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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대내외로 드러난 실력차 '완패'우려
[5차협상정리]① 상품, 농업, 섬유, 무역구제 분과
한미FTA 5차 협상이 마무리 됐다. 양측 협상단은 ‘연내 타결’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한국 협상단은 ‘최소한’ 무역구제 정도는 성과를 내야 한다며 금번 협상의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모두 물 건너간 상태로 5차 협상은 마무리 됐다.

정확히 표현돼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무역구제와 의약품/자동차 작업반 협상의 상호연계를 ‘빅딜(big deal)'이라 한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 보면 절대 'deal'이 될 수 없는 조건이다. 실 내용의 질적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미FTA 협상의 현재 국면은 동등한 조건의 'deal', 거래, 협상이 아니다. 협상 ’타결‘이라는 명분을 잡기 위한 ’구걸하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협상 개시 선언을 위해 스크린쿼터, 쇠고기, 의약품, 자동차배기가스 등 핵심적인 요구 사안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어줬던 전례와 그로 인한 후과로 전방위적 압력을 받고 있는 현재 상황을 비춰 볼 때 이는 더욱 분명해 진다.

현재의 한미FTA 협상은 타결내용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여부를 일체 따지지 않은, 무조건 협상이 '타결'되기만 하면 좋은 것이라는 식의 '묻지마 협상'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상품무역..계속되는 숫자 맞추기.. 핵심은 빠져 있다

지난 4차 제주 협상에서 양국은 품목별 즉시철폐를 기준으로 한국은 80%, 미국은 77% 로 양국의 차이를 줄였다. 미국 협상단은 단계적으로 개선안을 내면서 생색을 내며 다른 분과 협상을 압박한 반면 한국은 이미 3차 협상에서 한국 수입액의 74%(품목수 80%)에 달하는 즉시철폐 양허안을 통 크게 내놓으면서 끌려 다녔다.

당시 ‘숫자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일었던 이유는, 미국 협상단이 내 놓은 개선안의 주요 내용에는 자동차, 건기전자 품목 등이 빠진 양말 등과 같은 비관심 품목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중미국가, 호주 등과 의 FTA에서 95% 이상의 품목에 대해 즉시 무관세화 한 것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이 성의 있게 개선안을 내 놓은 것이라 보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5차의 상품 무역분과의 협상은 이런 협상 경과의 바탕에서 시작됐다.

김종훈 한국 협상단 수석대표는 “공산품 관세 양허안(개방안) 협상에서 종전의 중기 관세철폐 품목 중 미 측이 206개 품목(교역액 기준 6억달러)을, 우리 측이 204개 품목(3억9천만달러)을 각각 즉시 관세철폐로 옮기는 등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협상 개시에 앞서 관세철폐 이행기간이 '3년, 5년, 10년'내 있는 중간단계(middle-range)의 공산품을 각각 1500여개씩 갖고 출발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측이 관세철폐기간 중간단계(middle-range 3,5,10년)인 품목 중 TV, 카메라, 피아노 등 206개 품목을, 한국이 플라스틱 제품 류, 스피커, 음향기기 등 204개 품목을 즉시 철폐대상으로 옮기는데 양측이 합의한 것이다.

이로써, 즉시 관세철폐 품목은 품목수 기준으로 미국이 종전 77.4%에서 80.3% 수준으로 높아졌고 한국 측은 80.1%에서 82.5%로 상향됐다. 그리고 남아있는 기타품목은 미국이 106개, 한국이 165개로 각각 감소했다.

또한 세부 내용으로 미국 세관 당국이 외국 화물에 징수하는 연간 4천 700만 달러 규모의 물품 취급 수수료(0.21%)를 철폐하는 것에 합의 했다.

그러나 협상의 진전이란 평가 속에서도 여전히 숫자 맞추기로 보이는 이유는 구체적인 내용 공개가 없는 상황에서 %만 제기되는 상황과 그간 한국 협상단이 주요하게 요구해 왔던 자동차 조기 관세철폐 및 부품과 관련한 내용이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는 상황 때문이다. 상품분과는 쟁점을 남겨 둔 채 가지치기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쌀..어차피 고위급에서 해결될 문제..그 외 무엇을 논의하고 있는가

