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 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바람

[해외] 사우디 와하비즘이 뿌리, 긴급 대처 필요

[편집자주] 아래 글은 동남아시아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확산을 분석한 글이다. 이 글의 필자인 데니스 이냐시오는 전직 말레이시아 외교관으로 런던, 베이징, 워싱턴에서 근무했으며, 주 칠레, 주 아르헨티나, 주 캐나다 대사를 지냈다. 일부 내용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으니 양해바란다.

내가 1972년에 말레이시아 외교관이 됐을 때, 동남아시아 지역의 주된 외교적 관심사는 동남아 국가들이 중화인민공화국이 지원하고 조종하는 공산주의에 도미노처럼 넘어가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도미노는 (베트남, 캄보디아, 그리고 라오스까지 넘어간 뒤) 멈췄다.

오늘날, 이 옛날의 도미노 이론(도미노 게임처럼 하나가 넘어지면 줄줄이 패가 넘어가므로 공산주의 진출을 처음부터 막아야 한다는 정치이론)이 잘 들어맞을 새로운 위험이 나타났다. 바로 이슬람 극단주의다.

폭력적인 지하드 단체들은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IS)에서 영감과 지원을 받으며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그리고 타이에서 싹을 틔웠다. 죄없는 민간인에 대한 무장 공격, 자살 폭탄, 참수, 폭력 등이 뉴스가 되었다.

동남아의 젊은 이슬람인들은 또한 가장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지하드 단체들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의 전장으로 가고 있다. 최근 <자카르타 글로브>에서는 500명이 넘는 인도네시아인들이 “이슬람국가”에 가담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에서 전투 중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인들은 심지어 따로 말레이어를 쓰는 이들을 위한 부대를 구성하고 있고 자살 임무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몇몇 전문가에 따르면, 동남아지역 지하드 단체들은 시리아 내전을 이용해 나중에는 자국에서 활동할 전투경험과 이념을 갖춘 지원자들을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동남아 각국의 치안당국은 “이슬람국가” 조직원들과 동조자들을 소탕함으로써 대응하고 있다.

걱정만 하는 동안, 종교 극단주의는 이제 이슬람 사회 안에서 경보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동남아 지역 전체에 깊은 정치적, 안보적 함의를 담고 있다.

   이슬람교 순례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있는 마스지딜 하람에서 카바 신전을 순례하고 있다. [출처: UCANEWS.COM]

한때는 온건 이슬람이었던 말레이시아가 이제는 이 나라를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릴 수 있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날카로운 설전을 벌이며 분열되고 있다. 샤리아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협박을 받는다. 게다가 경찰청장이라는 인물은 샤리아에 문제를 제기하면 “이슬람국가”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말레이시아처럼 헌법상 정교 분리 국가이고 민주 국가인 나라가 지금 수족 절단, 참수, 돌로 쳐 죽이기, 심지어 십자가 처형 등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쓰라린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것보다 더 근본적이지만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문제가 하나 있다. 중동 상당 부분에 스며든 이런 불관용과 증오, 폭력의 문화가 왜 지금 동남아에서 나타나고 있는가? 어떤 이유로 이슬람 극단주의의 밀물이 이 지역의 취약한 민주주의를 압도하려 위협하고, 국가 건설을 방해하며 그러잖아도 허약한 종교간 관계를 더 약화시키고 있는가?

와하비즘

분명히,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극단주의는 진공 상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지역 안에서 씨가 뿌려진 것도 아니다. 안보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열심히 수출하고 있는 와하비즘이 이 지역에서 극단주의가 자라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점점 더 많이 지적하고 있다.

와하비즘은 사우디의 공식 종교로서, 18세기의 금욕주의 설교자이자 학자인 무함마드 이븐 압드 알와하브(1703-92)의 이슬람 해석에 바탕을 둔 것으로 아주 적대적이고 편협하며 강경한 이슬람 종파다.

시간이 흐르면서 와하비즘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치종교 신학이 되었다. 자기와 다른 종파는 모두 이단으로 보고 다른 종교, 문화에 대해서는 절대 관용하지 않으며, 인권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전혀 사랑하지 않으며 서구적 가치관을 영원히 증오한다. 와하비즘은 가혹하고 엄격하며 용서가 없고 폭력적이다.

와하비즘의 궁극 목적은 사우디 왕가로 가정되는 칼리파(지배자)가 지배하는 유일 신앙(와하비즘)의 세상으로 전 지구가 통일되는 것이다. 와하비즘의 대전략은 그저 중동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지배를 추구한다.

