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수르>가 선정한 2015년 라틴 아메리카 10대 뉴스

[기고] 쿠바와 미국 외교관계 정상화 등


1. 쿠바와 미국 외교관계 정상화

2015년은 쿠바와 미국 관계에서 획기적인 해였다. 두 나라는 수십년간의 적대적 관계를 뒤로 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5월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쿠바를 제외했고, 7월 20일 쿠바는 워싱턴에 쿠바 대사관을 다시 열었다. 미국은 8월 14일 미국 대사관을 54년 만에 쿠바에 다시 열었다. 쿠바와 미국의 관계개선은 역사적 사건이지만, 대화는 계속되고 있으며, 외교적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쿠바는 미국의 경제봉쇄를 끝내고, 점령중인 관타나모 해군기지를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반정부 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고 쿠바의 주권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쿠바는 미국의 냉전시대 이민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흔히 “젖은 발, 마른 발”(wet foot, dry foot) 정책이라고 알려진 정책에 따라 미국 영토에 도착한 쿠바인들은 1년 후에 자동적으로 영주권이 주어진다. 11월에 수천명의 쿠바인들이 미국 이민정책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미국으로 탈출를 시도했고, 많은 경우에 가족과 다시 만나길 희망했다.

2. 콜롬비아 평화협상의 성과

콜롬비아혁명군(FARC) 게릴라 반군과 콜롬비아 정부 간의 평화협상이 마침내 기념비적 합의에 이르렀다. 비록 준군사조직의 활동으로 불안이 다시 고조되고 있지만, 이 합의로 코롬비아는 50년간 무장내전의 종식에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11월 내전중 실종자들의 신원파악과 반환, 희생자에 대한 보상에 대한 부분적인 합의에 도달한 이후 12월 14일 무력분쟁 희생자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2016년 3월 양측의 최종적 평화협정이 체결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익 준군사조직들의 지속적인 폭력이 이 3년간의 평화협상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3. 우파정치의 부상

2015년 라틴 아메리카의 우익이 득세하고 있으며, 진보적 정권의 정당성을 폄하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전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12년만에 진보적 키르치네르 정권이 우익 마우리시오 마크리에게 패배했다. 마크리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수출세와 수입규정의 폐지, 언론법 폐기, 통화 평가절하 등 일련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개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1998년 우고 차베스가 정권을 장악한 이후 처음으로 의회선거에서 반정부 우익이 압승을 거두었고, 국회의 절대다수를 장악했다.

에콰도르에서는 반정부 우익이 라파엘 코레아의 집권에 기여했던 진보적 원주민운동과 합세해 헌법개정, 부의 재분배, 기타 개혁에 반대하는 일련의 반정부 투쟁을 벌였다. 한편, 브라질의 반정부 진영은 지우마 후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12월 2일 공식 탄핵절차가 시작됐지만, 대통령을 공격했던 부통령이 발을 빼면서 교착국면에 빠졌다.

4. 중앙아메리카의 반부패 투쟁 고조

올해 과테말라와 온두라스에서 부정부패 사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폭발했다. 수만명이 수개월 동안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이면서 대통령의 면책중단과 퇴진을 요구했다. 양국에서 부패 스캔들로 대통령들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과테말라에서는 지난 4월 여러 공공기관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자 광범한 민중들이 투쟁에 나서 오토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을 사임시키는 데 성공했다. 온두라스에서는 5월 집권 국민당이 사회보장청의 부패 사건에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자, 전국민적 투쟁이 폭발했다. 시민들은 매주 열린 횃불시위에서 공정한 수사와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현재 대규모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대중의 분노와 새로운 투쟁의 잠재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온두라스와 과테말라에서는 새로운 시위의 물결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

5. 페루의 광산채굴 반대투쟁 폭발

수천명의 페루 농민들이 광산재벌 남부구리기업과 충돌했다. 그들은 페루의 최대 구리광산 중의 하나인 티아 마리아 광산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였다.

지난 3월 페루 남부에서 티아 마리아 광산의 폐업을 요구하는 투쟁이 수년 간의 투쟁 이후에 재점화됐다. 5월에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경찰 1명과 민간인 3명이 사망했다. 7월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절대다수의 지역주민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채굴 프로젝트에 반대했다.

