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으로 지난해에만 노동자 3명이 사망한 넷마블이 관련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서장원 넷마블게임즈 서장원 부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관련 사항을 질의했다. 이 의원은 넷마블이 모든 전현직 임직원에게 2014년과 2015년 미지급한 초과근로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산정 임금이 법적 기준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월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넷마블 계열사 12개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넷마블 노동자의 63%가 법정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일하고 있으며 연장근로수당 등 44억 원이 미지급됐다고 밝힌 바 있다. 넷마블은 고용노동부의 시정 명령에 따라 44억 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지난 8월엔 권영식 넷마블 대표가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넷마블게임즈와 해당 계열사는 지난 근로감독 이전 2년에 대해 퇴사자를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들의 초과근무에 대한 임금 지급을 9월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정미 의원은 “넷마블은 연장근로를 하면 택시비를 줬는데 이번에 산정된 연장근로수당이 이 택시비에 1.3배를 계산해서 줬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상 택시비에 1.3배를 곱해서 연장근로수당을 책정한다는 근거가 있나?”라고 쏘아붙였다. 또 “오후 10시 이후 두 시간 연장근로에 1만 원 택시비를 받았으면 한 시간에 5천 원이라는 셈인데, 5천 원의 1.3배는 최저임금의 기준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도 “교통비를 근거로 산정한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장원 부사장은 “그 시기 출퇴근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아 해당 근로자의 퇴근 교통비 신청 자료를 바탕으로 지급했다. 노사협의체와 협의했고, 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과도 협의를 거친 후 산정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런 식의 계산이 아닌 다른 판단으로 신청하고 싶은 분들은 넷마블 홈페이지에 신청 창구를 마련해뒀고, 앞으로도 열어둘 것이기 때문에 신청해 주시면 개별 검토 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넷마블은 9월까지 체불 임금을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완료되지 않은 점도 밝혀졌다. 서장원 부사장은 “행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며 “전체 60%에 해당하는 재직자의 경우 현재까지 모두 지급됐고 나머지 40%에 대해서도 올해 안에 지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구로의 등대’ 여전히 빛나나?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속되는 야간근로 의혹을 제기했다. 신창현 의원은 “우리 비서관이 9월 20일부터 열흘간 매일 밤 11시부터 12시 사이에 넷마블 건물의 사진을 촬영했는데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라며 “8월에 발표한 장시간근로 개선안에 따르면 주 10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승인하는 상사에 대해선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약속도 했는데 잘 지키고 있는가” 물었다.
서장원 부사장은 “전 세계를 상대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야근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장시간 추가 근로와 야간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연장근로 사전신청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 제도는 야간근로가 필요한 경우 담당 조직장에게 사전 승인을 받는 제도로, 야간근로를 하는 직원이 많아지면 조직장의 인사 평가에 불이익을 준다.
신창현 의원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서장원 부사장은 “(내규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정미 의원은 “지난 노동부 근로감독 이후 포괄임금계약상 허용된 연장근로 외에 일체의 야근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했는데 신규채용 이전에 이렇게 밤 11시, 12시까지 야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연장근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자료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정미 의원은 지난 5년간 과로 관련 질환이 증가한 현실을 짚기도 했다. 이 의원은 “회사에서 진행하는 통상적인 건강검진을 통해서는 과로로 인한 정신 질환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대로 넷마블과 전 계열사에 이르는 사업장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보건진단을 반드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 직접 나와야”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의 의장이 다시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홍 위원장은 “방준혁 의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만 해도 3조 5천억 원 정도로 알고 있는데 직원들 주는 푼돈 가지고 부끄럽게 이러면 안 된다”며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피땀을 쥐어짜서 악덕 기업이 되려 한다면 국민 누구도 넷마블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서장원 부사장이 답변하는 것이 정말 불만족스러운데 방준혁 의장이 다시 나와서 그걸 명확하게 환노위원들과 국민에게 약속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은 “넷마블에서 과로로 인한 돌연사가 발생했고, 결국 산재 판정까지 받았는데 넷마블의 실질적인 경영자인 방 의장은 사과 한마디 없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노총 서울본부 남부지구협의회는 지난 8월 방준혁 의장과 넷마블 계열사, 관계사 13곳, 전현직 대표 14명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서울고용노동청 관악지청에 고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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