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기후회담은 기만

배출량 감축에 합의했지만, 사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출처: 청와대]

12월 12일 파리 기후회담은 교토 의정서를 대체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명목상 전세계의 195개 정부는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까지 제한하기로 합의했다고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이번 합의는 당사자들이나 언론의 주장과는 달리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를 용인했다. 모든 나라들이 다른 나라의 감축 목표(기여방안·INDC)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최다량 배출 20개국 중에서 2030년까지 배출량 증가를 용인받은 나라들은 중국, 인디아, 러시아, 남한, 멕시코,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터키, 타일랜드,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레이트연합, 베트남 등이고, 매년 1퍼센트씩 감축하겠다고 밝힌 나라들은 미국, 유럽연합, 일본, 캐나다,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등이다.

문제는 배출을 늘릴 나라들의 배출량은 많이 늘어나는 반면, 감축하는 나라들의 감축량은 적다는 점이다. 마치 감축계획인 것처럼 제시돼 있지만, 사실상은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를 용인하는 경우가 많다.

인디아와 중국은 탄소 밀도를 기준으로 감축계획을 제시했지만, 탄소밀도는 화석연료상의 탄소량을 가리키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100년동안 탄소밀도가 감소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탄소밀도는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탄소밀도를 기준으로 제시한 감축계획은 기만이다.

러시아의 경우는 2030년까지 25퍼센트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기준이 1990년 배출량이었다. 사실 1990년 이후 러시아 경제가 붕괴했기 때문에, 1990년의 배출량이 현재의 배출량보다 훨씬 높았다. 따라서 러시아의 25퍼센트 감축계획은 2015년을 기준으로 하면 사실상 30퍼센트 증가계획이 된다.

미국의 경우도 2005년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26퍼센트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14년 배출량은 이미 2005년에 비해 9퍼센트 감소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향후 15년간 15퍼센트 감축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다.

유럽연합도 1990년을 기준으로 40퍼센트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EU의 배출량도 1990년에 비해 이미 20퍼센트 줄어든 상태다. 따라서 실질적인 감축목표는 향후 15년간 20퍼센트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후협약이 제대로 실행되더라도, 배출량 증가를 허용받은 나라의 배출량은 크게 늘어나고 감축하는 나라의 배출량은 조금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더 나아가 배출량 증가국가는 전세계 배출량의 2/3를 차지하는 반면, 배출량을 감축하는 나라들은 1/3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언론은 마치 21세기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합의의 토대가 마련된 것처럼 떠들어댄다. 1997년 채택된 교토 의정서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웠지만 파리 협정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책임을 분담하기로 하면서 전 세계가 기후 재앙을 막는 데 동참하게 됐다는 식이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 보면 전세계의 기후 재앙을 막는 실질적 계획은 없다. 각국의 이해로 포장된 자본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협정 문안의 미사여구에도 온실가스 배출은 실질적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고, 기후재앙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파리회담을 앞두고 각국 환경운동의 주도로 파리와 뉴욕 등 전세계 수백개 도시에서 수백만명이 시위를 벌였다. 파리에 모인 전세계 지도자들은 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그들만의 말잔치를 벌인 뒤 떠났다.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파리협정의 공허한 약속만으로 지구의 미래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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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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