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져버린 촛불정국...‘박근혜 하야, 퇴진’ 3만 운집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 혼란 속 첫 번째 대규모 촛불 집회

3만 여 시민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집회 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으나, 경찰이 행진을 가로막으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향후 매일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고, 오는 1일 비상시국 행동과 이후 대규모 주말 집회 등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박근혜 퇴진 촉구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29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촛불’ 집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당초 주최 측 예상 인원을 뛰어넘는 3만 여 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이날 집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 혼란 속에 처음 치러진 대규모 촛불 집회다.

이 자리에서 최종진 민중총궐기투쟁본부 공동대표(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수 만 명의 국민들이 모여 하야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오늘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대항쟁의 시작이다. 오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는 100만 항쟁으로서 박근혜를 끌어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청와대는 대통령 하야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일명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을 포함한 수석비서관 전원의 사표를 제출받은 상태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청와대 안종범 정책수석, 정호성 비서관 등의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청와대와 검찰이 사건의 꼬리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종진 공동대표는 “아무도 믿지 않는 검찰이 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나. 검찰을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박근혜는 즉각 하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야당은 당리당약으로 내년 선거만 바라보고 있다. 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분노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3만여 시민은 오후 7시 경 본 집회를 정리하고 도심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청계광장에서 광교와 종각,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다. 집회에 참여한 고등학생 A(18) 씨는 “군포에서 왔다. 처음집회에 참석했다”며 “평소 반 친구들끼리 최순실 관련 뉴스를 공유하며 읽는다. 나라의 수장이 개인과 모든 것을 의논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다. 박근혜는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에 거주한다는 20대 여성 B씨는 “집회에 오니 대한민국이 아직 살아있어 다행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박근혜는 이 자리에 모인 국민들의 말을 똑똑히 알아들어야 한다. 하야가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시위대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로 사망한 현장인 종각역 인근과, 세월호 농성장이 설치돼 있는 광화문 광장을 지나며 고인들에게 추모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광화문 4거리를 지나 안국역 방향으로 행진을 이어갔으나,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경찰에 가로막혀 발이 묶였다. 시민들은 오후 8시 경부터 ‘평화행진 보장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으며, 그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대는 세종대로 양방향 전차로를 점거하고 3시간 이상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다.



한편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오는 11월 1일부터 12일까지 비상시국행동에 돌입한다. 1일부터 매일 저녁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촛불 집회가 열리며, 오는 11월 5일 또 한번 대규모 범국민대회가 예정 돼 있다. 11월 12일에는 지난해에 이어 ‘박근혜 정권 퇴진’을 내건 민중총궐기가 개최된다.

경찰이 변했어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에 빠진 정국. 첫 번째 ‘박근혜 하야’ 대규모 촛불집회를 맞닥뜨린 경찰은 다소 혼란스러워 보였다. 지난해 직사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을 사망케 한 종로서의 패기는 온데 간데 없었다. 종로서장은 시위대를 가로막은 채 내내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여러분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만큼 경찰의 안내에 따라 이성을 찾고 도로 점거를 중단해 주십시오”라며 호소를 했다. 도로를 점거하기만 하면 예고 없이, 그리고 아낌없이 뿌려대던 캡사이신도, 직사 물대포도 잘 보이지 않았다. 종로서는 대치 내내 ‘나라사랑’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하며 시위대를 달래기에 여념이 없었다. 심지어 집회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여러분의 동료들이 방송차에서 조만간 마무리 집회를 한다고 합니다. 동료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집회 주관자가 이미 집회 종료를 선언했다. 돌아가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근혜 하야’ 촉구 첫 번째 촛불집회. 이후 줄줄이 예정 돼 있는 대규모 집회와 민주총궐기까지. 과연 경찰은 끝까지 살인 캡사이신 물대포 살포와 무더기 연행을 참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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