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수사에서 사라진 김앤장 문자 내용엔 뭐가 있을까?

김앤장 피해가는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수사

김앤장이 갑을오토텍 노조파괴에 법률자문을 했다는 정황이 나온 상황에서 검찰에 제출한 수사 기록에 관련 자료가 빠져 의혹이 커지고 있다. 누락된 수사 자료는 김앤장 고문, 변호사들과 노조파괴를 주도한 사측 관계자가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다.

해당 자료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5년 4월 23일 갑을오토텍을 압수수색해 확보했다.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노조파괴의 구체적 방법이 담긴 일명 ‘Q-P 시나리오’ 문건을 확보하고, 노조 파괴에 관여한 사측 핵심 인사의 핸드폰도 압수해 통화기록과 삭제된 문자, 카카오톡 대화 내용까지 복원했다. 그렇게 나온 수사기록 일부엔 <권기대 전 갑을오토텍 노무부문장 모바일 분석보고서>가 증거자료로 첨부돼 있다.

<모바일 분석보고서>는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날짜별 통화+문자+SNS(카톡) 기록과 착발신 번호 요약(자료1)과 △날짜별 문자+SNS(카톡) 복원 내용(자료2)이다. ‘자료1’에 따르면 권기대 전 노무부문장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 고문, 전문위원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착발신 통화 내용 뿐 아니라 문자가 오고 간 기록이 있다. 특히 특별근로감독이 시작된 지난해 4월 14일부턴 김앤장 소속 변호사 3명, 전문위원 등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는다. ‘자료1’에서 문자 착발신 기록이 있으면 ‘자료2’의 해당 시간 지점을 찾아가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자료2’에 김앤장 문자가 오간 시점 부분이 거의 통째로 빠져있다.

  자료1(위)과 자료2(아래) 사진. 자료1에 나타난 연락처와 시간을 확인해 자료2에서 해당 문자나 카톡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4월 14일부터 압수수색당하기 전날인 4월 22일까지 김앤장 소속 변호사, 전문위원과 40번에 가까운 연락을 주고받고 13차례의 문자를 주고받았지만 그 내용이 모두 누락됐다.

압수한 핸드폰 분석 중 김앤장 관계자 문자 누락
내용이 누락된 사실을 알 수 있는 건 <모바일 분석보고서>에 별도 넘버링이 돼 있어서다. 수사기록 상 <모바일 분석보고서>의 넘버링은 1/2398 시작해 2250/2398까지 있다. 이는 <모바일 분석보고서>가 총 2398페이지로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2250페이지까지를 수사기록에 포함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13차례 문자를 주고받은 ‘자료2’ 부분의 4월 14일 시점에서 넘버링이 1971/2398쪽에서 갑자기 2098/2398쪽으로 넘어간 부분이다.

  <모바일 분석보고서>에는 넘버링이 돼있다. 13차례 김앤장 인사들이 문자를 주고받은 ‘자료2’ 부분의 4월 14일 시점 넘버링이 1971/2398쪽에서 갑자기 2098/2398쪽으로 넘어간 부분이다.

126쪽이 통째로 누락됐는데 ‘자료1’ 부분엔 김 모 변호사, 하 모 위원, 신 모 변호사 등 김앤장 측 인사들과 문자가 오고 간 기록이 있다. 문자를 수신, 발신한 기록이 있지만 문자 내용은 사라진 것이다.


  '자료1'에 나온 김앤장 인사들의 통화, 문자 착발신 리스트. SMS 발신, 수신 내역이 있지만 '자료2'에는 내용이 누락됐다. 누락된 1972/2398 ~ 2097/2398쪽 사이에 '자료1'에 있는 발신, 수신 문자 내용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발신, 수신자 이름은 압수된 핸드폰에 저장된 이름이다.

애초 김앤장 개입 의혹은 특별근로감독 시작일인 2015년 4월 14일 19시 55분 박효상 갑을오토텍 전 대표이사가 권기대 전 노무부문장에게 보낸 문자에서 김앤장이 언급되면서 제기됐다. 박 전 대표이사는 “모든 카톡 및 문자는 지우세요. 전화로 합시다”라고 지시했고, 7분 뒤 권 전 노무부문장은 문자메시지로 박 전 대표이사에게 “예. 다 정리하고 있습니다. 김앤장하고 지시하신 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고 답했다. 김앤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김앤장 측은 “갑을오토텍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이후 회사 측 요청에 따라 계약을 맺고 관련 법률자문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특별근로감독이 있던 2015년 4월 14일 이전부터 갑을오토텍 사측, 노무법인 예지와 만나 협의했다는 기록이 있다. 2014년 10월 28일 권 전 노무부장은 박효상 전 대표이사와 김을주 당시 전무가 있는 카톡방에 김앤장, 노무법인 예지와의 만남을 보고했다.

  '자료2'에 담긴 김앤장의 증거인멸 개입 가능성 내용

  '자료2'에 담긴 2014년 10월 28, 29일 카톡방 보고 내용. 김앤장 측은 갑을오토텍에 대한 2015년 4월 14일 특별근로감독 이후 회사 측 요청에 따라 계약을 맺고 관련 법률자문을 제공했다고 해명했지만, 특별근로감독 수 개월 전인 2014년 10월 29일에 갑을오토텍 사측, 노무법인 예지와 만나 협의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날은 사측이 <회사정상화방안>이라는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만든 지 이틀 뒤다.

