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인 줄 알고 재밌게 봤는데 이게 뉴스였다니”

광화문 퇴진 촛불집회서 울린 청년들의 목소리

“취업해야 할 시기는 다가오고, 집세를 해결하고, 밥값을 벌어야 했습니다. 일과 학업에 연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고민은 사치였습니다. 정유라 한 명의 특혜를 위해 무고한 낙오자가 발생했고 수만 명이 좌절해야 했습니다. 출발선이 다른 것도 억울한데 등수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무슨 기대를 하고 살아가야 하나요? 당사자인 최순실, 정유라, 부역했던 사람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합니다.”

촛불집회 자유 발언에서 마이크를 잡은 임승한 씨는 본인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소개했다. 임 씨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보며 어렵게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을 보며 마음을 달랬고, 편의점 시국선언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3일 저녁 7시부터 서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청년들의 발언으로 열기를 더했다. 이날은 ‘학생의 날’로 각종 행사를 마치고 학생을 비롯해 젊은 청년들의 자유 발언이 돋보였다.

  시민 1천여명이 참여한 3일 촛불집회


1천여 명 가량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발언자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발언자가 한마디씩 할 때마다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말이 끊기면 박수로 힘을 복돋워 줬다. 자유 발언은 3분으로 제한돼 있었지만 시민의 호응으로 주어진 시간을 훌쩍 넘겨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건국대 소속으로 시국회의에 참여했다는 김무석 씨는 현 사태에 책임 있는 주체들을 하나씩 꼬집어 참가자들에게 큰 박수를 끌어냈다.

김 씨는 “조선일보도 공범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 파기할 때 옹호해준 것이 조선 아니었습니까?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만들 때 옹호하고 지지했던 집단 아닙니까? 기업들도 공범입니다. 그들은 피해자가 아닙니다. 삼성은 200억을 주고 줄을 섰고 최근 경영권 세습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모두 최순실 곁에 줄을 대서 박 정권에게 특혜 얻어낸 자들입니다”라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집단들을 비판했다.

김 씨는 학생의 날을 맞이해 학내에서 포스트잇 시국선언을 했다며 본인이 뽑은 명문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학생은 ‘막장 드라마인 줄 알고 재밌게 봤는데 이게 뉴스였다니’라고 적었습니다. 우린 정말 기가 막힌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송파구 소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이하령 씨는 야당에 쓴소리를 던졌다. 이 씨는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들어줬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역풍 맞을 것을 두려워합니다. 우리 마음은 이해하지만 서민 경제 더 어려워질까 두렵답니다. 도대체 누구 편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박근혜는 하야하라’ ‘새누리는 해산하라’ ‘더민주야 쪽팔리다’라는 구호를 제안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발언자로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10일 오전까지는 개성공단 끄떡없다 했는데 오후에 갑자기 폐쇄됐습니다. 사드 미사일 배치는 7월 5일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하다가 7월 7일 갑자기 발표했습니다. 이게 무당이 아니라면 가능한 일입니까?”라며 그동안 미심쩍었던 정황을 설명했다. 이어 “여러분이 ‘퇴진 박근혜’ ‘해체 새누리’를 완결짓고 내년에 민주정부를 세워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에서 북인사마당까지 행진하는 시민들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최순실을 구속하라” “모이자 총궐기로” 등을 외치며 1시간 반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오후 8시 30분부터는 파이낸스빌딩부터 보신각을 지나 북인사마당까지 3.8km를 행진했다. 저녁 촛불시위는 민중총궐기가 열리는 오는 12일까지 매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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