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꿈을 버리고 불가능을 꿈꾸자!

[쿡! 세상 꼬집기](4) 가까운 것에 목 맬 때 역사는 멀어진다

꿈은 현실과는 한 발짝 동떨어져 있다. 꿈에는 헛된 꿈이 있는가 하면 실현 가능한 꿈이 있고, 또한 불가능한 꿈도 있다. 같은 말처럼 들리겠지만 내게 이 꿈들이 가지는 느낌은 다르다. 헛된 꿈은 그야말로 망상이다. 불가능을 인정하며, 불가능하다고 스스로도 여기며, 꿈꿀 필요조차도 없는 꿈이다. 그저 헛소리로 여기면 그만이다.

실현 가능한 꿈은 실제 꿈이 아니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꿈을 꾸며 미룰 것이 아니라 꿈꿀 시간에 하면 된다. 내가 말하려는 꿈은 불가능한 꿈이다. 하면 되는 꿈이 아닌, 하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그러나 꼭 하고 싶은 그런 꿈. 노력한다고 당장에 이룰 수 없지만 이 꿈이 없다면 그야말로 암흑이 되고 마는 그런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꿈. 이런 꿈을 혹 이상이나 희망이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2010년, 이리 적으니 뭔가 새로운 것 같고, 뭔가 이뤄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신문을 봐도, 일터를 봐도 새로움이 없다. 꿈다운 꿈을 찾기보다는 어둠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새해를 맞이하여 꿈을 말하는 이들은 정치권이다. 야당이고 여당이고, 진보고 보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꿈을 꾸고 있다. 이들이 꾸는 꿈은 앞의 세 가지 꿈 가운데 첫 번째 꿈인 헛된 꿈이다.

정치란 모름지기 노동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니 앞 다투어 시민들의 사랑을 구걸하고 있다. (실제로는 구걸하지도 않는다. 무조건 자리하나 차지하려고 이합집산의 주판알과 공천장의 향방에만 눈을 붉히고 있다.) 속고 또 속아온 시민들은 이들 정치권과 선거에서 꿈을 찾지 않는다. 그저 절망의 확인 절차라고 여긴다.

집권여당에 대한 꿈은 집권 초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접은 지 오래다. 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꿈은 이미 이명박 정권을 들어설 때 확인할 수 있다. 진보를 말하는 정당에는 한때 비록 많지는 않았지만 꿈을 가진 이들이 있었으나 정파니 분당이니 하는, 꿈과 상관없는 일에 지쳐 이제는 많은 이들이 눈길을 돌렸다. 꿈 잃은 시민들에게 정치란 내게 필요하지 않은 쓰레기더미와 다를 바 없다.

진보니 민주니 하며 연합을 말하는 것도 꿈이 없는 현실에만 목을 매는 꼴이다. 그게 어찌 노동자와 시민의 꿈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정치판의 놀이지.

참, 꿈이라고 나선 세력 하나 더 말해야겠다. 전태일의 죽음은 숨길 것 없는 진실한 이의 꿈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 대통령의 죽음은 무언가를 숨겨야 했다. 그에게는 공도 있고, 과도 있다. 이제 와서 죽음의 의미를 가지고 시비를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그의 공과를 다시 되짚어보는 일은 한국 민주주의를 돌아보는 중요한 과제이기에 어물쩍 죽음에 묻어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역사적 평가는 뒤로 한 채, ‘대통령 추모당’을 만들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세력이 있어, 과연 이게 꿈이 될 수 있는가, 비참한 코믹 정치를 본다.

이명박 정권이 저리 끈질기게 살아남게 한 세력들이 누구인가? 소고기 수입 문제를 비롯하여 이명박 정권의 실정의 단서를 만들어준 공범들이 누구인가? 뭐 하나 제대로 처리하는 것 없이 대충 민주주의 가면을 쓰고 권력의 단맛에 정신 나갔던 주역들은 누구인가? 바로 ‘대통령 추모당’을 만든 이들이 아닌가?

물론 그들 가운데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쓴 주역들도 있다. 물론 권력을 쥐었을 때 잘한 일도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기억한다. 그 공과 함께 과를. 역사에 남긴 실책을. 그래서 그들에게서 꿈을 찾지 않고, 이판사판인데 경제 살릴 놈이나 뽑자며 투표를 하지 않았는가?
시민들은 뜨거운 가슴과 함께 차가운 이성을 지닌다. 추모의 마음과 함께 역사를 평가하는 날카로운 눈도 있다. 대통령 추모당, 아니 당이라기보다는 ‘추모 패밀리’에게 헛된 꿈을 꾸며 착각하지 말라는 말을 하려했는데 길어졌다.

얼마 전 한겨레신문에 보도한 ‘엠비정부 2년 평가’ 설문조사에도 잘 나와 있지 않는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인권과 민주주의, 서민들의 삶, 이런 항목에 엠비정부가 잘했다는 10%를 겨우 넘거나 그 아래였다. 하지만 '이전 정부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에는 대부분 50%를 오르내렸다. 곧 시민들의 반 이상은 '대통령 추모 패밀리들이나 이명박 정권이 그게 그거다'라는 말이다. 시민들의 반 이상이 이전 정권의 인권이나 민주주의도 별반 별 볼일 없었다는 우회된 표현이다. 이 절망의 정권과 비교해서 말이다. 쪽 팔리게.

