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미얀마 이주노동자 300여명, 쿠데타 반대 집회

한국서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 고국 민주화 위해 함께 투쟁

대우조선에서 일하는 미얀마 이주노동자 수백여 명이 고국에서 일어난 군사쿠데타를 규탄하며 집회를 진행했다. 한국의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면서도 독자적으로 목소리를 낸 이들의 ‘어찌 잊으리’라는 민중가요 동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미얀마 이주노동자, 이주민들은 전국적인 투쟁모임을 조직하고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다.

7일 대우조선 하청업체 소속 미얀마 이주노동자 300여 명이 대우조선 잔디구장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에 따르면, 이들은 “민주주의를 염원한다. 군사쿠데타 반대한다. 구속된 정치지도자를 석방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진행했고, 미얀마 민중가요 ‘어찌 잊으리’라는 제목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이 곡은 팝송 ‘더스트 인 더 윈드(Dust in the wind)’에 맞춰 개사한 곡으로, 1988년 네윈 군사정권에 반대하여 일어난 민중항쟁 당시 불린 주요 투쟁가이다.




<대우조선 하청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의 집회와 민중가요 번역 영상>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미조직 노동자들로 이번 집회도 노조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개최했다. 현장에는 소수의 베트남 등 타국 출신 이주노동자와 국내 노동자들이 연대해 참여했다. 이날 집회는 미얀마 이주 공동체가 6, 7일 군사쿠데타에 반대하는 집단 행동을 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것이다.

대우조선지회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는 대우조선 하청업체에 고용된 전체 400여 명의 미얀마 이주노동자 중 70% 이상이 참여했다. 이들은 용접, 사상(그라인더), 족장(발판), 도장 등의 노동을 한다. 주로 최저임금을 받으며, 유해물질이나 추락 위험 등 노동재해에 노출돼 있다. 2017년에는 대우조선 C안벽 4003호선에서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가 추락사망한 바 있을 만큼 노동환경이 열악하다.

또한 고용허가제로 인해 위험한 노동을 거부하기 어려우며 작업장 이동에도 문제를 겪고 있다. 사안마다 노동조합이 개입해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열 대우조선 부지회장은 <참세상>에 “우리나라도 민주주의를 되찾았다고 하지만 노동탄압 사안이 여전히 많은데,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매우 고무됐다.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자교육을 하고 있고 하청지회 조직화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투쟁을 보면서 이주노동자 조직의 가능성을 체감하며 더욱 박차를 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지회는 그 동안 노동운동단체들과 함께 <이주민의 노동기본권> 등을 13개 언어로 발간하고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등 이주노동자 권리 찾기와 조직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그 동안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노조가 가입할 기회가 주어지면 70%가 가입하겠다’는 문항에 이주노동자 응답자의 70%가 그렇다고 대답할 만큼 이주노동자들의 노조에 대한 관심이 큰 상황이라고 현장 노조들은 보고 있다.

[출처: 대우조선 집회 현장. 미얀마 이주노동자 묘 짜우쯔엉 씨 제공]

  8일 미얀마 현지 노동자들의 총파업 장면 [출처: 금속노조]

미얀마 이주민들, 매일 미얀마 대사관 등 전국 곳곳에서 집회

한편,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감행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해외 미얀마 사람들이 반대 시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 살고 있는 미얀마 이주민들도 함께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미얀마 이주민들은 전국으로 ‘쿠데타 반대공동회’를 조직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에 위치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며, 경남과 부산에서도 버스터미널, 지하철역, 백화점 등지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대사관 앞 집회는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영남 등 지역에서도 참여가 이뤄진다. 쿠데타 반대 공동회는 미얀마 국내에서 인터넷 차단 등을 통해 정보가 제한돼 있어 해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 외국인주민지원센터 노동상담사 또뚜야 씨는 “수십년 간의 투쟁으로 이루고 있는 미얀마 민주주의 과정을 군부가 하루아침에 짓밟은 데에 분노한다. 싸우고 싶지만 평화로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꼭 민주화를 우리 손으로 다시 쟁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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