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노동자 유혈사태, 한국 ‘우익테러’ 인물 개입했나

약진통상-경비업체 CSC-911공수부대의 기묘한 관계...“해명해야”

지난 1월에 발생한 캄보디아 유혈사태에 한국 우익테러 인물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월 2일, 캄보디아에 위치한 한국 의류기업 ‘약진통상’ 앞에서 공수부대가 투입돼 시위대에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과정에서, ‘약진통상’과 경비업체인 ‘CSC', 그리고 911공수여단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회사와 경비업체, 그리고 공수여단을 긴밀하게 연결했던 인물은, 한국에서 안기부에 지시를 받아 노조 투쟁 진압 등의 우익테러를 담당했던 A씨로 알려졌다.

[출처: http://www.phnompenhpost.com/ 화면캡처]

현지 노동자 등 증언 “‘약진통상’과 ‘911공수여단’, 긴밀한 관계였다”

캄보디아 유혈진압 현지실태조사에 참여했던 국제민주연대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해외한국기업감시’는 27일 오후 2시, 서울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현재 한국기업인 ‘약진통상’과 한국 정부는 캄보디아 유혈 진압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조사단은 여러 정황을 제시하며 한국정부 및 회사의 유혈사태 개입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선 1월 2일 약진통상 앞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으며, 사망자가 발생한 1월 3일 시위는 카나디아 공단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진통상 앞 시위에서는 처음으로 군부대가 동원됐고, 군인들은 AK-47 소총과 쇠파이프, 진압봉, 새총 등으로 무장한 채 시위대에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

약진통상 앞 시위 이후, 한국에서는 캄보디아 유혈사태에 한국기업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한 공수부대원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시위대를 진압하는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의혹은 점점 짙어졌다. 이후 ‘약진통상’은 시민사회단체에 답변서를 보내 “시위와 관련해 접촉하거나 어떤 요청을 한 바가 없고, 전적으로 캄보디아 정부의 진압활동에 따른 사안”이라며 911 공수여단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조사를 진행했던 진상조사단과 현지 노동자들의 증언은 이와 다르다. 실제로 약진통상이 위치한 곳은 911공수여단 부대 안이다. 약진통상의 공장 부지는 원래 911공수여단 부대로 사용된 곳이다. 거리상으로도 두 곳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매우 밀접하게 붙어 있다. 진상조사단이 인터뷰한 약진통상 노동자 및 공수여단 전 부대원 등의 진술에 따르면, 회사와 군부대 사이에는 비밀 통로도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군 기지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장과 연결돼 있으며, 회사가 부대에 전기를 공급한다고 한다”며 “한 약진통상 노동자는 일부 911공수여단 전직 군인들이 현재 약진통상에서 일하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911공수여단의 전현직 간부가 약진통상 물류창고 관리 등의 보직을 맡아 월급을 받고 일하다가 다시 부대로 복귀하는 사례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911공수여단의 전 부대원은 증언을 통해, 약진통상의 경비는 모두 911공수여단이 맡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약진통상의 경비업무를 맡은 사병의 월급은 약진통상이 50%, 군에서 50%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은지 활동가는 “911공수여단의 차 페카데이 여단장이 약진통상의 지분 50% 정도를 갖고 있다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캄보디아 사회에 유명하다. 실제로 차 페카데이 여단장은 ‘약진은 내 소유’라고 말하기까지 한다고 한다”며 “시위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1월 2일 양진통상 앞 진압 당시에도 군인들이 군부대 정문에서 나온 것을 본 적이 없고, 모두 약진통상 내에서 나왔다고 말하고 있다. 노동자들도 1월 2일 아침부터 군 부대원들이 약진통상 안에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노동자 유혈사태, 한국 ‘우익테러’ 인물 개입했나

더욱 큰 문제는 약진통상-911공수여단의 긴밀한 관계에 한국 우익테러를 담당한 인물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다. 현재 약진통상의 경호 업무는 ‘CSC'라는 경호 업체가 맡고 있다. CSC의 대표자에서는 물러난 상태지만, 애초 CSC를 설립한 인물은 한국에서 안기부의 지시를 받고 우익테러를 담당했던 A씨로 알려져 있다.

[출처: http://www.reuters.com/ 화면캡처]

A씨는 1995년 캄보디아로 건너가 캄보디아 군과 헌병에 특수 훈련 교관을 맡아왔다. 이후 총리 경호부대를 대상으로 경호교육, 캄보디아 특전사령관의 요청에 따른 공수교육 등도 진행했다. 전 씨는 911공수여단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는 지난 2000년 한국인 교관들과 함께 911공수여단 장교 107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레인저 교육을 시켰다.

레인저교육은 장교들을 섬에 가둬놓은 채 실시됐고, 이 과정에서 군인 4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A씨는 캄보디아 군의 정예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CSC라는 대형 경비업체 설립허가를 받아냈다.

A씨에 대한 인터뷰는 언론에도 여러 차례 실렸다. 그는 1980년대 안기부에 지시를 받아 석촌호수 포장마차 철거, 서초동 꽃동네 철거, 대우중공업 농성 해산, 현대중공업 농성 해산 등 우익테러를 담당해 온 인물이다.

A씨는 2002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석촌호수 포장마차 철거를 비롯해 서초동 꽃동네 철거, 대우중공업 농성 해산, 현대중공업 농성 해산, 이거 모두 제가 했습니다. 다른 건 알려고 하지 마십시오”라며 “애국심 차원에서 합법적으로 했으므로 죄 될 것도 없고 미안한 마음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은지 활동가는 “약진통상 경비는 모두 911공수여단 부대원이 맡고 있다는 전 부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결국 911공수여단 부대원들이 CSC 직원의 형태로 약진통상의 경호를 맡았다는 것이 된다. 이는 1월 2일 약진통상 앞 폭력진압의 책임이 CSC에게도 있다는 것”이라며 “CSC는 911공수여단과의 관계에 대해 ‘모른다’고만 한다. 하지만 경비원 채용 기록을 비롯해 여러 가지 증명을 통해 의혹을 해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약진통상 측은 911공수여단과의 관계에 대해 “군부대의 진압 사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27일 해외한국기업감시에서 새롭게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 답변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약진통상 측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을 비롯해 홍콩, 필리핀, 대만, 영국, 벨기에 등의 국제 노동활동가, 학자 인권활동가 등 12명의 국제조사단은 지난 1월, 캄보디아에 방문해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민주노총과 국제민주연대 활동가 등이 진상조사단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1월 14일부터 20일까지 파업 노동자 및 피해자들에 대한 집중 인터뷰를 실시했으며, 사건 발생 장소 방문, 캄보디아 의료산업 관련 정보 수집 등을 진행했다. 직접 진상조사단에 참여한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과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캄보디아 유혈진압 현지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캄보디아의 노동상황과 총파업 이전 및 이후 사건들, 노조 및 노동자들의 요구사항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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