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립전자 비리로 인한 경영난, 애꿎은 장애인 직원만 일터에서 쫓겨나

지난 3월 13명 장애인 직원 해고, 지자체는 아직 명확한 대책 없어

지난해 말 비리가 적발돼 사회적 파장을 낳았던 한국소아마비협회 부설 정립전자가 경영난을 이유로 장애인 직원 13명을 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광진구 소재 정립전자는 LED 조명, CCTV, USB 저장장치 등을 생산하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시설로 약 100여 명의 장애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검찰 수사 결과 정립전자는 일반업체가 생산한 물건을 자체 생산품이라고 꾸미고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등의 수법으로 약 348억 원을 횡령했다. 당시 원장 김아무개 씨와 본부장 박아무개 씨는 실제 일하지 않는 사람을 일하는 것처럼 꾸며 약 19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부당하게 받기도 했다. 이에 원장, 본부장 등 14명의 직원이 검찰에 기소돼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정립공대위) 등에 따르면 정립전자는 비리 여파로 생산 주문이 줄었다. 서울시는 정립전자에 지원하던 보조금을 중단하고, 부정 수급한 보조금을 환수하는 등의 행정 명령을 내렸다.

이에 정립전자는 매출 감소와 보조금 중단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 3월 말에서 4월 사이 가동을 멈춘 생산 라인의 장애인 13명을 해고했다.

반면 정작 비리와 경영난에 직접적, 간접적 책임이 있는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진들은 퇴진이나 공개 사과 등 어떤 공식적인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사회는 지난 4월 박춘우 상임이사를 정립전자 원장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비마이너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해고 당사자 ㄱ 씨는 “경영이 악화돼서 생산 라인이 없어지니까 나오게 됐다. 윗선에서는 책임지지 않고 우리에게만 책임을 전가했다”라고 토로했다.

해고자 ㄴ 씨도 “(구속된) 전직 원장하고 직원 몇몇 빼고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간부들은 그대로 있지 않나”라며 “사정이 나쁘니까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면서 장애인들은 잘랐는데, 비장애인들은 그대로”라고 꼬집었다.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는 명확한 대책을 수립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에 정립전자 해고 사건에 대해 문의했으나, 담당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하반기 새로 부임하면서 전임자에게 정립전자 사건에 대한 인수인계를 거의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이사진, 현재 원장 해임에 대해서도 관계자는 “비리 혐의가 확정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분들을 전체 해임하는 건 어렵다”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광진구 관계자의 경우 “정립전자 해고 사건에 대해 정립전자 측에 소명을 요청한 상태”라며 “중단된 보조금을 다시 지원할 것을 서울시에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으로 서울시와 협의해 정립전자 정상화와 해고자 대책을 고민하겠다”라고 밝혔다.

정립공대위는 이사진, 원장 해임과 해고자 재고용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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