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G20 정상회담, 10만 명 반대 시위...“‘G20’의 세계는 지옥”

공동성명, 반세계화 여론은 의식...자유무역 고수

매일 난민 14명이 빠져 죽는 지중해 연안이 지옥일까? 아니면 세계 10명 중 1명은 하루 2달러(2,300원) 보다 적은 돈으로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이 현실이 더 지옥 같을까? 아니면 G20 정상회담 기간 약탈과 방화로 검게 그을린 함부르크가 더 지옥스러울까?

[출처: linksunten.indymedia.org]

7-8일(현지 시각) 양일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이 다시 자본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에 부딪혔다. 독일 국내외 노동조합, 좌파 정당과 환경과 여성 단체들이 함께 조직한 연대 모임 ‘G20에 맞서 모두 함께’는 5일부터 5일 간 반대 시위를 열었고 여기에는 약 10만 명이 모여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한 목소리를 냈다. 많은 이들은 자본주의에 반대하며 기후변화, 지구적 불평등, 무기 거래와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비판했다. 지중해 연안에서 익사하고 있는 난민 문제도 중요한 이슈였다.

함부르크 도심 전체에 대한 당국의 시위 금지령에도 6일 G20 정상회담 개막 전 열린 시위는 10만이 참가했다. 개막일인 7일에는 행사장 인근에 1만 명이 모여 연좌 농성을 벌이며 각국 정상들의 회의 참가를 가로 막았다. 격렬한 대치 끝에 폐막식 이후 열린 시위에도 10만 명이 참가했다. 야간 댄스시위나 해상시위, 다양한 소규모 시위도 빛을 발했다.

이들의 대대적인 시위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다수의 정상들이 우회도로를 이용해 G20 행사장에 가야 했다. 멜라니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은 시위 때문에 호텔로 들어가지 못했고 한 국제 회의는 회의 장소를 옮겨서 겨우 진행해야 했다.


"Welcome to Hell": #NoG20 Autonomous Anti-Capitalist Action from Unicorn Riot on Vimeo.


‘지옥에 온 걸 환영해’

독일 정부가 행사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은 폭력적인 탄압 밖에 없었다. 독일 전국에서 2만 명 이상의 경찰이 차출됐고 수천 명의 특수부대가 현장에 투입됐으며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날아다녔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하기 위해 장갑차와 살수차, 최루가스를 투입하고 곤봉으로 내리쳤다. 또 임시 구금시설을 세우고 수백 명을 연행해 수감했다.

격렬한 대치 끝에 경찰에선 2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 참가자 중에는 143명이 체포됐고 이중 122명이 수감됐다. 시위대 부상에 관한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수십 명이 부상을 입을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들은 시위대의 폭동과 경찰 진압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며 비난하는 데 치중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충돌에는 경찰의 책임이 크다. 6일 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은 경찰이 시위대의 ‘복면’을 문제 삼아 자극하면서 시작됐다. 폐막 집회 후에도 경찰은 시위대가 ‘페트병’을 던졌다는 이유로 살수차를 투입했다.

언론들은 특히 시위대를 비난하면서 상점 약탈과 방화를 집중 보도했다. 그러나 독일 언론 <타츠>에 따르면, 시위대의 약탈은 매우 ‘의도적’으로 초국적 금융과 자본을 상징하는 은행 스파르카쎄 분점, 슈퍼마켓 체인 ‘레베’ 등 주요 체인에 집중됐을 뿐 일반 소규모 상점은 별 탈이 없었다.

독일 사회운동은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위를 조직해 왔다. 이미 함부르크 아나키스트 운동의 거점 ‘로테 플로라’ 활동가들은 ‘지옥에 온 걸 환영해’라는 구호를 내고 가장 큰 아나키스트의 ‘블랙블록’ 시위를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당국은 베를린에서도 아나키스트 약 940명이 이번 시위에 참가했다고 추산한다. 8일 저녁 독일 사법 당국은 이탈리아인 15명을 체포했고, 이외에도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국적자에게도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함부르크 뿐 아니라 독일 각지에서도 G20 회담을 비판하거나 경찰의 반인권적 시위 탄압을 비판하는 다양한 시위가 일어났다. 초중등학생들도 동맹휴업을 제안하고 G20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G20에 반대하는 청소년’ 연대모임은 독일 노총(DGB) 청소년 그룹을 포함해 43개 청소년단체가 공동 발의했으며 7일 오전 시위를 진행했다.



G20의 자본주의가 지옥

G20 정상들은 반대 시위 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탄압하면서도 현재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합의를 내놓지는 못했다.

8일 발표된 공동선언문은 “세계화는 다른 도전들을 만들었”다며 세계적인 반세계화 여론을 인식하기는 했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불공정 무역관행을 포함한 보호주의를 계속해서 맞설 것”이라며 자유무역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를 추동해온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초국적 금융기관의 구조적인 문제는 놔둔 채 이를 평가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적법한 무역보호수단의 역할을 인식”한다며 트럼프의 입김을 표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파리기후협약에서 이를 고수하겠다고는 밝혔으나 미국까지 강제하지는 못했다. 또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 대테러 조치나 세금 도피 등 주요 문제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합의에 그쳤다.

플로리안 빌데 독일 좌파당 의원은 8일 “이번 시위는 신자유주의 중도와 극우의 양극화 속에서 좌파적, 반자본주의 대안의 필요성을 세계적으로 알렸다”고 평했다. 아나키스트 그룹 ‘지옥으로 환영’ 연대는 8일 성명을 통해 “자본주의는 많은 이들에게 지옥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지옥에 온 걸 환영해’라는 구호는 ‘함부르크 G20 회담의 지배자들에게 그들이 만든 지옥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 주최측 ‘G20에 맞서 모두 함께’는 9일(현지 시각)에도 “아무도 잊혀져선 안돼, 무엇도 잊혀져선 안돼”라는 주제로 임시 구금시설 인근에서 구속된 참가자 석방을 위해 시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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