 될 것인가? 그 내막이야 어찌 됐든 기술 패권 경쟁의 서막은 올랐고, 여기에서 승리하는 국가가 바로 21세기 미래 기술의 표준을 선점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로서는 상당히 복잡한 국면을 초래하고 있는 화웨이 사태를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