지난 4차 협상에서 농업 분과는 통합협정문이 작성됐다. 또한 국내 산업 보호제도로 관세할당(TRQ) 도입 및 특별세이프가드 도입 등도 합의했다. 이런 협상의 진전에는 284개의 민감품목 중 상치, 토마토 등 52개의 개방 시기를 앞당겼기 때문이다. 농업 분과는 사실상 4차 협상에서 물밑작업을 끝내고, 5차 협상에서 본협상을 시작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한미FTA 5차 협상에서 지금까지 양허수준에 이해를 같이한 비민감 품목에 대한 양측간 합의를 확인하고, 민감 품목별 관심도와 민감성에 관한 의견 교환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내외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 확대에 대한 압력에 대해 '쌀'과 더불어 ‘쇠고기’ 의 민감성을 설명하며, ‘특별취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협상과정에서는 민감품목인 곡물과 쇠고기, 과일 채소의 순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참고로 미국은 2006년 美 무역대표부가 발표한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의 농산물 전체의 단순평균 관세율이 52%, 전품목 단순 평균 관세율은 11.2%로, 농산물 교역에 상당한 무역장벽이 있음을 지적해 왔다. 또한 사과, 쇠고기, 복숭아 통조림, 과일 칵테일 통조림, 포도주스, 허브차, 배 등 부과되고 있는 40% 이상의 관세율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또한 2005년 비준된 쌀 협정과 관련해 미국 산 쌀 의무 수입량이 지켜지고 있는 여부에 관심을 가질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측은 예외 없는 관세 철폐를 원칙으로 협상에 임했지만 최대 민감품목 중에 하나인 '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배종하 농업분과장이 협상 초기 밝힌 바와 같이 ‘쌀’을 포함한 민감품목들은 결국 고위급 회담에서나 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무역장벽 보고서의 내용에서 처럼, 비준된 내용을 준수하는가를 우선 대상으로 정할 수도 있다.

분명한 점은 한미FTA 협상에 미국 협상단이 '쌀'에 대해 무조건적인 관세 철폐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WTO에서 2014년 까지 쌀 수입 자유화를 연기하는 조건으로 10년간 모두 2278만 석의 외국 쌀을 의무 수입하기로 했다. 미국과는 매년 34만석의 연간 할당 수입 물량을 이미 정해 놓았다.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려면 모든 WTO에서 관세율을 인증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한국이 한미FTA를 통해 미국산 쌀에 대해서만 자유로운 수입을 허용한다면 가트 24조와 13조에 위반임과 동시에, WTO 한국 쌀 양허표 위반이 된다. 말 그대로 '쌀'을 예외로 하겠다는 정부의 선전과 '쌀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미국측의 주장은 여론 선전용인 셈이다.

또한 지난 4차 협상에서 초벌적으로 합의한, 특별세이프 가드는 WTO 농업협정문 조항에 이미 반영된 내용으로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내용이다. 그리고 관세할당(TRQ)의 경우도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에서 보장한 내용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합의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4차 협상 이후, 협상 내용을 기반으로 농업 분과 수정 양허안이 전달 된 상황에서 어떤 내용이 수정된 상태로 교환됐는지에 대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고위급 협상으로 격상된 섬유분과.. ‘만족할 만한 기본틀 마련’이 뭘까

섬유 분과는 예정대로 5차 협상 마지막 날인 8일 워싱턴에서 차관보급 고위급 협상이 진행됐다. 한국은 이재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 본부장이 미국에서는 퀴센베리 USTR(무역대표부) 섬유협상 대표가 참석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별도 차관보급 섬유 분과 협상에 대해 “만족할 만한 기본틀은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간 섬유 분과에서 한국 협상단은 ‘관세 조기 철폐’와 ‘재단 봉제 기준’의 원산지 규정 등 핵심적으로 두 가지를 요구해 왔다.

미국 협상단은 섬유세이프 가드, 우회 수출, 세관 협력과 원사를 기준으로 하는 얀포워드 원칙을 계속 주장해 왔다. 또한 섬유가 미국에 민감한 분야인 만큼, 미측은 어떤 형태의 세이프가드가 있어야 하며 다른 나라 섬유가 한국산으로 둔갑해 우회수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세관당국간 협력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협상 보고에서 김종훈 수석대표는 “해결방향에 확정적으로 합의한 게 아니어서 소상히 말하기 힘드나 좋은 출발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사실상 대표협상이 격상된 가운데 진행된 협상인 만큼 실무 협상의 부담을 줄였다는 것과, 고위급 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단 섬유분과 외 다른 분과의 협상을 어떻게 연계했는가가 '좋은 출발'의 성과를 가늠할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라진 ‘개성’ 결국 고위급으로 넘어가나

양측은 통관절차/원산지분과에서는 고무, 가죽, 구리 제품 등 절반 정도의 원산지 기준에 합의 했다. 또한 12월과 내년 1월 중에 1~2차례의 추가 별도협상을 할 예정이다.

