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보도, '누드사진'만 문제인가

언론의 인권감수성 둔감으로 개인 사생활 여전히 침해

"도가 지나쳤다"

학위위조 파문과 권력형 비리 의혹에 휩싸인 신정아 씨의 누드사진이 문화일보에 게재되자 대다수 언론에서 보여준 반응이다. 누드사진이 공개된 이후 언론은 불거진 논란에 초점을 맞췄다. 비난 여론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다루려는 모습도 보였다.

누드사진 파문, 사생활 파헤치기 보도에 이어진 당연한 결과


연합뉴스 <‘신정아 누드’ 사진에 문화계 충격 휩싸여>
한겨레 <사설-신정아 보도 선정성 위험 수위 넘었다>
한겨레 <알몸사진이 알권리? 발가벗은 ‘황색언론’>
한국일보 <느닷없는 ‘신정아 누드’>
국민일보 <신정아 누드사진 공개에 비판 빗발>
경향신문 <문화일보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 선정성 논란>
중앙일보 <신정아 파문에 심상정 의원 “언론이 도를 지나쳤다”>
조선일보 <신정아씨 누드사진 논란>


한겨레신문은 13일자 사설 ‘신정아 보도 선정성 위험 수위 넘었다’에서 “<문화일보>가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신정아 씨의 알몸 사진을 실은 것은 선정적 사생활 보도의 극단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라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사건이라고 해서 언론이 사건의 핵심과 무관한 사생활 파헤치기에 치중하는 것은 황색언론임을 자처하는 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의혹 가능성이 확인된 지난 1주일 동안의 언론 보도로 볼 때 예고된 논란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합뉴스 <변양균·신정아 ‘가까운 사이’ 실체는>
경향신문 <변양균,신정아와 노골적연애 메일 수십통 주고 받아>
조선일보 <신정아 id는 신다르크..변양균 메일 제목은 러브레터>
한겨레 <‘가까운’ 변양균-신정아, 온라인 0m 오프라인 800m>
서울신문 <신씨 언급 30대 노총각은?>
한국일보 <신경전문의가 분석한 ‘신정아 정신세계’>
국민일보 <변양균―신정아 어떻게 가까워졌나>


연합뉴스는 12일자 기사 ‘변양균 전 실장 등이 신정아씨에 빠진 이유는?’에서 “최근 드러난 신정아 씨의 행적과 인터뷰 등을 지켜본 정신과 전문의들은 신씨에 대해 자기과시형의 행태를 보이는 ‘나르시스틱(자기애성) 인격장애’ 성향을 갖고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며 “변 전 실장이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가진 여성들의 성향인 자기과시와 유혹적 행태에 오히려 매료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전형적인 추측보도로 변양균과 신정아의 ‘부적절한 관계’를 설명하는 하나의 근거로 확인되지 않은 신 씨의 개인적 성향까지 파헤쳐진 보도사례다.

국민일보의 12일 기사 ‘변양균―신정아 어떻게 가까워졌나’도 마찬가지다. 국민일보는 이 기사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친밀한 관계였다는 청와대 발표 이후 두 사람이 언제, 어떻게 가까워졌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신 씨를 둘러싼 러브라인에 대한 관심도 드러난다. 서울신문은 13일자 기사 ‘신씨, 진짜애인 따로 있다?’에서 “주인공격인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신정아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인물이 과연 누구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알려진 30대 후반의 A씨, 그리고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는 또다른 30대 중반의 B씨가 그 주인공으로 이야기된다”고 보도했다.

가장 쉽게 마주하는 보도내용은 개인 거처 문제다. 확인이 쉽고 팩트가 안전하다는 특징이 있다. 한겨레신문은 12일자 기사 ‘홍기삼 전 총장-신정아 씨 ‘30m 이웃사촌’’에서 “홍 전 총장이 입주한 시기는 신 씨가 입주한 때와 같은 지난 1월”이라며 “그에게는 서울 여의도에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이 따로 있어, 이 오피스텔을 무슨 용도로 얻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보도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문화연대가 14일 성명을 통해 밝혔듯이 “신정아와 변양균의 사생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신정아 학력 위조 파문 사건의 핵심적 ‘몸통’에 대한 기사는 정작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거물급 오빠들 많다’는 식의 ‘섹스스캔들’만이 남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러한 시민사회의 우려는 13일 신 씨의 누드사진 공개로 폭발했다. 문화연대는 이를 “상황은 종국으로 치달았고, 어리석게도 <문화일보>는 본질에서 벗어난 ‘특종’을 발표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누드사진 자세히 묘사..논란 이후에도 신변잡기식 보도는 계속돼