김앤장, 특별근로감독 대응 법률 자문만 했을까?
당시 사측은 김앤장, 예지와 만나기 이틀 전인 10월 27일에 <회사정상화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엔 노조를 자극해 쟁의행위를 도발하고, 직장폐쇄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통해 기존 노조를 무력화하고 새로운 기업노조를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또 직장폐쇄를 유지하기 위한 재고 확보 방법으로 관리직/우선 복귀 기능직이 대체생산을 하게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 방법으로 노무법인 예지, 법무법인 김앤장, 당사 전담자 3자 협의체가 공동으로 프로세스를 처리한다고 명시돼있다. 이걸 보면 김앤장이 2015년 특별근로감독에 대응하는 법률 자문하기 수개월 전부터 노조파괴를 예지와 함께 공동으로 자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만하다. 만약 실제 노조파괴 공작에도 김앤장 관계자들이 자문했다면 명백한 노조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2014년 10월 27일 작성한 <회사정상화방안> 문건에도 김앤장이 등장한다.

<모바일 분석보고서>엔 권기대 전 노무부장이 <회사정상화방안>이라는 노조파괴 시나리오 작성 이틀 뒤인 2014년 10월 29일 김형철 대표와 김헌수 고문을 만난 사실이 나온다. 이날 3자 협의 후 권 전 노무부장은 당시 박효상 대표와 김을주 전무에게 “김앤장에도 프로젝트를 수행할 팀이 있어 일괄 수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행 기간 및 비용 그리고 집중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예지컨설팅이 주관하고 김앤장에 법률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카톡으로 전했다.

그 후 회사는 <회사정상화방안>에 나온 대로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을 진행한다. 일명 ‘Q-P시나리오’로 쟁의행위 유발-직장폐쇄-경비용역 투입-관리직 대체 생산-공권력 요청-기업노조 설립-단체협상해지-기업노조와 새로운 단협 체결이라는 진행 절차다. 하지만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전직 특전사, 경찰 출신 인사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해 기업노조를 설립하다 들통났고, 노조의 고소로 2015년 4월 14일 노동부 천안지청에 의해 특별근로감독, 4월 23일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그러면서 김앤장은 <모바일 분석보고서>에서 4개월여 만에 다시 등장한다. 그것도 하필 증거인멸 의혹과 함께.

<워커스>는 특별근로감독 날인 작년 4월 14일 오후 6시 36분에 권기대 전 노무부문장에게 전화를 걸고, 받지 않자 두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김 모 김앤장 변호사에게 “특별근로감독 자문을 직접 했느냐”고 물었지만 “고객과 관련한 일이라 대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차 물었지만 그는 역시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증거인멸 정황 질문에도 “당연히 안 했다”라고만 했다. 신 모 변호사는 “언론대응팀에 문의하라”고만 했다. 권 전 노무부장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하준진 위원도 “일을 진행한 게 없다. 이와 관계없다. 오해일 수도 있다”며 “제가 알기로는 다른 노무법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조에 관해 연관 지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관여된 게 없고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여러 곳에서 김앤장 개입 의혹이 불거졌지만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는 자료는 정작 수사기록에서 빠져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워커스>는 이 사건을 담당한 채 모 근로감독관에게 특감 즈음한 날짜의 문자 내용이 빠진 것에 관해 물었지만 “갑을오토텍 관련 사건은 조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워커스>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실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 의원실은 국정감사를 위해 누락되지 않은 모바일 분석보고서 원본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해당 자료를 파기했다는 이유다. 김삼화 의원실 관계자는 “(담당 근로감독관이) ‘사건과 관련 있는 (모마일 분석) 자료는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 사건과 관련 없는 자료는 파기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모바일 분석보고서엔 사건과 관련 없는 문자들도 상당하다. 가족과의 사적인 메시지가 한 페이지 넘게 있기도 하고(박효상 전 대표이사 모바일 분석보고서), 지인과의 사적 대화도 많다. 심지어 친구들이 힘내라고 보내 준 여러 여성 사진도 포함돼 있어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자료를 파기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갑을오토텍지회, “의혹 풀기 위해서라도 원본 자료 내놔야”
오는 26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앤장 하준진 위원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지만 환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때문에 함께 출석이 예정됐던 권 전 노무부장 역시 증인으로 서지 못하게 됐다. 여소야대 국감에서도 김앤장 노조파괴 개입 의혹은 다루기 어렵게 된 것이다.

갑을오토텍지회는 “노동부가 해당 날짜의 자료를 다시 내놔야 정확한 해명이 될 것”이라며 “당시 누락된 자료엔 근로감독관과의 연락 기록도 있는데 이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도 원본자료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김앤장이 증거인멸, 노조파괴 등에 자문한 사실이 밝혀지면 노조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갑을오토텍지회를 대리하는 김상은 변호사는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아도 형법 30조(공동정범)에 의해 부당노동행위 공동정범에 해당될 수 있으며, 노조파괴를 자문했다면 노조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증거 인멸에 가담했으면 형법상 증거인멸죄에 대한 처벌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갑을오토텍지회는 대체생산에 반대하며 80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7월 26일부터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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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on

    노동부와 검찰은 전면 재수사 하고 관련자 무두를 구속하라

  • 리치

    무엇을 감추려고 자꾸 은폐 축소시키는가....

  • 이상수

    검찰 경찰 자본의하수인이되어서 약자한테살의희망마저
    빼앗아간 정부.노동부.검찰.경찰 각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