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촛불, “야당은 눈치만...우리의 힘으로 세상 바꾸자”

민중총궐기 촛불시위 800여 명 참가...“박근혜 구속” 목소리도

“세월호 참사로 잃은 아이들이 남의 자식 같지 않았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사과도 없었습니다. 같이 슬퍼하고 애도하는 게 우리의 정서 아닙니까?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죽음을 비웃고 나몰라라 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인입니다. 박근혜 퇴진만이 아니라 새누리당도 해체해야 합니다. 보수야당도 이대로 가면 수권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눈치만 보고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 이성대 씨가 800여 명의 시민 앞에서 호소했다. 1일 저녁 7시부터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박근혜 하야와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시위’가 다시 열렸다. 영하까지 떨어진 날씨에도 전날에 비해 수백 명이 더 늘었다.


촛불시위에는 여러 정치단체나 노조의 깃발도 보였지만 전국에서 온 청소년이나 노인 등 다양한 시민이 참가해 마이크를 들었다. 집회가 끝날 때까지 자유 발언 신청도 쇄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발언자는 올해 수능을 보는 고3 김재오 군이었다. “수능을 16일 남겨 놨는데 이건 도저히 아닌 것 같아 나왔습니다. 친구들은 여기 오면 대학 가냐고, 세상이 달라지냐고 물었어요. 하지만 1명, 2명, 100명이 모여 더 많은 이들이 퇴진을 촉구하면 분명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플라톤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저급한 사람에게 지배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근혜는 우리나라 대표인데 이건 망신입니다.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시민들은 세상이 달라질 것이냐고 물었다는 말에 “달라집니다, 달라집니다”라고 연거푸 응답했다.

목동에서 온 조성훈 씨도 청중의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오늘 포크레인을 몰고 검찰청을 돌진한 사람이 있었는데 오죽했으면 그랬겠습니까? 우리의 마음은 황망함 그 자체입니다. 어안이 벙벙합니다. 우리의 자존감을 찾기 위해 나왔습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거짓말을 했다가 결국 하야했습니다. 박근혜는 퇴진하고 최순실은 처벌해야 하며 새누리당도 해체해야 합니다”라고 부르짖었다.


이날 촛불시위에서 처음 발언자로 나선 용혜인 노동당 청년학생위원장은 “국민들은 그 동안 많이도 참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목숨을 잃었을 때에도, 가족들이 길바닥을 전전하며 특별법과 안전사회를 만들자고 얘기했지만 누더기법을 만들었을 때도, 백남기 농민 머리에 물대포를 직사해 외롭게 사투를 벌여야 했을 때도, 장례식장에서 깽판을 쳤을 때도 원통하고 분하지만 참았습니다. 혼이 비정상이 된다며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고 노동개악을 할 때에도 참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합니까? 우리는 이제 무능하고 부패한 저들을 끌어내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36일째 파업을 고수하고 있는 이상희 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장은 “성과임금제가 현장에 들어오면 공공성도 안전도 보장하지 못하고 관리자 눈치 보느라 노동조합 활동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주의 기운을 모을 수는 없지만 철도의 안전은 책임질 것입니다”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전국학생행진의 이창윤 학생은 “돈 보다 생명, 이윤 보다 인간입니다.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가 바로 분노하는 국민들이며, 우리가 철도노동자이자 백남기입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하야나 퇴진 뿐 아니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 구호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1시간 동안 발언대를 진행한 뒤에는 인사동 북광장으로 행진하며 선전전을 벌였다. 이날부터 촛불시위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주최해 12일 민중총궐기까지 11일 동안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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