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거부 한광호 열사 200일.. 유시영 재판 선고 두달 뒤 쯤

"유성기업 꼭 처벌받게 해 노조파괴 문제 해결하는 단추로 만들 것"

  28일 오후 2시, 천안 터미널 앞에서 열린 유시영 구속 촉구대회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원회가 9월 30일을 ‘한광호 열사 200일 추모의 날’로 정하고 추모 일정을 진행했다. 이날은 사측의 ‘노조파괴’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고 한광호씨가 세상을 떠난지 198일째 되는 날이다. 이들은 오후 2시 천안터미널 앞에서 유시영 유성기업(주) 회장 구속 촉구대회를 열고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유시영 구속촉구대회에서 발언 중인 국석호 쟁의부장

대회에서 고 한광호씨의 형인 유족 국석호 쟁의부장은 “노조파괴 박살내보자고, 더이상은 노조파괴 사업장이 생기지않게 하자는 생각으로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 앞에 동생이 안치되어 있는 병원이 있는데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지 못해 죄인이 된 것 같았다”며 “동생을 이제는 편안하게 보내주자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현장에서 함께 투쟁하고 반드시 우리 동지들과 함께 떠나보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진 중인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

참가자들은 대회를 마치고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앞까지 행진한 뒤 오후 4시 유시영 회장의 재판 증인신문을 한 시간 정도 함께 방청했다.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이번 기일에 심리가 종결되길 기대하며 법정에 들어섰으나, 사측 대리인이 추가로 근로감독관 신문을 요구하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며 다음 기일로 미뤄졌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재판 출석 뒤 차로 향하는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

이날 재판에서는 사측 법률대리인이 “이 재판 더 끌어볼까요?”라고 발언하기도 해 방청객들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지회 측 대리를 맡은 새날 법률사무소 김상은 변호사는 “저들이 재판을 거의 3-4년 끌어왔는데, 11월 4일에 구형재판이 잡혔고 통상적으로 4주 이내에 선고하니 이제 8주 정도 남은 것”이라며 “유시영 회장은 아직까지도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것 같지만 재판부가 결코 쉽게 그렇게 판단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정 앞에서 재판 방청을 기다리는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

윤영호 금속노조 유성아산지회장은 유시영 회장의 재판이 끝난 뒤 “유시영이 저지른 죄에 대한 처벌의 끝이 보이는 시점이 왔다. 이후 재판부에서 어떤 판단을 하느냐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이것을 노조파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단추로 만드는 것은 우리가 투쟁해야 하는 몫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유성기업지회와 범대위 등은 이후 유성기업 아산공장으로 이동해 오후 7시 반부터 추모 문화제를 진행했다.

  아산공장 앞에서 진행된 문화제에서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인사하고 있다 [출처/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추모문화제 마지막 상징의식으로 '노조파괴'를 불태우는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 [출처: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유성기업은 현대차에 피스톤링을 납품하는 부품업체다. 노조가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요구하며 이름이 알려졌다. 심야노동으로 노동자들이 잇따른 죽음을 맞이한 것이 이유였다. 이것이 원청인 현대차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만들고 실행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현대차와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노조파괴를 주도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서가 공개됐지만, 정작 유성기업과 현대차 책임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문건이 밝혀진 뒤에도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계속됐다. 복수노조였던 현장은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에만 징계를 남발하고 노조활동을 문제 삼았다. 유성기업지회는 지난 3월 17일 자결한 고 한광호 조합원 죽음의 이유를 두고 사측이 금속노조 조합원에게만 무차별 징계와 고소고발을 남발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2012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노조 대의원 활동을 하며 사측과 기업노조(어용노조) 간부 등으로부터 11차례나 고소당했다. 징계도 두 번이나 받았으며, 세 번째 징계를 위한 출석을 통보받은 뒤 주검으로 발견됐다.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한광호 열사의 영정을 안고있는 유족 국석호 쟁의부장

고 한광호 조합원의 죽음 뒤 열사대책위는 유성기업 사측에 △노조탄압에 따른 한광호 열사 죽음에 대한 사죄 △노조탄압 중단과 재발방지 약속 △책임자 처벌 △노조탄압에 따른 정신건강 피해자 심리치료 △유가족 배상 등을 요구하고 교섭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유성기업 측은 “자살이니 노동탄압이 아니다”는 답변으로 교섭을 거부했으며 200일이 다 된 지금도 진전이 없다. 유성지회 노동자들은 이후 열사 투쟁에 돌입해 서울광장 분향소 농성을 거쳐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농성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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