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산재' 신청한 한솔케미칼 노동자 끝내 숨져

산재 신청한 지 3개월 역학조사도 못했는데..."근로복지공단과 회사 책임"

3개월 전 자신이 다닌 화학공장의 장시간 노동과 유해물질 노출로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며 산재 신청을 한 노동자가 역학조사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끝내 눈을 감았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3일 논평을 통해 "전북 완주군 봉동공단에 위치한 화학공장 한솔케미칼에서 일하던 이 아무개(33)씨가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3일 새벽 운명했다"고 밝혔다. 전북본부는 "이 책임은 삼성전자의 납품업체로서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하고 백혈병 발병 이후에도 그 책임을 회피한 회사와 산재 인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근로복지공단에 있다"고 밝혔다.

이 아무개씨가 근무한 한솔케미칼 봉동공장은 LCD 등 전자제품 생산공정에 필요한 전극보호제와 세정제 등을 생산한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이 제품들이 백혈병 발병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한솔케미칼은 일부만 삼성전자 중국법인에 납품을 하며 이씨가 근무한 곳과는 무관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12년 28살의 나이로 이 공장 전자재료팀에 입사하고 2015년 백혈병(급성림프구성)이 발병된 것을 알았다. 한솔케미칼은 지난 4월 “안전 보호가 부족하거나 근무 환경에 문제가 된 사례는 없었으며 유해한 물질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고 검증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씨의 백혈병과 회사 관련성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씨는 당시 자필 편지를 통해 장시간 노동과 어떤 물질을 다루고 있는지 충분한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백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도 “삼성이 요구하는 납품물량을 맞추기 위해 월 100시간 이상 잔업과 밤샘노동 등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었고, 물질을 혼합하는 과정에서 용액이 눈과 피부에 튀고, 분진이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백혈병 발병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과 사회에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산재 신청이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역학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근로복지공단을 비판했다. 이씨의 산재 신청은 지난 4월 28일 근로복지공단 전주지사에 접수됐다.

전북본부는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여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줄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피해자가 투병으로 고통 받다 목숨을 잃는 동안에도 아무런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는 산재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나”고 지적했다.

참소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전주지사는 이 사안은 지난 4월 28일 접수 받아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2달이 지난 6월 30일 조사 의뢰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다음 주 즈음 심의하고 역학조사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한편, 고인의 장례는 광주광역시 내에 있는 장례식장에서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5일에 진행한다. 고인은 슬하에 3살 딸과 돌도 안 지난 아들을 두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이 아무개씨가 작성한 편지

저는 2012년 1월 만28세의 나이에 전주 한솔케미칼사 전자재료팀에 입사하여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 발병 발견시기인 2015년 10월까지 근무한 이ㅇㅇ이라고 합니다.

당시 늦은 나이에 한솔케미칼 정규직이라는 대기업에 일할 수 있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고향을 떠나 홀로 먼 타지로 일을 하기 위해 한솔케미칼에 입사하였습니다.

첫아이가 태어난 무렵부터 제품의 출하량이 급격히 늘었고 그 출하량을 맞추기 위하여 거의 자는 시간 외 에는 일만하였습니다. 생산량도 불규칙하여 작업자의 근무시간도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하루12시간 근무가 잦았고,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2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장시간 지속된 근무와 엄청난 작업량에 하루가 다르게 지쳐가고 있었고 둘째아이를 가진지 4개월 만인 2015년 10월 중순부터 몸에 반점이 생기고 감기와 같은 증상으로 동네병원을 다니다 증세에 호전이 없었습니다.

피검사를 해보니 염증수치가 높아 회사에 쉬기를 요청하였으나 근무를 더하라는 말에 그날 야간근무를 마치고 종합병원에 입원하였고 하루 만에 염증수치는 더 많이 올라있었습니다. 입원 이틀 후 백혈병이 의심 되니 큰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하라는 말을 듣고 서울 성모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의사의 진단은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이라는 30대에 나이에 믿을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값비싼 치료비와 주기적인 검사 비용도 엄청난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3살 된 딸과 이제 태어난 지 2주된 아들을 키워야하는데 이 아이들에게 아빠로써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어줘야할 시기에 딸아이를 안기에도 힘이 떨어져 나도 모르게 힘에 부쳐 벌벌 떠는 제 손을 보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만 갑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들 그리고 와이프 보기가 정말 미안하고 미안하기만 합니다 .

앞으로 저는 저의 남은 인생의 절반이상을 그저 치료와 검사를 하며 일반인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이 살아야 된다는 것에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꼭 산재로 인정받고 일평생 안고 살아야하는 이 병에 대한 치료만이라도 마음 편히 하여 아이들과 그저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덧붙이는 말

문주현 기자는 참소리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참소리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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