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동자 수만 명, 흑인 생명을 위한 총파업 단행

160개 도시 곳곳 파업, 행진, 시위…‘인종과 경제적 정의를 위한 투쟁’

미국 노동자 수만 명이 인종적 불평등에 저항하는 총파업을 일으켰다.

이날 파업을 조직한 ‘흑인 생명을 위한 파업(Strike For Black Lives)’에 따르면, 20일 정오(현지 시각)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160개 이상의 도시에서 수만 노동자들이 ‘블랙 라이브즈 매터(BLM,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 운동을 지지하는 파업에 동참했다. 이번 파업은 60개 이상의 노동조합과 사회 및 인종적 정의 단체들이 조직했으며, 여러 곳에서 수백, 수천 명 규모의 파업과 시위가 일어났다. 전일 파업이 어려운 곳에선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파업에는 요양간호사, 청소원, 배달노동자와 여성 등 다양한 필수 직종의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패스트푸드, 승차공유, 공항 노동자들 역시 이 행동에 참가했다.

[출처: CNN 화면캡처]

[출처: CNN 화면캡처]

노동자들은 제도적 인종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을 규탄하며 기업과 정부에 모든 인종의 민중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집행력과 입법권을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또 임금인상을 포함해 더 나은 의료, 병가, 육아 지원을 위해 노조 결성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자들은 파업과 함께 행진이과 시위를 진행했다. 8분 46초 동안 무릎을 구부리고 백인 경찰 폭력에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비롯한 흑인 희생자들의 죽음을 추모하기도 했다. 이 시간은 백인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고 여러 번 호소하는데도 그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던 시간이다.

메리 케이 헤리 북미서비스노동자국제연맹(SEIU) 위원장은 이날 파업에 대해 “필수 노동자들은 플로이드의 죽음에 대응한 BLM 운동에 영감을 받았으며 인종과 경제적 정의를 위한 투쟁을 통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파업은) 역사적인 순간이며, 우리의 투쟁 사이의 새로운 차원의 교차점이다. 노동운동은 흑인 공동체가 발전할 때까지 우리 중 누구도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의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주도해온 ‘블랙 라이브즈 무브먼트(흑인 생명을 위한 운동)’ 조직가 아쉬-리 헨더슨은 “우리는 직장을 포함해 사회 여러 면에서 흑인 생명이 소중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행동한다”며 “이번 파업은 흑인 노동자들의 우려를 오랫동안 외면하고 노동조건과 생활임금, 건강관리 개선을 외면해온 기업을 심판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미국 곳곳 파업, 행진, 시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인종불평등과 노동자 착취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절박하게 호소했다.

미니애폴리스 세인트 폴국제공항에서 휠체어 운반 일을 5년 동안 해온 글렌 브라운은 “내 일엔 사회적 거리를 선택할 여지가 없다”며 “우리는 전선 노동자들은 우리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고 있지만 이 위험에 걸맞는 임금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청소노동자 1,500명이 파업에 나서 시청까지 행진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선 맥도널드 주방 및 계산 노동자들, 미니애소타에선 요양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했다.

오클랜드 노동운동가로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는 앤젤리 로드리게스 램버트는 “맥도널드 같은 회사가 한 손으로는 BLM을 트윗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빈곤임금을 지급하고 병가나 안전장비를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맨해튼에서는 노동조합원 150명 이상이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밖에 모여 트럼프 대통령과 상원에 히어로즈법안에 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 법안은 코로나팬데믹 기간 집에서 일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보호 장비와 필수 급여 및 실업수당을 제공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해당 법안은 하원에서 통과됐지만 상원을 주도하는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고 있고 있다.

코네티컷에선 85개 요양원의 노동자 6천 명이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흑인 및 히스패닉계 노동자와 시설 입주민들이 코로나 팬데믹 동안 적절한 보호 장비가 없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강조하기 위해 이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매사추세츠주에선 보건의료 종사자, 관리인, 기타 필수 노동자 등 약 200명이 보스턴에 위치한 주정부청사 앞에서 시위했다.

디트로이트 양로원 6곳에서도 수백 명의 노동자가 파업에 참가했다. 이들은 더 나은 의료혜택과 유급 병가뿐만 아니라 그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더 높은 임금과 더 많은 안전장비를 요구했다. 디트로이트의 하트포트 간호재활센터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토이 앤더슨은 “우리는 단지 과로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을 뿐이며, 그것은 때때로 연민을 잃게 만든다”고 말했다.

메리 케이 헤리 SEIU 위원장은 “기업들이 흑인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필수 노동자들이 전염병 발생 시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보호 장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사 노동자들은 여전히 개인 보호 장비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패스트푸드 업계 노동자들은 감염이 발생했을 때 고용주로부터 마스크를 받는 대신 강아지용 기저귀를 착용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출처: ILWU]

부두노동자 파업으로 서부해안 마비…뉴욕타임스 300명은 집단 병가

BLM에 연대하는 미국 노동조합의 집단 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9일 미국 서부해안과 캐나다 브리티비 컬럼비아 부두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U)은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애도하고 경찰폭력과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북부 워싱턴까지 9분 동안 무릎을 꿇는 행동을 진행했다. 이들은 또 6월 19일에는 하루 파업에 나서 미국 서해안 항구를 8시간 동안 폐쇄했다. 서해안 폐쇄 행동은 ILWU가 2008년 5월 이라크 전쟁에 항의하는 파업 이후로 처음 실시되는 것이었다.

미니애폴리스 버스 노동자들이 경찰이 체포한 BLM 시위대 운송을 집단적으로 거부한 일도 있다. 덴버, 포틀랜드, 시애틀 등 교사노조들도 BLM 시위에 참가하는 한편, 학교에서 경찰을 퇴출시키기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노동자 300여 명은 이 언론이 BLM 시위대를 두고 “과도하게 무력을 과시하며 행사”한다고 보도하자 병가를 내고 항의했다.

한편, 이날 파업은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공공운수노조도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흑인 생명을 위한 파업’을 지지하는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노조는 “흑인 노동자민중을 위한 정의를 쟁취하는 것이 모든 노동자를 위한 정의를 쟁취하고 정치와 경제체제의 재편을 이루어내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이를 선언하는) 흑인의 생명을 위한 파업의 목표와 우리의 목표는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