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와 사드, 한반도 평화협정

[천연덕] 전설의 포켓몬이 평양 주석궁에 있다면

‘현진영 고 진영 고’는 알아도, ‘포켓몬 고’가 뭔지 몰랐던 필자. 어느 날 포켓몬 고 때문에 사람들이 집에 갈 버스를 잡지 못할 정도로 속초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기막힌 현실을 접한다. 그게 뭔가 살펴봤더니 모바일용 증강 현실 게임이라고 한다. 이런, 우리말로 전자오락이 아닌가!

고3, 학력고사를 한 달 앞두고 수험생의 피곤한 머리를 식히고자 전자오락실에 들렀다. ‘갤러그’와 ‘제비우스’에 심히 몰두해 있던 바람에 오락실 기계 위에 올려 두었던 책가방이 사라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 과목 요점 정리 노트며, 그 비싼 참고서들을 몽땅 잃어버리고는 올해는 포기하자며 쓸쓸히 오락실을 나왔다. 그게 내 인생 마지막 오락실 출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어떻게 재수 생활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여기서는 그 오락들이 모두 콘솔 게임이었다는 점. 콘솔 게임 첫 세대다. 1980년대는 오락실이나 동네 문방구 앞에 놓인 작은 기계 앞에서 오락을 했지만, PC가 보급되고 좀 살 만한 집 친구네에 가면 플로피 디스크를 넣고 빼고 하며 부팅한 뒤 DOS용 게임을 했다. 흑백 모니터로 뱀 꼬리 잡기 게임을 하던 것도 잠시, 대략 10여 년이 지난 후 엄청난 물건이 들어왔다. 바로 닌텐도다. 오락실이 아니라 집에서 TV에 연결해 각종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

무척 부러운 눈으로 유딩, 초딩들을 바라봤던 필자. 이들은 인류 최초로 유아 시절부터 콘솔 게임을 하며 성장했다. 오락실은 점차 사라졌지만 집에서 콘솔 박스를 돌려가며 게임을 즐기던 이들은 문화도 남달랐다. 만화 영화도 스토리보다는 아이템 중심으로 소비했다. 내용이 얼마나 재밌나보다도 어떤 캐릭터와 아이템이 등장하는지, 또 또래들 사이에서는 누가 얼마나 희귀한 아이템(레어템)을 많이 가졌는지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 포켓몬 특히, 전설의 포켓몬 딱지나 스티커를 가지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이제 이들이 커서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쯤 가지고 있을 때, 게임 본능을 자극하며 유년기 TV 앞에서 소리 지르며 보았던 포켓몬의 추억을 재생하며 등장한 것이 바로 포켓몬 고다. 모바일 세상에서 가상 증강 현실 속에서 전 세계 젊은이들은 다시 아이템을 찾고 소비한다.

포켓몬 고는 7일 미국에서 정식 출시됐지만 한국은 구글 맵 사용에서 안보 문제 때문에 허가받지 못했다. 북한이 군사 시설이나 보안 시설을 볼까 봐 허가를 안 해 줬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구글 맵에서 속초가 북한 땅으로 구분돼 허용 금지 지역에서 벗어나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포켓몬을 잡으러 속초로 몰려가던 13일은 한미 군사 당국이 사드(THAAD)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고 발표한 날이다. 한쪽에서는 속초로, 다른 쪽은 성주로 몰려든 것이다. 둘 다 안보 문제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는 것이다.

사드가 동북아 군사 균형을 깨고, 한반도 전쟁 위험을 높이고, 제아무리 초강력 울트라 전자파를 내뿜는다 해도 사드 부대에 레어템이 있다면 적어도 한국의 20~30대들은 매일 포켓몬을 잡기 위해 몰려들 것이다. 포켓몬 체육관이 있다면 아예 상주하고 포켓몬을 훈련하려 들 것이다.

중요한 것은 레어템 특히 전설의 포켓몬이다. 백악관, 미 국방성, 외계인이 산다는 미국 네바다 주 51구역의 1급 군사 지역, 심지어 IS 점령지에 전설의 포켓몬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에베레스트 산꼭대기에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험지에, 아무나 못 가는 곳에 전설의 포켓몬이 산다면 평양의 주석궁에도 없을 리 만무하다. 포켓몬 고를 하려고 북한 땅으로 표기된 속초에 몰려들 정도라면, 평양 주석궁에 있는 전설의 포켓몬을 잡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평양으로 발길을 향할 것이 자명하다.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평양으로 가고자 한다면 남북의 자유 왕래와 교류를 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포켓몬 고야말로 한반도 평화 협정 체결에 가장 중요한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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