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를 소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워커스 미디어택]위너의 음원 1곡, 700원 결제가 망설여졌다

YG는 SM·JYP와 함께 ‘3대 기획사’로 불리며 한국 음반시장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으로 빅히트가 떠오르기 전, 그리고 버닝썬 사태 이전까지 말이다. 이 글은 YG엔터테인먼트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YG ‘남돌(남자 아이돌)’을 파던 한 팬의 고백이기도 하다.

YG는 빅뱅의 탄생을 시작으로 한국 가요계 한 축을 장악해왔다. 빅뱅은 단순히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 추는 것을 넘어 작곡 능력을 갖춘, 무대에서 놀 줄 아는 아이돌로 그룹명 그대로 가요계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런 빅뱅의 데뷔는 K-pop 역사상 ‘아이돌 2세대’로의 시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출처: Kimberly Mayte Hernandez]

YG의 고민은 멤버들의 군입대를 앞둔 ‘빅뱅’을 이을 후속 보이그룹에 있었다. YG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작된 계기다. “데뷔하느냐, 해체되느냐” 슬로건으로 진행된 Mnet 〈WIN: Who Is Next〉는 큰 화제를 모았다. 그렇게 ‘위너’(강승윤·이승훈·송민호·김진우·남태현)가 탄생했다. 곧바로 Mnet 〈MIX & MATCH〉를 통해 ‘아이 콘’(비아이·김진환·바비·송윤형·구준회·김동혁·정찬우)이 데뷔했다.

‘빅뱅’, ‘위너’, ‘아이콘’의 음원들은 풀리는 순간 멜론 등을 통해 1위를 찍는 보증수표와도 같았다. 필자 역시 다르지 않았다. 특히, ‘YG 내 미운오리새끼’로 불리던 ‘위너’를 픽했다.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그 송민호 있는 팀?”이라고 묻는다면 맞다. 쉴드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번의 실수”라는 말을 뱉은 적도 있다. 물론, 계속되는 성적 대상화 가사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는 “포기야”를 외쳤지만. 그럼에도 위너라는 그룹은 쉽게 포기하기 어려웠다.

승리의 불구속, 분노는 YG를 향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버닝썬 사태가 벌어졌다. 폭력, 마약유통, 강간, 디지털성범죄, 탈세, 경찰유착 의혹의 중심에 빅뱅의 승리가 있었다. 승리는 ‘성매매 알선’, ‘성매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승리 구속영장에는 2015년 크리스마스 파티와 클럽 아레나에서 외국인 일행에 성접대한 의혹이 포함됐다. ‘성매매처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 범죄였다. 정준영과 최종훈에 이어 승리 또한 구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아니, 구속돼야 했다. 구속사유로 제기되는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승리는 풀려났고, 대중은 분노했다.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실제 2017년 필리핀 팔라완 승리 생일파티에서 벌어진 성접대 의혹은 영장에서 빠져 있었다. 경찰과의 유착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대중의 분노가 정확히 YG를 향한 건 그 시점으로 보인다.

사실 YG는 버닝썬 사태 초기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YG사옥에 파쇄 서비스 업체 차량이 나타나 두 시간에 걸쳐 박스와 트렁크를 싣고 떠났다는 보도(2월 28일)가 나왔다. YG 측은 “정기적인 문서 파쇄 작업”이라고 해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웠다. 그 시각 승리는 경찰에서 자진출두했다. YG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맨 것처럼 보이는 것은 망상일까.

YG 관련 의혹 기사들도 끊임없이 쏟아졌다. 승리 소유로 알려진 클럽 ‘러브시그널’의 실소유주가 양현석 대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러브시그널 소유주 법인 A주식회사의 지분 70%를 양현석 대표가 나머지 30%를 양 대표의 동생 민석 씨(YG 이사)가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양 대표의 성접대 정황도 나타났다. MBC 〈스트레이트〉는 양 대표가 동남아시아 재력가들을 만나는 자리에 유흥업소 여성들을 대동시켰다고 폭로했다. 최근에는 아이콘 멤버 비아이(김한빈)의 마약 투약을 양 대표가 무마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2016년 8월 A씨와 나눈 카톡을 보면, 비아이는 “너랑은 같이 (약을) 해봤으니까”라고 답한다. A씨는 비아이의 요구로 LSD(환각류 마약) 10장을 숙소 근처에서 전달했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A씨는 진술을 번복했다. 그 결과, 비아이는 소환조사도 받지 않았다. ‘YG는 얼마나 경찰권력과 유착된 거야’라는 짜증은 폭발하고 있다.

노래만 좋다면 YG라도 상관없다?…그들의 경영철학과 닮았다

이 시점에서 YG의 경영철학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YG는 ‘실력만 있다면 다른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성장해왔다. “YG 패밀리 패밀리 패밀리”로 불리는 그들. YG는 그 패밀리주의로 똘똘 뭉쳐 그들만의 성을 완성해갔다. 비아이가 A씨에게 마약을 구해달라며 “나 평생 할 거야. 천재 되고 싶거든”이라던 말은 YG 패밀리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YG에서는 음악적 능력만 있다면 여성혐오, 범죄 따위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게 높은 성을 쌓은 YG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대학축제에서 YG 소속 가수들에 대한 보이콧에서 출발했다. 명지대 대학축제에 아이콘이 초대되자 “YG를 소비하는 행위는 악질 범죄 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동조”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한양대에서도 위너가 초대되자 “우리의 등록금이 범죄의 온상 YG로 흐르는 데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같은 YG 보이콧 사태는 그 반대로 곤혹(?)을 치른 영화 〈걸캅스〉를 떠오르게 한다. 여성 서사를 다룬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대에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전면적으로 다룬 영화. 해당 영화에 대한 여성 관객들의 만족감은 컸다.

그리고 손익분기점을 넘어 유사한 영화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열망은 ‘영혼 보내기’ 운동으로 이어졌다.

영화 〈걸캅스〉에 대한 ‘영혼 보내기’ 운동과 관련해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위근우 씨는 “여성들이 기울어진 것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해 하는 소비자 운동”이라고 해석했다. YG에 대한 보이콧과 영화 〈걸캅스〉에 대한 영혼 보내기 운동. 그 적극적인 소비자 운동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그것이 ‘YG 음악을 소비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 봐야할 이유다. 노래만 좋다면 그뿐일까. 어쩌면 그것은 ‘실력만 있다면 다른 건 다 상관없다’는 YG식의 경영철학과 같은 게 아닐까.

5월 중순 위너의 새 음반 〈WE〉가 공개됐다. 손꼽아 기다려왔던 앨범. 그러나 현재는 버닝썬 사태를 경유한 한국사회의 2019년이다. 위너의 새 앨범에 수록된 ‘몰라도 너무 몰라’ 음원 한 곡을 다운받는 데에는 클릭 한 번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아주 길게 망설였다. 그 음원의 금액은 700원. 딱 그 불편한 만큼만 실천해보기로 한다. YG를 소비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다. “10년 동안 즐거웠다, YG. 굿바이~” [워커스 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