  새해를 맞이하여 꿈을 말하는 이들은 정치권이다. 야당이고 여당이고, 진보고 보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꿈을 꾸고 있다. 이들이 꾸는 꿈은 앞의 세 가지 꿈 가운데 첫 번째 꿈인 헛된 꿈이다.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바라보는 꿈은 뭘까?

지방선거를 가지고 다시 꿈 이야기를 하자. 이명박 정권은 시민의 꿈이 되기를 포기했음을 선언했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야당의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꿈은 뭘까? 전라도는 내가 일등이다. 수도권에서 좀 바람을 일으켜 몇 군데 건져보자. 이게 꿈일까? 실현가능한 꿈은 꿈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는가? 현실에서 내 자리 보존에 연연하는 게 어찌 꿈이겠는가? 혹 이합집산과 죽은 대통령의 망령을 살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휩쓸어 장악한다. 이건 헛된 꿈이라는 걸 밝힌다. 시민들은 당신들의 꿈에 쉽게 도장을 찍지 않는다.

또 헛된 꿈을 꾸는 이들이 진보정당이다. 솔직히 이들은 거짓 꿈을 말하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출마해 ‘당선’이 되는 게 진짜 목적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얼굴도 팔고 조직도 꾸려 다음번에는 지역에서 금배지를 달자가 솔직한 바람이 아닌가? 진보정당이 살아남는 일은 진보정치운동을 해서 세상을 바꾸는 일일진대, 언제부턴가 운동은 시늉이고 기존 정치권 따라 배우기에만 여념 없는 정치 놀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솔직히 말 좀 들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럼 이도저도 아니면 뭐란 말인가? 꿈이란 없단 말인가? 시민은 꿈을 바라지 않는단 말인가? 아니다. 지금 시절이야 말로 시민들은 꿈을 말할 지도자와 조직을 바라고 있다. 꿈을 꾸고 싶어한다. 앞에서 말한 거짓 꿈이나 헛된 꿈이 아닌, 꿈이 될 수 없는 현실 안주의 목표가 아닌, 진짜 꿈. 바로 불가능을 꿈꾸고 있다. 실현 불가능해 보이지만 실현하고 싶은 꿈, 질 줄 알지만 지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꿈. 이 지긋한 현실, 이 낡은 정치판, 부정부패로 얼룩진 사회, 재벌들만 더욱 배불려주는 세상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그 불가능을 꿈꾸고 있다.

1987년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났을 때 정말 노조를 만들 수 있다고, 임금을 올릴 수 있다고, 재벌과 맞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가? 공장 식당 문을 걸어 잠그고 유인물을 뿌렸을 때, 그 불가능했던 꿈을 보았던 것이다. 그 불가능의 꿈이 전노협을 만들고 민주노총을 만들지 않았는가. 현실의 노동운동에 안주하려던 이들은 쫓겨 가고, 불가능의 꿈꾸던 이들이 승리하지 않았는가?

이제 민주노총이 말하는 총파업은 불가능의 꿈이 아니라 헛된 거짓의 꿈이라는 걸 노동자는 안다. 노동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시민들의 믿음도 사그라졌다. 정권과 자본이 악랄해서, 대화와 타협의 능력이 부족해서, 조직이 약해서, 민주노총이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다. 현실에 발을 딛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현실에 안주한 꿈만 꾸기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기성 정치판처럼 말이다.

문제는 산업자본주의 시절, 마르크스나 엥겔스처럼 불가능을 꿈꾸지 않아서다. 노동자와 시민들은 정치권이나 노동운동세력보다 더 현실적이다. 현실적인 이들에게 현실을 가르치거나 현실을 변명하려 하지 말고, 불가능의 꿈을 선동하자. 불가능의 꿈을 조직하자. 함께 불가능을 향한 밑바닥 연대를 준비하자.

가까운 것에 목 맬 때, 역사는 다가갈 수 없이 멀어진다. 절망의 늪은 깊다. 불가능을 꿈꿀 때, 역사는 멀리 있는 것 같아도 찰나에 이루어진다. 그게 개벽과 같은 사람 사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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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 지방선거 , 오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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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판자

    다음엔 불가능한 꿈에 대한 이야기를 써주세요. 내용없는 글로 비춰집니다. 구체적인 대안도 없고. 뭉뚱그리는 비판만 있으니. 새해벽두부터 난감하외다.

  • 문경락

    가까운 것?이란 타성에 젖은 삶,안락에 목 맨 삶,욕망에 눈 먼 삶이 아닌가 합니다...먼 곳 즉 좁고 험한 길이나 진리와 정의의 길 그 곳을 꿈꾸자는 말씀으로 압니다...건강하시길

  • 나도 꾸고싶지만..

    말씀하시는 의도는 알겠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모두가 함께 꿀 수있는 불가능한 꿈이 무엇이되어야 할까요?

  • 김대중대통령

    꼭 투표합시다.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맙시다.
    가까운 사람도 그리하도록 말립시다.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립시다.
    집회에 참석하고 주변에 알립시다.
    그리고,
    이 정권이 바뀐후에도 꼭 기억해서 용서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