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식 공유경제의 민낯, 세련된 노동 유연화인가 상호부조인가

[워커스] 기술문화비평

공유경제는 자원과 노동을 나눠 쓰는, 시장 효율을 극대화하는 경제 유형이다. 즉 공유경제에서의 ‘공유(sharing)’는 단순히 남는 유무형의 자산을 최적화하는 행위, 즉 자본주의 체제 내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적소 배치에 방점을 찍는다. 오늘날 공유경제에 참여하는 대중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상의 프로그램과 앱들을 매개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산들(집, 노동, 집기, 공간, 기계, 시간 등)을 나누어 쓰도록 매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꽃이자 핵심은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비정규 프리랜서 계약을 성사시키는 장이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면서 자원의 교류를 성사시키는 곳이다. 플랫폼의 구조는 단일 소유자 혹은 운영자와 수많은 개별 사업자(프리랜서들)의 자유 계약 관계로 구성된다. 플랫폼 운영자는 공식적으로 ‘브로커’(broker)라고 불린다. 공유경제의 효율과 혁신은 이 플랫폼을 통해 개인이 내놓는 유·무형 자산을 어떻게 잘 배치하고 제공하고 소비하도록 하는가에 달려 있다.

  2015년 폴란드 택시노동자들이 우버에 반대하며 시위하는 장면 [출처] commons.wikimedia.org

동시대 공유경제가 4차 산업혁명의 주력인지, 아니면 시장 약탈의 변형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몇 가지 우려할 사안들만 짚어보자. 먼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대 만인 프리랜서라는 공식이 또 다른 노동 유연화로 비춰지고 있다. 즉 공유경제가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노동 종속과 플랫폼 독점이윤이라는 또 다른 노동 불평등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겉보기에는 플랫폼에서 직접적인 노동통제란 존재하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노동을 제공하고 이용자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듯 보인다. 일단 플랫폼 브로커들은 공장이나 사무실 부지 등 물리적 공간 없이도 가상의 플랫폼 영업을 통해 사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매달린 프리랜서들의 처우다. 그들은 자신의 생산수단, 즉 노동, 시간, 자산, 지식 등 자원을 플랫폼에 위탁하지만 플랫폼 공유 이익의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기 보다는 사업자 중심의 이윤 독식 논리가 압도한다. 자발적 방식으로 이용자들은 부지런히 플랫폼을 매개해 일하고 자신의 자원을 나누면서도 그 가치 대부분이 브로커에게 포획되는 기제에 놓인다. 결국 공유경제는 우리 대부분을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평등화하는 ‘긱경제’(gig economy, 임시직경제)로 몰아넣는다.

둘째, 긱경제의 노동 플랫폼 문제는 국내 시장에서 더욱 복잡해진다.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라는 유사 플랫폼 서비스가 덧붙여진 까닭이다. O2O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점에서 긱경제와 유사하지만, 자원 소비자와 공급자의 역할 교환이 어렵다는 점에서 차이를 지닌다. 우후죽순 격으로 생성되는 플랫폼들, 예컨대, 요기 어때, 직방, 요기요, 배달의 민족, 알바천국, 알바몬 등은 중소 상인들과 이용자를 연결해 유통 수익을 남기는 새로운 플랫폼 앱 니치 비즈니스 업체들이다. 이들 플랫폼들은 대체로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브로커로 참여해 유통 효율성을 늘리면서도 이윤 배분의 옥상옥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O2O 플랫폼에서 오토바이 배달과 알바 등 노동을 제공하는 대부분의 프리랜서들과 플랫폼 가맹 자영업자들이 그 부담을 지고 있다. 노동을 제공하는 청(소)년들은 아예 각자 개인 사업자로 강제 등록해 움직이며 안정적 고용 박탈은 물론이고 버는 임금 중 많은 부분을 브로커에게 떼이면서 노동 사각지대에 몰리는 신봉건제적 수탈에 시달리고 있다.

셋째, 공유경제는 원래 쓰지 않는 유·무형의 자원을 나누면서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이는 본래 상품이 아닌 것, 즉 시민들 자신의 공통재(the common)이던 것들, 예컨대, 마을에서 이웃과 친구들과 함께 하던 식사, 잠자리, 자동차 풀링, 남는 시간 허드렛일 등 상호부조의 일상 문화까지 거의 모든 것을 시장가치로 전유하는 식신에 가까워져 간다. 우리의 오래전 공유문화들, 예컨대 조선 시대 두레나 품앗이 등 상호부조의 공동체 문화, 80년대 달동네 서민들 간의 이웃사촌 문화, 최근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 문화 등으로 이어지는 비자본주의적이고 비시장의 호혜적 덕목들마저 새로운 유형의 플랫폼 시장 기제 안으로 흡수하려는 경향이 크다. 남는 시간에 이웃집 일을 돕고 여름 휴가 동안 자신의 빈집을 동료와 공유하고 맞벌이 엄마를 대신해 이웃 어른들이 빈집 아이들에게 저녁을 지어주고 여름에 대학생들이 시골 일손을 돕는 행위 등은 화폐의 교환 없이도 잘 유지될 수 있었던 고유의 비시장 문화적 덕목들이다. 하지만 이도 거의 남김없이 플랫폼에 의해 시장 경제로 귀속되는 과정을 겪고, 공유의 미덕은 오로지 시장과 플랫폼을 통해서만 얘기되는 때가 도래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플랫폼을 매개해 발생하는 이용자 프리랜서들의 또래 협업적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소유와 통제는 단 하나의 소유자에게 몰리는 모순 관계에 처한다. 결국 플랫폼 경제의 사활은 시장 플랫폼의 좀 더 호혜적 운영과 이익의 공정한 배분에 달려 있다. 프리랜서들이 플랫폼 소작 노동을 수행해서 받을 정당한 몫 대부분이 플랫폼 업자의 것으로 자동 귀속된다. 네이버,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웹 브로커들은 물론이고 에어비엔비, 우버 등 자원공유 브로커들은 이용자 프리랜서들의 ‘잉여’ 활동을 노동으로 가치화하면서 돈을 버는 이들이다. 오늘날 플랫폼 자본주의는 자원 운영에 대한 통제와 가치 귀속이 브로커들에게 대부분 흡수되면서, 프리랜서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물론이거니와 생존권까지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무늬만 나눌 뿐 나눈 것의 정당한 분배와 증여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 오늘날 공유경제의 실체다.

현재 우리에게 공유경제의 실체는 시장 바깥에 머물던 유·무형 자원들의 시장 강렬도를 더욱 깊고 더욱 유연하게 완성시키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이제까지 공유경제는 편리성과 효율성이란 테크놀로지의 미사여구로 치장된 채 등장했지만, 과연 그것이 사회혁신의 과정에 중요한 촉매가 되고 있는지 또는 결정적 장애가 되고 있는지를 이제 제대로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플랫폼 노동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네 공유경제 띄우기가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 시장의 약탈과 야만성을 기술의 세련됨으로 살짝 덧대는 새로운 노동시장 유연화의 논의인지, 아니면 21세기 진정한 상호부조의 전통을 부활시킬 수 있는 길인지를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워커스 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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