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테러 규탄 양일 총파업...“대통령이 살인자”

터키 정부가 오히려 IS 지원해...민주노총, 총파업 지지

“에르도안(터키 대통령)은 살인자, 경찰도 살인자, 파시즘에 죽음을!”

11일 터키 앙카라 테러 현장 인근에는 1만 명 이상이 모여 터키 역사상 최악의 테러를 규탄하고, 에르도안 보수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많은 참가자들은 붉은 카네이션으로 덮힌 관이 수천 군중 사이로 지나갈 때 눈물을 흘리며 “살인자 국가는 심판받을 것이다”, “혁명의 순교자는 영원하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앙카라뿐 아니라 이스탄불 등 전국에서 참가자들은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행진했으며, 또 쿠르드족을 포함한 소수민족과 야권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터키 노동자들은 양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터키 진보노동조합총연맹(DISK), 공공부문노동조합총연맹(KESK) 등 터키 노총과 정치세력은 11일, 테러 공격에 희생된 동지들을 애도하고 파시즘에 대항하기 위해 12일부터 양일간 총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총파업에는 터키의 모든 정당, 노동자와 직업동맹이 참가할 예정이다.

[출처: http://www.cumhuriyet.com.tr/ 화면캡처]

지난 10일 터키 수도 앙카라 기차역 광장에서 ‘터키 평화’를 촉구하기 위해 평화 집회를 벌이던 친쿠르드계 좌파정당 인민민주당(HDP), 진보노동조합총연맹(DISK) 등 좌파 및 노동세력에 대한 두 차례의 연쇄 자살폭탄테러로 현재까지 최소 128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부상(HDP 출처)을 입었다. 이날 집회에는 HDP의 의원을 비롯해 좌파 수백 명이 참석했었다.

이 집회는 지난 7월 터키 샨리우르파 주 수르츠에서 32명의 목숨을 앗은 테러 이후 터키 정부가 이슬람 근본주의의 ‘자칭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계 좌익 반군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뒤 확대되는 전쟁 위협 속에서 평화를 촉구하기 위해 계획됐었다. 터키 정부가 공습에 나선 뒤 지난 11주 동안 PKK쪽에서만 1000여 명이 사망한 상황이다.

한편, 터키 정부는 ‘자칭 이슬람국가(IS)’이거나 PKK 등 좌익 세력이 테러를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터키 국영통신사에 따르면, 정부는 자살테러범 2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으며, 이들이 사용한 폭탄은 수르츠 테러에서 사용된 폭탄과 동일하다고 한다. 이 공격에 대해 터키 정부는 IS의 소행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이번 폭탄 테러의 배후에 대해서도 ‘자칭 IS’를 의심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들을 지원한다는 의심을 받아왔기 때문에 신뢰도는 낮은 형편이다. 지난해 11월 <뉴스위크>에 따르면, IS 대원으로 활동하다가 탈주한 셰르코 오메르(가명)는 인터뷰 중 “IS가 터키 정부를 자신들의 동맹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터키 여당, “권력 재창출 위해 테러와 혼란 조장”

<가디언>에 따르면, 시위대와 목격자, 희생자 가족 그리고 야당 지도자들이 정부를 비난하며, 거의 모든 인터뷰에서 에르도안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었다.

11일 테러 규탄 집회에서 셀라하틴 데미라타스 HDP 공동의장은 “한 국가, 그의 정보기관이 어디에나 있는데, 그러한 테러가 벌어질 것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어떻게 믿어야 할 것인가”라며 “이 정부가 손에 피를 묻힌 것”이라고 밝혔다.

보복 위험 때문에 익명으로 밝힌 HDP의 한 당원도 11일 집회에서 “정부가 테러를 계획했거나 또는 방조했다”며 “여당 정의개발당이 지원하는 집회에서는 결코 이와 같은 테러 공격이 일어나지 않지만, 쿠르드와 야권의 집회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정부는 그들의 권력을 재창출하고자 혼란과 전쟁을 야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선거 전 야권 탄압 지속

터키 정부는 최악의 테러 사건 속에서도 야권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11일에는 테러 현장에 헌화하려는 시위대를 경찰이 폭력적으로 제지해 일부가 부상을 당했다. 특수부대는 정부청사와 의회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를 차량으로 막아 시위대의 접근을 차단했다. 쿠르드인이 밀집한 터키 남동부 디야르바키르에서 경찰은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최루가스를 투입해 진압했다.

정부군은 또 11일 이라크 북부의 PKK 주둔지를 공습했다. 이 공습은 PKK가 공습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것이다.

이번 테러는 내달 1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일어난 것이라 테러의 배후와 선거에 대한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터키 정부가 지난 7월 PKK에 대한 공격에 착수한 것은 총선에서 HDP가 원내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뒤이기도 하다. 선거는 아직까지는 연기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터키에서의 애도 물결과 함께 국제적으로도 이번 테러를 규탄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11일 시드니, 파리, 베를린 등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테러 행위를 규탄했다.

민주노총도 12일 성명을 내고 “터키 폭탄테러와 파시즘 정부에 맞선 총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터키 시민들에게 거듭 비통함을 전한다”면서 “또한 언제나 불의에 맞서온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터키에 자유와 평화를 앞당기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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