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해방의 붉은 야망을 품고 있다면, 함께 전진하자

[기고]

[출처: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지난 10월 1일 노동해방투쟁연대(준), 사회주의전망모임, 사회주의건설초동모임 세 단위가 통합을 결의하고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출범했다.

혁명사상은 잘못된 세상을 이렇게 저렇게 적당히 고쳐쓰는 것이 아니라 뿌리부터 뒤엎겠다는 사상이니, 혁명조직은 들끓는 야망과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한 조직이어야 할 것이다. 혁명을 상징하는 색이 붉은 색인 것도, 터질 것 같은 심장과 뜨거운 열정을 동반하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어느새 ’혁신‘ ’열정‘ ’도전‘ 같은 말은 사회주의 조직보다도 새로운 자본의 도약을 꿈꾸는 신생 자본가들이 즐겨 쓰고 그들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이제 다시 위와 같은 붉은 꿈을 탈환해 올 때이다. 나는 우리가 만들어갈 ‘전진’이 그런 혁명적 조직이 되었으면 한다.

위기의 시대

출범총회에서 국제연대위원장 동지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세상의 변화는 100년 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때의 변화와 견줄 만한 것이라 지적했다. 1870년대 시작된 1차 세계화의 물결은 살육과 침략으로 점철된 역사였지만, 자본주의 전체로 보자면 상대적인 안정기 40년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세계혁명이 실패한 뒤, 세계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까지 인류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시기를 거쳐야 했다. 기후위기, 에너지위기, 인플레이션과 불평등, 차별과 혐오, 파시즘, 그리고 이에 맞선 수많은 봉기와 계급투쟁이 보여주는 것은 올해를 기점으로 세상이 다시 100년 전과 같은 ‘야만이냐 혁명이냐’의 격동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는 이미 인플레이션과 외환위기, 부채위기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민중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작일 뿐이다. 언제가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미중 간 패권갈등이 우리 세대를 더 큰 전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폭발할 때, 한반도에는 더 이상 지금 같은 일상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미 인류를 극심한 불평등으로 내모는 기후위기는 어쩌면 전쟁으로 인간이 인간을 죽이기 전에 인류 전체를 파괴해버릴지도 모른다.

100년 전 세상이 그랬듯, 위기는 양극화를 낳고 있다. 기존 체제에 분노하는 사람들은 대안을 찾아 나서고 있고, 역사 속 한 페이지인 줄 알았던 파시즘은 다시 현실이 되었다. 무솔리니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파시스트가 이탈리아에서 정권을 잡은 것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제 점진적 진보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다시 ‘야만이냐, 혁명이냐’라는 질문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고, 극우의 성장을 막는 유일한 길은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전망을 계급투쟁에 불어넣는 것뿐이다.

계급투쟁의 귀환

노동계급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격렬한 계급투쟁을 벌이고 있다. 월가점령운동에서 시작한 2010년대는 온갖 자생적 민중봉기가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온 10년이었다. 팬데믹 봉쇄로 계급투쟁의 일시적 침체기가 있었으나, 코로나 위기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더욱 숙성시켰을 뿐이다. ‘이대로 살 수 없다’라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외침은 한국을 넘어 세계 노동자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사회적 정의에 민감한 노동조합 세대’란 신조어와 함께 들불처럼 퍼지고 있는 미국 노동조합 투쟁의 물결, 전쟁과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에 맞선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노동자들의 파업물결, 여성살해에 맞서 전국적 봉기와 파업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란. ‘계급투쟁의 귀환’으로 요동치는 세계와 비교해본다면, 한국은 현재까지는 위기를 피해간 조용한 나라 중 하나인 것만 같다. 그러나 이제 한국 상황만 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세계 노동자계급의 일부로서, 우리 또한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운동을 아주 구체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노동계급의 국제 연대는 자본가계급의 국제연대보다 더 넓고 강해야 한다.

노동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자

억압과 차별에 맞서 앞장서 투쟁하지 않는 혁명조직은 그 어떤 계급투쟁도 전진시킬 수 없다.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는 모든 차별의 논리에 맞서 투쟁하고, 우리 계급을 변화시킬 때만 혁명은 가능할 것이다. 특히 세상의 절반,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에 맞서는 페미니즘 운동의 발전은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우리는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를 구축해, 여성노동자의 집단적 자기조직화로 세상을 뒤흔들 힘을 발휘하는 혁명적 페미니즘 운동을 한국에서 발전시켜나가고자 한다.

[출처: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자본주의가 만든 기후위기를 자본주의가 해결할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녹색소비’가 아니라 생산과 산업을 통제하는 것이다. ‘발전·에너지산업 국유화’ ‘대중교통 완전공영화’ ‘산업전환 총고용보장과 생산통제’ 구호를 내걸고, 우리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공공운수 산업에서, 기후위기에 맞선 산업통제 운동을 구체적으로 건설해나갈 것이다.

인간해방을 향해 전진하자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동지들은 비록 소수파가 될지언정, 사회주의 혁명과 노동계급의 원칙을 지켜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출범총회에서 나온 이야기처럼, 지금껏 ‘해온 것을 더 잘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는 많이 부족하다. 특히 운영위원 중 여성운동위원장만 여성이라는 인적구성은 현재 우리의 부족함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해야한다. 1년, 2년, 햇수가 바뀔 때마다 지금의 조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인적 구성과 활동 영역의 변화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야망을 품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고, 거침없이 도전하기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믿음직스러운 동지들과 함께 인간해방 사회를 향해 혁명적 사회주의의 깃발을 내걸고 함께 투쟁하려 한다. 위기의 시대,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은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혁명으로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착취, 억압, 차별이 없는 해방사회로 나아가고자 한다. 당신도 인간해방을 향한 붉은 야망을 가슴에 품고 있다면, 함께 전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