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추모 문화제, “부검 필요 없다”

경찰, 시신 부검 영장 신청...대책위, 경찰 강제부검 우려, 연대 호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남기 농민의 빈소 [사진/ 정운 기자]

백남기 농민이 317일간의 사투 끝에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으로 모여든 800여 명 시민들은 박근혜 정권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결의했다.

  25일 저녁, 백남기 대책위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입구에서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사진/ 정운 기자]

백남기대책위는 오후 7시 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 백남기 농민 추모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앞서 대책위와 시민들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 저녁부터 서울대병원 입구에 모여 부검을 주장하며 들이닥친 경찰에 맞서 고인의 시신을 지켰다.

촛불문화제에서 대책위 김정열 집행위원장은 “317일 동안 우리 가슴에 계셨던 한 농민을 오늘 보냈다. 우리는 슬퍼하기 전에 이 자리에서 다시는 이런 농민과 국민이 나오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결의한다”고 전했다.

이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1주기의 결연한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다”며 “여러분들은 단순히 추모를 위해 온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는 우리 부모, 자식들이 이런 일을 겪으면 안 되니 세상을 바꾸고, 무너뜨리고, 뒤집기 위해 온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야 304명 세월호 희생자와 백남기 농민에게 나중에 한마디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안치실로 들어가는 고 백남기 농민 [사진/ 정운 기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현정희 서울지부장은 “어제 내가 잡았던 백남기 농민의 손은 여러분 손과 같이 따뜻했다. 얼굴은 너무나 고왔다. 그런 어르신을 막 떠나니 이제는 슬픔보다 분노가 더 생긴다”라며 “작년 11월 14일 물대포를 맞고 곧바로 응급실만 갔어도 이렇게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헌신짝 버리듯 대하는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다”고 호소했다.

현정희 지부장은 또 “지금 수백 명의 경찰을 투입할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강신명 경찰청장이 사죄하러 와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저들은 정부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부검은 필요 없다”며 “백남기 어르신이 쓰러진 당일 서울대병원에서 뇌수술을 진행했다. 또 300일간 국내 최고 의료진의 진료를 수차례 받았다. 하지만 검경의 강제 부검 시도는 어르신을 상대로 또 공권력을 남용하겠다는 의미다”고 경찰을 규탄했다.

  백남기 대책위와 시민들, 그리고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 정운 기자]

경찰은 이날 오후 7시 반까지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을 둘러싸 조문객과 병원 관계자의 출입을 막았다. 경력을 철수시키라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항의 끝에 경찰은 7시 반쯤 일부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 경찰이 충돌해 한 기자는 경찰에 밀려 머리와 오른쪽 다리를 다쳐 응급 후송됐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인근을 막고있는 경찰 [사진/ 정운 기자]

시민들은 추모제에서 “박근혜는 사죄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백남기를 살려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8시 반쯤 추모제가 끝나고 시민들은 조문실로 이동했다.

백남기 농민은 25일 오후 2시경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그는 지난해 11월 14일 쌀 수입반대, 쌀값 보장을 위한 전국농민대회,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317일 동안 의식을 잃은 채 중환자실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부검, 발병원인을 환자의 질환으로 몰아가려는 저의 아닌가”

경찰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급성신부전으로 인한 병사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25일 의견서를 내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경찰 살수차의 수압, 수력으로 가해진 외상으로 인한 외상성 뇌출혈과 외상성 두개골절 때문”이라며 사망 원인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검에 대해서도 인의협은 “317일간 중환자실 입원 과정에서 원내감염과 와상 상태 및 약물 투여로 인한 합병증으로 다발성 장기부전 상태이며 외상 부위는 수술적 치료 및 전신상태 악화로 인해 변형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사망 선언 후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가족들이 부검을 원치 않고 있으며 이처럼 발병원인이 명백한 환자에게서 부검을 운운하는 것은 발병원인을 환자의 기저질환으로 몰아가려는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식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고 제기했다.

경찰은 25일 밤 시신 부검영장을 검찰에 신청한 상태다.

백남기 농민의 빈소는 이날 오후 6시 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에 마련됐다.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책위는 사과나 책임자 처벌이 진행될 때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안 검시를 위해 안치실로 이동하는 검찰과 경찰 [사진/ 정운 기자]


대책위는 경찰의 영장 신청으로 인해 25일 밤, 26일 새벽을 경찰의 진입 기점으로 보고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또 매일 저녁 7시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백남기 농민의 시신이 차량에 실리고 있다 [사진/ 정운 기자]

  장례식장 입구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추모객들이 임을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 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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