지난 수십 년간, 사우디는 세계 각지에 와하비즘을 수출하는 데에 1000억 달러(100조 원)가 넘는 돈을 써 왔다. 수천 개의 이슬람 사원과 신학원, 대학, 학교, 지역센터를 지었다. 수많은 설교사, 교사, 활동가를 교육, 훈련시켜 세계 곳곳으로 파견했다. 물론 와하비즘에 따른 교과서와 문서들을 가지고서.

이 사우디-와하비 연계고리는 수니파의 종교 담화를 옭아매고 있어서 지금은 그 관점이 지배적이다. 사우디 왕가는 또한 (메카와 메디나) 두 성지의 수호자라는 이슬람 세계 안에서의 독특한 지위를 능숙하게 이용해서 전 세계 이슬람 사회에 전략적 영향력을 키워 왔다.

사우디에 근거를 두고, 사우디가 자금을 지원하는 이슬람세계연맹(MWL)은 1962년에 설립됐다. 이 단체는 와하비즘이 전파되고 통제되는 주된 통로 가운데 하나다. 와하비 신학과 실천을 세계적 차원에서 적극 전파한다. 5대륙에 걸쳐 56개가 넘는 지부와 센터가 있다. 그러므로, 와하비즘이 현대 세계에서 비록 전적으로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주요 세력으로 떠오른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의심할 바 없이 사우디-와하비 연결고리는 현대 세계에서 평화와 안정에 대한 가장 큰 단일 위험요소가 됐다. 그리고 동남아에서도 와하비즘이 침투하기 시작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 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으며 영향력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 다음번 전장?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급진주의 단체 대부분은 9.11 테러범들이 그랬듯 사우디-와하비 연결고리와 연계돼 있다. 한때 빈라덴의 매부가 이끌었던 국제이슬람구호협회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미국 재무부는 이 단체의 지부 일부를 테러조직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 뒤 몇 해가 지나면서 사우디는 또한 동남아에 와하비즘으로 훈련받은 학자, 설교사, 교사들을 상당히 키워 냈다. 이들 상당수는 이제 더 강한 이슬람화를 선동하는 단체와 운동의 선봉에 서 있으며, 샤리아의 실행을 요구하고, 다른 종교에 대한 더 강한 통제를 밀어붙이며, 정부 정책과 여론에 영향을 주기 위해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동남아의 점진적 “사우디화”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 각국 정부는 외부로부터든 내부로부터든 간에 이러한 와하비즘의 성장에 전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부인만 하는 상태처럼 보인다. 사우디-와하비즘이 퍼지는 근본 토대는 건드리지 않은 채 당장 극단세력이 저지르는 일만 막는 미온적 대응이다. 이들 정부는 또한 사우디가 지닌 종교적 신뢰성에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자기자신이 사우디의 부에서 얻는 이익에 홀려 있다.

더 나쁜 일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일부 정치인들 때문에 이러한 나태함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지금 말레이시아에서 샤리아법을 놓고 벌어지는 정치 게임은 이미 그 해악이 엄청남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본보기다. 브루나이에서는 왕이 먼저 샤리아 법으로 가득찬 이슬람국가라고 선제 선포하고 다른 종교를 제한함으로써 이슬람주의자들(의 공세)을 우회 회피하고 또한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 해 왔다. 그런 전략이 극단주의자들을 (미리) 막았는지 아니면 오히려 그들의 식욕만 돋우었는지는 오직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동남아 각국 정부가 재빠르고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이들이 지난 수십 년이라는 시간을 쓰면서 발전시켜 온 활기차고 안정된 사회 대신에 이 지역이 폭력과 불안정, 그리고 정체상태에 빠질 진정한 위험이 눈앞에 있다.

지하드 단체들에 대한 대책에 더해 당장 급하게 취할 조치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와하비즘이 동남아 나라들에 끼치고 있는 피해에 대해 사우디인들과 진솔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극단주의를 키우는 기반구조(여러 기관들, 단체들, 학교, 이슬람학교(마드라사), 원조기금, 극단주의 문서들의 배포)를 구분해내고 해체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동해야 한다.

다원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고, 그러한 가치관을 정치, 교육, 사회, 그리고 법률 분야에 적극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긴급 행동을 취하면 이 지역의 다수 온건파 이슬람인들이 중간 지대를 되찾고 도미노가 극단주의 앞에 무너지기 전에 그들의 신앙이 지닌 온건하고 평화적이며 관용적 본질을 다시 주장할 공간과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번역]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원문] http://www.ucanews.com/news/the-wahhabi-threat-to-southeast-asia/73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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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행

    내용은 좋은데 내용을 추려내기가 힘든 번역이 있어 보입니다. 번역에 신경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