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포토]'어이구 답답 허당께' 그게 아니여~

삼보일배를 앞둔 15일 점심. 홍콩 빅토리아 공원 잔디밭에는 점심 식사 후 이후 일정을 준비하며 휴식을 취하는 한국민중투쟁단이 가득했다. 그 한쪽 구석, 왠 사람들이 몰려있다. 발동한 호기심. 무슨일이지?


한국민중투쟁단은 내부적으로 일반 언론들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 그나마 친숙한 진보, 민중언론이 아니고서는 거부하기 일쑤다. 특히 농민단체들의 경우는 작은 말에도 파장이 크기 때문에 혹여 있을 사태를 감안해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이 내규다. 또한 대부분이 홍콩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소통되지 않기 때문에 통역사를 통해야만 한국민중투쟁단의 내용을 접할 수 있다. 그러니 홍콩 현지 언론이 얼마나 궁금하겠나. 이들의 일상,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파라치'처럼 쫓는 그들에게 한국농민과의 직접적인 만남은 한번 잡으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는 천운의 기회이다.

웅성웅성. 여러사람들이 둘러싼 곳을 비집고 들어가니 두세명의 농민이 앉아 있다. 밀집모자에 검게 그을린 피부에 낯익은 사투리에. 전남 고흥에서 왔다는 박학주씨. 그는 뭔가 굉장히 답답하게 신문을 펼쳐들고 설명하고 있었다.



신문 1면에 난 집회의 대치모습을 가치키며 이것이 'NO'여, 알겠어? 아유 언더스텐드? 이것이 노랑께. 대신(다른 행진하는 모습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것이 Yes 여, Yes. 어이쿠 답답하네..



그는 바디랭귀지를 시작했다. 행진 사진을 가리키면서 행진, 행진 말이여. 깃발들 도, 깃발 이렇게 긴거에 플랙. 휘리릭 있잖어. 윈드 휭~. 행진이 영어로 뭐여? 마치여? 마치. 마치. 이것이 예스고 다시 폭력적인 장면만 나와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이것은 NO여 노.



기회를 잡은 기자는 질문을 쏟아낸다. 이런. 이런 짧은 영어가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다시 천천히 숨을 가다듬고. 박학주 농민은 설명을 시작한다.

"디스픽쳐, 네거티브. 온리 네거티브" 다른신문을 펼치며 "벗. 우리는 평화, 뭣이여 평화, 피스여. 피스. 온리 피스하게 해. 이해돼? 아유언더스탄드?"

대부분의 신문이 한국민중투쟁단의 13일과 14일 집회를 1면 사진으로 게재하고, 집회도 폭력적으로 소설처럼 묘사해 놓았다. 비록 홍콩말은 몰라도 아는 한문으로 대충 추측해 보고, 사진만 봐도 뭐라 했겠는지 알 수 있는 그 신문들이 답답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신문들은 한국민중투쟁단이 모이는 빅토리아 공원에 언론 모니터 용 선전물 형식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이 신문을 확인한 당사자로,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 오죽답답했으면 설명을 하러 나섰을까.




그녀는 다시 뭐라뭐라 한다. 신문을 하나 가리키고, 다시 하나 가리키고. 아이디어가 난 박학주 농민 반짝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한문으로 쓰자'

'부정적'을 한자로 써준다.

앞에서는 연신 이후 집회를 위해 모이라 방송이 반복되고, 같은 지역 농민들도 둘러쌓여 있는 농민을 찾아 나서며 그만 하고 오라고 부른다.

'어휴 답답하당께. 우리가 무슨 폭력배고 깡패여. 신문에는 온통 그런 사진밖에 없당께. 이 거 누가좀 통역좀 해..'

갑자기 마주친 눈. 농민은 사진을 찍고 있던 본 기자에게 통역을 요청했다. 아뿔사..미천하게 짧은 실력에 전해줄 수 있는 뜻은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 상황은 그렇게 끝이 났다. 부정적이라는 한문이 적힌 신문을 그 기자에서 건네 주면서. 중앙 집결을 독촉하는 방송이 어찌나 고맙던지.........

한편, 한국민중투쟁단 농민참가단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홍콩 현지에서의 농민 투쟁단의 일상 및 싸우는 이유, 폭력성만 부각 시키는 홍콩 현지 언론의 우려 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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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군

    흐흐 이런기사 너무 좋아요. 재미있다. 현장감있고!!

  • 꼭두각시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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