누드사진 공개를 계기로 언론계 안팎에서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언론 내외부에서 본질적이고 실질적인 고민과 논의가 진행된다면 좋은 전례가 될 수 있겠지만, 촉발된 논란은 별다른 파장 없이 묻혀질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이는 여전히 언론에서 신변잡기식 사생활 보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일보 <‘신정아 누드 사진’ 의문점>
한국일보 <신정아 누드사진 찍은 남성은 누굴까?>
경향신문 <문화일보 ‘신씨 누드’ 사진상태 묘사 지나쳐>
경향신문 <신씨 누드사진 누가 왜?>
중앙일보 <신정아가 누드 사진 찍은 장소는 어디?>
중앙일보 <신정아 누드 사진 공개한 문화계 인사는 누구?>


한국일보는 13일자 ‘신정아 누드사진 찍은 남성은 누굴까?’에서 “네티즌이 사진을 소유하고 있던 문화계 인사를 밝혀내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이런 정황으로 미뤄볼 때 신 씨가 문화계 유력 인사를 상대로 성(性)로비까지 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14일 기사 ‘문화일보 ‘신 씨 누드’ 사진상태 묘사 지나쳐’에서 “문화일보는 누드 사진 속 신 씨의 신체와 표정 등을 상세하게 묘사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하고도 “책이 가득히 꽂힌 책장과 욕실문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개인 집이나 사무실에서 찍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 속 신 씨의 두발 상태는 짧은 커트 스타일이고 얼굴 형태도 약간 살이 붙어 있다”라며 누드사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을 직접 묘사하기도 했다.

인권침해에 ‘정도’가 있을까

누드사진 공개 파문 이후 신 씨와 둘러싼 신변잡기식 보도는 계속되고 있다. 문화일보의 누드사진 공개 논란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사생활 파헤치기’식 보도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는 인권침해의 정도, 사생활 보호의 수위를 자의적으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극단적 상황만 아니면 된다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보도, 언론의 인권감수성 둔감에 대한 지적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13일 성명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낙인찍힌 여성에게 사생활이 없다는 건 이미 한국사회에서 상식이 되었다”며 “오늘의 문화일보 누드 전재 보도 사건을 인권의식의 실종,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여성 인권에 대한 매우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화연대는 14일 성명을 통해 “개인의 인권 침해, 한국 사회를 향한 폭력에 공범 행위를 중단하고, 지금까지 개인의 사생활에 혈안이 되어 이번 사건을 섹스스캔들로 희화한 저열한 자신들에 대해 반성하라”고 언론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언론의 불필요한 개인 사생활 취재를 일체 그만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권침해와 개인 사생활 침해는 누드사진 공개가 아니더라도 이미 그 선을 지나쳤다는 말이다.

언론을 통해 신 씨의 개인 사생활은 이미 그 알몸을 드러낼 대로 드러냈다. 인권침해는 그 정도와 수위로 허불허를 구분할 수 없는 까닭에 “문화일보 폐간”을 주장하는 시민사회의 비난에서 다른 언론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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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 사생활 , 신정아 , 문화일보 , 변양균 , 누드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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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영호

    우리조선사람들 예로부터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하다
    이번 신정아 사건 한사람이 완전히 망가지는 예이다.
    학력위조 했다고쳐 그게그렇게 죽도록 미울일이냐고
    언론부터 지구를 떠나야되 계좌추적해서 주식투자금이 자기돈 아니라는걸
    어떻게알고 횡령으로 매도하고, 누드파문까지 사람을 아주 죽이네
    이세상에 털어서 먼지않나는 인간들 있으면 나와봐

  • 여성단체

    신정아 사건에 대해서 불을 지른 야후 코리아의 ataraxia@ilgan.co.kr(이방현)기자에 대해서 분노합니다.
    그리고 사건을 기사화 할때는 실명으로 하는 규정을 만들어야하지 않나요>

  • 여성단체

    썬데이 서울 수준인 "야후 코리아"
    야후코리아 사용자를 우롱하는 수준이더군요
    야후 코리아의 기자들 수준이 그정도 밖에 안되는지

  • 여긴 조선이 아니오....

  • 정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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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중군

    신정아씨힘내요.좌절하지말고.핫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