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노조 파괴 직접 개입 의혹

업무일지로 용역에 “민노 대응하라” 지시...노노 갈등도 조장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 청소노동자 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파괴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9월 11일 청소 용역 계약을 맺은 태가비엠(주)에 업무일지 형태로 “민노(민주노총) 집회 예고, 철저 대응 바랍니다. 최** 배상”이라며 직접 지시했다. 서경지부는 최 씨가 세브란스 병원 사무팀 직원이라고 밝혔다.

서경지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용역 회사 태가비엠은 매번 업무일지를 작성해 세브란스병원 사무팀의 결재를 받았다. 이 사무팀 직원은 업무일지 특이사항 란에 노조 파괴 지시사항을 적어 다시 태가비엠에 보냈다.

  세브란스병원과 용역 계약을 맺은 태가비엠(주)의 업무일지. 서경지부는 7일 "서명란의 '담당, 파트장, 팀장'이 세브란스병원 사무팀 직원"이라며 세브란스병원의 노조 파괴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세브란스병원은 9월 8일 병원 노동자들이 단체협약 열람을 위해 한국노총 신촌연세노동조합 사무실에 방문한 것에 대해 9월 20일 “(사무실) 난입 건에 대해 법적 조치 진행 바랍니다”라며 태가비엠에 지시했다. 방문 당시 한국노총 신촌연세노동조합 위원장은 열람을 거부했다. 현장에 있던 태가비엠 직원, 병원 사무팀 직원, 보안 요원 등이 퇴거를 명령하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9월 25일 태가비엠에 “주말 민노 조합원 소행으로 보이는 민노총 전단이 병원장실 등에 배포된 점에 유의하고, 주말 휴일 민노 서경지부 조합원 동향 파악 집중 부탁드립니다”, “민노, 한노, 비노 인원 현황 상세 데이터로 주세요”라는 지시사항을 보내 사찰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 동향을 파악하라는 세브란스병원 사무팀 직원의 지시.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세브란스병원은 또한 직접 태가비엠에 노-노대응 유도를 지시했다. 세브란스병원은 9월 7일 태가비엠에 “(서경지부의) 한국노총 집행부 방문 소란 등은 철산노(한국노총 철도사회산업노조) 위원장에 실시간 전달하여 ‘노노 대응’ 유도 바랍니다”라는 업무일지를 써 전달했다. 병원 지시 다음 날 철산노는 “민노 서경지부는 노노 갈등을 유발하지 마라”는 유인물을 부착했다.

  노노대응 유도하라는 세브란스 병원의 지시. 태가비엠(주)은 이에 명심하겠다고 답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박용원 공인노무사는 10월 7일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브란스병원이) 도급을 해놓고 직접 개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서경지부가 다수노조이기 때문에 당연히 교섭에 응해야 하지만, 병원은 태가비엠 뒤에 숨어 사용자로서 아무런 책임과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병원의 지배 개입과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 이상의 책임과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박용원 노무사는 세브란스병원이 노조법 81조(부당노동행위), 근로기준법 17조(근로조건의 명시)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10월 7일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청소노동자 노조 파괴 직접 개입, 세브란스병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노조 파괴 공작을 터뜨리자는 취지의 퍼포먼스.

<워커스>는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세브란스병원 홍보팀에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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