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내 공립특수학교 신설 부지로 (구)공진초 이적지와 마곡지구 부지를 놓고 갈팡질팡한 끝에 지난 8월 31일 (구)공진초 이적지를 일부 활용하겠다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발표했다. 결국엔 ‘원안’으로 돌아온 것이다.
행정예고가 나오자 인근 아파트 단지 일부 주민들은 적극적인 반대 행동에 돌입했다. (구)공진초 인근에 사는 가양동 주민 이아무개 씨는 지난 9월 8일 산책하다가 ㅎ아파트 단지 앞에 붙은 현수막을 발견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부지로 행정예고된 (구)공진초 이적지 바로 맞은편 ㅎ아파트 단지 입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씨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학교 정문과 마주한 자리에 현수막이 세 개 붙어있다”면서 사진에 찍힌 현수막은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씨가 보여준 또 다른 사진엔 지역구 의원이 해당 부지에 밀어붙이려던 ‘국립 한방의료원 설립 공약을 즉시 이행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 씨는 “ㅎ아파트 단지 안에도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 자녀를 둔 사람이 있을 텐데, 이는 아파트 단지 내 주민조차도 거부하는 것 아닌가. 착잡하다.”고 전했다.
이 씨는 현수막을 발견한 2~3일 뒤, ㅎ아파트 단지 내 친구집 방문을 위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던 중 엘리베이터 내에 찬반 서명 용지가 붙어있는 것도 보았다. 이 씨는 “반대 서명 용지가 세 개 붙어 있었는데 세 개 중 하나에 서명이 차있었다”고 전했다.
ㅎ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아무개 씨 또한 엘리베이터에 붙은 서명 용지를 보았다. 지난 주말엔 ‘용지에 서명하라’며 어떤 사람이 집 벨을 누르기도 했다. 김 씨는 “남편이 이 사안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서명하지 않고 사람을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수막이 붙은 뒤 두 차례 정도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한 긴급 주민 회의에 참석하라는 방송이 아파트 내에 있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나는 참석하지 않아서 회의에 몇 명이 모인지는 모른다. 국회의원이 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면서 “지난 일요일(11일)엔 다음날 월요일에 교육청에 항의하러 간다며 모이라는 방송도 있었다.”고 밝혔다.
공진초가 마곡지구로 이전하면서 발생한 이적지 일부를 이용해 특수학교를 신설한다는 계획은 이미 2013년 11월에 한 차례 발표된 적 있다. 그러나 당시 일부 주민의 거센 반대로 부지 확정은 지연됐다. 그러던 중 강서구가 지역구인 김성태 의원이 (구)공진초 이적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설립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다시 갈등은 시작됐다. 당시 김 의원은 공진초 이적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설립하고, 특수학교는 마곡지구에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제안한 마곡지구는 일찍이 서울시가 농업역사박물관 부지로 검토하던 땅이었음이 알려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은 결국 원안인 (구)공진초 이적지로 돌아왔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이은자 강서구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은 “3년 전인 2013년에 행정예고했을 때도 같은 일을 겪었다. 예상했던 일이다“며 애써 담담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 부회장은 “같은 동네 사는 이웃끼리 싸우는 건 원치 않는다”면서 “반대 주민들은 장애인복지관이 있어서 특수학교까지 들어오는 건 지역 균형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말이 안 된다. 아이들이 갈 학교가 없다.”고 호소했다. 장애인복지관과 특수학교는 분명 목적이 다른 시설임에도 일부 주민들은 ‘장애인 시설’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반대 주민들의 압력으로 행정예고 기간도 8월 19일에서 30일까지로 늘어났다. 앞으로 여러 방해가 예상되지만 침착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면서 “교육청의 의지가 중요하다. 흔들리지 않고 특수학교를 설립해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행정예고를 보면 특수학교는 (구)공진초 이적지(11,002㎡) 일부(5,000㎡)를 활용해 지어질 전망으로 설립 목표 시기는 2019년 3월이다. 특수학교는 발달장애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전체 16학급으로 106명을 수용하게 된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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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