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반정부 시위 격화...총리 사퇴

총선 연기에 정부 퇴진 요구...유엔평화유지군 발포로 1명 사망

총선을 연기한 아이티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총리가 결국 사퇴했다.

<가디언> 등에 의하면, 13일(현지시각) 로랑 라모트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임기를 다한 느낌이다. 이 나라는 깊고 역동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사퇴의 입장을 밝혔다. 라모트 총리는 미셀 마르텔리 대통령이 2012년 임명했으며 차기 대통령 여당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출처: 레볼루션뉴스]

중남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 아이티에서는 약 1달째 대통령과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진행 중이다. 시위는 10월 26일로 예정됐던 총선을 정부가 다시 연기하면서 일어났다. 사람들은 2011년 취임한 마르텔리 대통령이 총선을 계속 지연시키면서 독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타이어를 모아 불을 질러 거리를 봉쇄하고 경찰서를 습격하는 등 정부에 대한 분노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격렬한 행동이 이어지면서 시위는 점차 소요 사태로 확산돼 왔다. 주로 수도에서 일어났던 시위는 지난 12일 유엔평화유지군이 발포한 총에 1명이 사망하면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정부는 여당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야당이 선거법 개정을 가로막아 선거가 연기된 것이라면서 이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고 있다. 또 총리는 사퇴했지만 대통령은 아직 의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야권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방문하는 15, 16일에도 대중 시위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극심한 빈곤과 지진 악영향 계속

아이티의 새로운 봉기는 계속되는 빈곤, 2010년 지진의 여파 속에서 발생한 일이다.

아이티 노동 인구의 3분의 2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다. 인구의 80%는 하루 2달러 이하의 돈으로 생활하는 빈곤 속에서 살아가며 이중 절반은 1달러도 쓸 수 없다. 외국에서 송금하는 가족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사람이 많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인구의 50% 이상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다. 사망자만 무려 25만 명을 낳은 2010년 지진이 일어난 지 4년이 지났지만, 수만 명이 임시숙소에서 생활하는 등 많은 이가 여전히 당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유엔평화유지군이 옮긴 콜레라로만 8,500명이 사망했다. 쿠바가 인도적인 지원을 위해 파견한 의사들이 없었다면 의료체계는 무너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약 700명의 쿠바 의료진이 아이티에서 일하고 있다.

아이티는 1804년 식민제국 프랑스에서 독립한 후 이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가 됐지만, 미국이 강요한 신자유주의 정책 등으로 인해 가장 가난한 곳으로 전락했다고 <융에벨트>는 지적했다.

독립 후 프랑스 노예주들이 요구한 배상 문제는 1922년까지 아이티 재정을 거덜냈으며,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정으로 아이티의 산업과 시장은 미국에 종속돼갔다. 아이티에서 1990년 처음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는 미국이 지원한 쿠데타로 쫓겨났다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신자유주의 정책 수용을 약속한 뒤에야 복귀할 수 있었다. 2000년 11월 아리스티드는 91%의 득표율을 얻으며 2번째 임기를 시작했지만, 2004년 미국이 후원한 폭동에 국외로 도주했다. 아이티에는 당시부터 현재까지 약 1만 명의 유엔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있다. 아이티인들은 이 군대를 ‘점령군’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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