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탄압, 제2의 사노련 조직사건 나오나

사노련 공안탄압, ‘어이없는 일’ vs ‘예상된 일’

사노련 회원 긴급 체포에 대한 활동가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어이없는 일, 예견된 일.
대체로 어이없지만 예견된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어이없는 일

어이없다는 반응은 그동안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으로 미루어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과 같은 공개 단체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긴급 체포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에서 비롯된다. 폐지 직전까지 갔다 거의 사문화되다시피 한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데다, 사건 수사 과정이 10-20년 전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데서 충격을 더하는 분위기다.

이원재 문화연대 활동가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예상했던 일이지만 현실로 다가오니 어처구니없다. 오세철 교수와 사노련에 대한 공안탄압은 높은 정치의식과 복잡한 상황 판단이 필요하지 않다. 매우 간단한 최소한의 상식만 있으면 될 일이다"라고 말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는데 뭐 그리 복잡한 사상과 정치적 책임이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이원재 활동가는 "최소한의 상식을 갖지 못한 정권이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아이디 '서울시민'은 사노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2-30년 전 독재 시대로 돌아가는군요'에서 "황당한 시기입니다. 대통령 된지 6개월 되었을 뿐인데 나라가 만신창이네요"라고 쓰고 "자기 사상의 자유는 어디나 보장되어야 하는 것인데 '생각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이런 식으로 폭력을 행사하다니 야만적인 일입니다"라고 분노를 표했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최근 국가보안법은 자주통일 운동에 집중됐고 평등세상 운동에는 거의 없었는데, 더군다나 군부독재가 간첩 잡아들이던 것과 유사한 이번 사노련 사건은 좀처럼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권오헌 회장은 "오히려 이번 기회에 사회주의 문제를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논쟁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예견된 일

한편 촛불시위가 수그러들면서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공안탄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광우병대책회의 간부 구속, 민주노총 간부 수배에다 불매운동을 한 네티즌까지 구속되자, 급진적인 정치조직과 단체에까지 공안의 바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사노련 사건이 예견됐다는 이야기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사노련이 촛불집회에 공개적으로 깃발을 들고 유인물을 뿌리는 등 열심히 활동하자, 촛불에 색깔을 덧씌우고, 사회주의자가 촛불을 든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같은 사건을 터뜨렸다"고 진단했다.

박래군 활동가는 "공안이 체계를 갖춰가고 있어 앞으로 경쟁적으로 유사한 사건을 터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사노련 사건은 우리 사회 사상과 표현의 자유의 정도를 가늠할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박래군 활동가는 "공안탄압을 통해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지지층을 결속시키고, 진보진영을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며, 하반기 내내 공안정국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광수 노동해방실천연대 활동가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사노련이냐 노동해방실천연대냐 기다렸는데 사노련이 먼저 맞았다"고 말해 진보적인 정치조직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탄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수사를 받고 있는 사노련 회원의 전언에 따르면, 사노련과 유사한 단체에 대한 상시적인 정보수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중인 사노련 회원을 접견한 한 단체 활동가는 "특정단체 간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동향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있었다"고 전달해왔다. 사노련과 유사한 제2의 조직사건이 발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오늘 최영익 사노련 사무국장이 면회 자리에서 "사노련과 유사한 수사의 확대 여부는 이후 정치적 상황에 달려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

이와 관련 박성인 노동자의힘 활동가는 "이명박 정부가 사노련 조직사건을 기획한 것은 다가올 신자유주의 경제위기와 맞물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투쟁이 확산되고, 이 투쟁이 반자본 운동으로 진전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공개적인 활동이든 비공개적인 활동이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묵묵히 받아들였다.

계속해서 박성인 활동가는 "노동자의힘은 공안탄압에 맞서 여러 정치운동과 공동 대응하는 가운데,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한 사회주의적 전망 속에서 입장을 제시하면서 지속적으로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인 활동가는 "무엇보다 사노련이 주장하고 실천하는 바가 무엇이었는 지 내용에 주목하고, 공안탄압에 맞서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맡은 김도형 변호사는 "검찰이 내일(28일) 오전 영장을 청구할 것이고 오후 중에 영장실질심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하고 "사건 판단은 법원이 할 일이지만 10년 전과 같은 잣대를 대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최근 공안 바람이 드세다는 점을 의식하면서도 국가보안법 적용이 워낙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을 고려한 언급이다.

김도형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면서 국가보안법 적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처럼 빠르게 그것도 조직사건과 같은 식이 될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태그

국가보안법 , 공안탄압 , 오세철 , 사노련 , 사회주의노동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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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제가 볼때도 예상되었던일이었다는 관점이 맞는거 같습니다. 사문화 되었다는것은 수사적 표현이지 언제든지 우리를 칠수있는 무기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 주변인

    '권오헌' 대표입니다.

  • dsfjkl

    이 새끼들아! 너희는 북괴의 김정일이 그렇게 존경스럽냐? 만약 순수한 노동단체라면 노사화합과 비정규직 철폐를 명목으로 그 회사를 비방하여 도산으로 내몰고, 이로 인해 정규직까지 비참하게 만드는게 너희의 실체라니 한심하다. 이석행도 사노련도 죽일 놈들...

  • 빙신아~~

    dsfjkl~미친놈,,엠병을떨어요,, 개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