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 “한국정부, 난민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

난민 지지 긴급공동행동...7일 시민공동행동, 16일에는 난민환영집회 예고

“희망이 하루하루 무너지고 있다. 이렇게 고통 받을 이유가 없다. 한국에는 난민을 보호하는 법이 있고, 이 권리는 존중돼야 마땅하다. 정치적 갈등을 우리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 지지하고 연대해주는 이들에게 고맙다.” 공정한 난민 심사를 촉구하며 18일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자이드 씨가 쓰러진 동료들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인권활동가들에게 말했다. 그는 아직 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자신이 하루하루 무너지고 있다고 말한 희망처럼, 하루하루 눈에 띄게 야위어 가고 있다.


단식농성 난민들이 건강 악화로 잇따라 응급실로 호송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청와대 인근 단식농성장에 모여 정부에 긴급한 대처를 촉구하고 나섰다. 아시아의 친구들,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MAP 등이 결성한 ‘난민들의 단식농성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는 5일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한국정부는 진정 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자 하는 것인가?”라며 정부에 “스스로 가입한 난민협약과 스스로 제정한 난민법에 따라 자신들을 대우해달라”라는 “난민들의 정당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단식투쟁을 고수하던 난민 2명은 4일 저녁 6시 40분경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호송됐다. 먼저 호송된 난민 아나스 씨는 19일째 단식 농성 중이었으며 약 1시간 뒤 6일째 단식 중이던 무나 씨 역시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 갔다.

난민들의 단식농성을 지지하는 시민사회에 따르면, 무나 씨는 호송 중 10분간 발작했고, 병원으로 옮겨진 이후에도 한동안 의식불명인 상태였다. 아나스 씨는 일반병실로 옮겨졌으나 의료진은 그가 최소 3-4일은 입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활동가들은 건강이 악화된 이 상황이 이미 예견됐었다고 본다. 단식이 2주를 넘어가면서 단식자들의 체중은 이미 평소보다 10% 이상 줄어든 상태였다. 지난 1일과 2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료진이 검진한 결과에서도 단식자들의 상태가 우려스러운 정도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이들의 요구에 지금까지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고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난민들의 단식농성을 지지하는 시민사회에 따르면, 지난 8월 24일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면담을 했지만, 그 자리에서도 요구사항을 해당부처에게 전달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단식을 풀 것을 종용했을 뿐이라고 한다. 해당부처인 법무부는 지금까지 이들의 요구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답변도 내놓고 있지 않다.


긴급행동이었는데도 다양한 단체 활동가들이 참가해 난민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정부에 긴급한 대책을 호소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김대권 아시아의 친구들 대표는 “난민들의 요구는 명확하고 단순하다. 한국의 난민법에 따라 자신들을 대우해달라는 것이며 난민인정 거부 사유를 단 한 줄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것 그리고 혐오세력으로부터 보호해달라는 것이다”라며 “이것이 무리한 요구인가? 왜 목숨을 건 단식을 하는지 한국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초라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운동국장은 “2016년 겨울을 기억하는가”라며 “이때 소위 촛불혁명을 계기로 문재인은 청와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만약 촛불혁명이 실패했다면 어떻게 됐겠는가? 기무사 문건을 보면 우리도 감옥에 가거나 총살되거나 해외로 도피해야만 했을 것이다. 지금 난민들도 이집트 독재정권에 맞서다 정치적 이유로 이곳으로 피신해온 것이다. 촛불이 실패했다면 우리도 난민이 돼야 했을 것이다. 문재인은 사회적 합의라는 말 뒤에 숨지 말고 책임을 지라”라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권영민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활동가는 “새벽 4시까지 아나스 씨와 함께 병원에 있었다. 아니스 씨는 수액조차 맞지 않겠다고 했었다. 이들은 차라리 죽겠다고 한다. 사람을 희생시키며 미래를 열지 말자”고 호소했다.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목숨을 건 난민들의 단식에 법무부가 처음으로 한 것은 이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난민 반대 청원을 빌미로, 여론 때문에 난민의 권리를 적극 옹호할 수 없다며 난민법 개악을 예고하고 있다. 한 난민 인정자는 ‘한국에서 난민은 개돼지만 못하다’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남용프레임’으로 이들의 권리를 제한하려고 한다. 법무부는 즉각 난민 심사 과정을 허위로 조작한 것에 대한 전수 조사부터 실시하고 공정한 심사를 이행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민 보호 못하면 국민도 보호 못 받는다”

김철효 사회학 연구자는 “국민이 먼저라는 분이 있는데, 우리는 어느 누구도 태어난 곳을 선택하지 않았다. 난민 인정은 구걸이 아니라,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이다. 우리는 거부할 권한이 없다. 난민이 보호 받지 않는다면, 국민도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랑희 인권활동가는 “난민들이 한국을 택한 이유는 한국이 민주주의이며 난민협약에 가입됐고 난민법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는 장식품으로 전락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지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활동가는 “20일 가까이 단식한다는 것은 목숨을 건 투쟁이다. 그럼에도 이들을 방치하고 공격하며 죽이는 자들이 있다. 난민을 반대하고 혐오하는 세력, 악플로 공격하는 사람들 그리고 바로 문재인 정부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회에 최영애 씨가 임명됐는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난민들에 대한 긴급조치를 내려 이들을 살리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난민들의 단식농성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는 난민들의 투쟁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7일 오전 11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시민공동행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16일에는 종각역에서 난민환영집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