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해고에 맞서는 ‘조선업 하청노동자 대행진’

전국에서 희망버스 연대… ‘고용안정호’ 띄워

  문화제에서 함께 구호 외치는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소리 없이 사라져갔던 하청노동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거리로 나섰다. 전국 각지에서 노동자와 시민들은 하청노동자와 연대를 위해 10대의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로 왔다.

29일 오후 3시 3,000여 명의 하청노동자와 시민은 거제시 아주동 공설운동장에서 하청노동자 결의대회와 문화제를 가졌다.

이날 하청 노동자들은 “세계 1위 한국 조선은 하청 노동자의 피땀 어린 노동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하청 노동자는 업체 폐업, 임금체불, 임금삭감 등 차별과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다”며 ▲원청의 하청 노동자 체불임금 책임 ▲원청의 하청 업체 폐업 고용 승계 보장 ▲다단계 불법 착취, 물량팀 고용 폐지 ▲조선 하청 노동조합 건설 등을 주장했다.

  거제 아주공설운동장에서 문화제 가진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보도는 많지만 정작 전체 노동자의 70%에 달하는 조선업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 대책도 이들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에서만 42개 하청업체가 폐업했고, 이로 인해 5,000여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조선업 전제적으로 2만 명 이상의 하청노동자들이 해고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앞으로도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더 해고될 전망이라고 한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노조 김동성 준비위원장은 “조선소를 이 지경까지 만든 책임자들이 있다. 하지만 하청노동자들이 모든 피해를 떠안았다”며 “숨죽여 일만 했던 하청노동자들이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여기서 소리 모아 외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우조선소로 향하는 '고용 안정호' [사진/ 정운 기자]

전국에서 노동자와 시민들은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로 와 하청노동자와 연대했다. 서울을 비롯해 대전, 아산, 울산, 청주, 광주, 대구, 창원에서 희망버스가 왔다. 61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조선하청노동자대량해고저지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정부는 앞으로 2년간 6만 명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재벌과 채권단, 대주주만 살리는 ‘노동자 구조조정’이 아니라 노동자 살리는 ‘재벌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며 “시민사회가 하청노동자를 위해 희망버스에 몸을 싣는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온 한 시민은 거제까지 오는 데 7시간이 걸렸다. 그는 “먹고 살려는 하청 노동인데, 구조조정으로 목숨을 내놓으라 한다. 조선소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언론은 구조조정만 보도하지, 노동자를 보도하지 않는다”며 “하청노동자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해서 희망버스를 탔다”고 말했다.

  문화제를 마치고 대우조선소 서문으로 행진 중인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3,000여 명의 하청 노동자와 시민은 오후 4시 반 아주 공설운동장에서 대우조선소 서문과 남문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오후 5시 퇴근하는 하청노동자들에게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함께합시다”라며 조합원 가입신청서를 나눠줬다.

가입신청서를 받은 한 노동자는 “사측이 너무한 측면이 있다. (조합 활동하는 노동자들이) 잘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른 노동자는 전단의 밑 부분 ‘하야하라_박근혜’ 문구를 보고는 “박근혜 대통령이 빨리 퇴진해야 한다”며 “그래야 조선업도 썩은 뿌리가 뽑힐 것”이라고 전했다.

  '고용안정호' 앞 함께 구호 외치는 대행진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오후 5시 반 대우조선 서문에서 ‘고용안정호’ 문화제가 시작됐다. 고용안정호는 4,151명의 시민이 3,000원씩 모금한 돈으로 파견미술팀이 7일 동안 제작한 나무배다. 문화제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의 ‘연대의 북 울림’으로 시작돼 ‘고용안정호’의 출항을 알리는 대동굿이 펼쳐졌다. 오후 6시 반 고용안정호 점등식으로 환하게 불을 밝히면서 모든 행사를 마쳤다.

고용안정호는 길이 7m, 높이 3m로 제작됐고, 후원한 시민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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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

    날씨가 춥습니다.
    빠른 고용안정으로 여태까지 피땀흘려 고생한분들의 마음만은 따뜻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