그간 협상의 화두가 됐던 ‘개성공단 상품에 대한 역외가공 인정'의 문제는 이번 협상에서 제대로 거론되지 못했다. 그간 4차 협상까지 '한국 협상단의 입장'이라며 강공하게 '개성'을 의제화 해 줄것을 주장해 왔던 전례와 태도를 고려했을 때 상당한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지점이다.

물론 이번 협상에서도 우리측의 입장을 전달했다고는 하나, 북핵실험 국면 이후 '개성' 의제는 한국 협상단의 ‘의지’와 상관없이 협상에서 다루기 불가한 의제였음이 5차 협상에서 최종 분명해진 셈이다.

결국 초기 논의 당시, 양국의 '고위급 회담'이 아니고서는 풀릴 수 없다는 주장 처럼, 별도 예외 규정을 두거나 고위급 회담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핵심은 사라지고.. 앙상한 명분만 남은 무역구제

한국 협상단은 금번 협상의 최대 목표로 ‘무역구제의 진전’으로 꼽았다. 미국 무역촉진권한법(TPA)상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미국내 법 개정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TPA 법상 연말 시한이 문제가 됐다.

시한에 쫓겼던 한국 협상단은 ‘협상 타결 시한을 두지 않는다’는 말을 번복하고, 금번 5차 협상에서 한국 협상단가 ‘무역구제 분과 최종안’을 던졌다. 심지어 자동차와 의약품 작업반에서의 협상을 중단하면서까지 강수를 뒀다. 그러나 미 측은 묵묵 부답이었다.

한미FTA 협상의 양측 실력차를 분명히 드러낸 분과가 바로 ‘무역구제’ 분과 일 듯 하다. 한국 협상단이 17개분과와 2개의 작업반 중 '성과를 내야 한다'며 한미FTA 협상 추진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던 분과임에 불구하고 계속 후퇴된 내용을 던지는 한국 협상단의 궁색함과 물러서지 않는 미국 협상단의 단호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대조됐기 때문이다. 미국 협상단은 ‘시간에 쫓겨’ 조급증을 보이고 있는 한국 협상단의 머리위에 앉아 다른 협상 분과의 연계를 통해 더욱 강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는 그간 ‘제로잉(수출가격 계산에 있어 일정 기간 및 장소 등에서 가격을 가중평균 하여야 하는데, 이 가중평균에 있어 ’-‘를 ’0‘로 계산하여 수출가격을 하락시켜 덤핑마진을 상향시키는 것)’ 금지, 최소 부과원칙(덤핑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액수에 한해 덤핑관세를 부과하는 규정) 등 14개 항목을 주요하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최후 통첩으로는 △양국간 무역구제위원회 설치 △반덤핑 조사 때 사전통보와 협의 △산업피해 판정 때 국가별 비합산 △수량제한 및 가격약속 활성화 △이용가능한 사실(Facts available):반덤핑 자료조사 시 이용가능한 자료로 판정), △다자 세이프 가드 적용 배제 등 6가지 사항을 전달했다.

그간 주장해 왔던 핵심적인 내용들은 대거 삭제 됐다. 한국 협상단이 무역구제 분과에서 마지막 패를 보여준 셈이다. 심지어 다른 분과에서도 명시돼 있고, 별로 실효성이 없는 내용들이 대거 포함돼 실효성도 의심된다.

그나마 ‘산업피해 판정 때 국가별 비합산’(여러 수출국별로 피해를 모두 합산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업체만 제외 시키라는 요구)의 내용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하나, 미국이 선택적으로 협상에 임할 경우 이 또한 일반적 조항으로 남게 될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여하튼 TPA 시한에 걸린 5차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니, 실효성 있는 무역구제분과의 성과를 얻어 낼 수 있을지 의문시 되는 조건이 된 상황이다.

특히 한국 협상단 스스로가 ‘무역구제 분과’ 결렬을 선언하며, 의약품 및 자동차 작업반과의 연계를 표명했다. 이로 인해 오히려 ‘무역구제 받고, 의약품 자동차 내주는 전술’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결국 한국 협상단이 실효성 없는 무역구제 타결이라는 '명분'을 잡기 위해 애쓰는 동안, 절대 협상 국면에서 우세하지 않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의 내용과, 자동차 작업반의 내용이 거미줄 처럼 얽혀 버렸다.

한편 지난 4차 협상에서 무역구제 분과에서는 양자세이프 가드와 다자세이프가드에 동시 적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과 세이프 가드 발동 이전 산업계 조사는 1년을 넘지 않는다는 일반 조항에는 합의 한 바 있다.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 등록일 : 2006.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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