시위대는 정부가 채굴 중단 요구에 답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경고했다. 많은 주민들은 구리 채굴로 지역의 환경이 파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고, 특히 이 지역의 젖줄인 탐보강을 급격하게 오염시켜 페루 남부의 주요 농업생산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6. 프란치스코 교황의 라틴 아메리카 방문

남미 출신의 첫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역사적인 방문을 했고, 진보적 정부와 사회운동의 반자본주의적 노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교황은 에콰도르, 파라과이와 볼리비아를 방문했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교황에게 나무로 만든 낫과 망치를 선물했는데, 망치에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조각이 붙어 있었다. 교황은 쿠바와 미국을 방문했는데, 양국의 화해와 외교정상화 협상을 막후에 후원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 방문 동안 사회적 불평등과 전쟁, 기후변화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전에 환경에 관한 회칙을 발표해 환경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한 바 있다.

7. 브라질 리우 도세 광산의 재앙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이 발생했다. 11월 5일 미나스 제라이스 주에서 광산 오염수 저장댐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홍수로 한 마을이 파괴됐고, 지역 생태계에 장기적인 피해를 미치게 됐다. BHP 빌리턴&베일 광산재벌이 소유한 사마르쿠 철광산의 댐 붕괴로 엄청난 오염수와 토사가 방출됐다. 폐기물과 화학물질이 포함된 폐수가 올림픽 수영장 2만개에 맞먹는 양으로 방류됐다. 이 토사는 도세강을 300마일 이상 오염시켰고, 마을 급수를 마비시켰다. 인근 베투 로드리게스 마을과 지역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됐고, 수천명의 주민이 집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피해 복구 비용은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8. 중앙아메리카 이민 물결의 급증

올해에 수만명의 중앙아메리카인들이 위험한 이주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인들이 폭력과 범좌, 빈곤과 불평등을 피해 이민 길에 나섰다. 10월과 11월만도 1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었는데, 2014년의 수치에 비해 100퍼센트 증가했다. 멕시코는 이민자의 행렬을 저지하고 불법이주를 탄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민 전문가들은 인신매매범이나 불법이민 브로커들이 국경통제를 회피하는 법을 찾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어린이를 포함한 수만명의 이주자들에게 미국이민의 길이 더욱 더 위험해지고 있다.

올해 멕시코에서 추방된 중앙 아메리카 불법 이민자는 10만명 이상이며, 미국에서도 4만6000명 이상이 추방당했다.

9. 마약왕 엘 차포의 탈옥

지난 7월 멕시코 마약 카르텔 보스인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이 경비가 삼엄하기로 유명한 교도소를 또 한번 탈출했다.

감옥의 샤워실에서 인근 빈집으로 연결된 1마일 길이의 지하터널을 통해 탈출한 것이다. 엘 차포의 탈출에 대해 정부 고위층의 연루와 부패혐의가 제기되고 있다. 약 1만명의 경찰과 수십마리의 경찰견이 그의 행방을 대대적으로 추적했다.

멕시코 당국은 아직 엘 차포를 찾지 못했다. 미국 마약청은 그가 시날로아와 두란고 산악지대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대대적인 추적에도 여전히 행방이 오리무중이며, 심지어 탈주 이후 코카인 거래사업을 유럽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10. 스노든, 미국 국가안보국의 베네수엘라 개입 폭로

올해 스노든 파일에서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 카라카스의 미국 대사관과 협조해 베네수엘라 석유공사(PDVSA)를 감시해온 사실을 폭로하는 극비 문건이 발견됐다. NSA는 최고 경영진의 대화에서 민감한 정보를 수집해 왔다.

2011년 최고비밀 문서로 인해 NSA가 2010년 PDVSA의 내부 네트워크에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라스의 미국 대사관에서 NSA와 CIA의 공동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폭로됐다. 미국의 기업이익에 적대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PDVSA는 베네수엘라 최대의 기업으로 국가예산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며, 수익의 60퍼센트 이상이 사회적 투자에 투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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