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 직후 경찰, 문화예술인 강제 진압

경찰, 문화예술인 농성 텐트 30개 전부 뺏어

최순실 사태 이후 대응을 자제하던 경찰이 4일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자 돌변했다. 경찰은 오전 11시 반 광화문에서 문화예술인의 시국선언과 농성을 강제 진압했다. 오전 10시 반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직후 일어난 경찰의 행동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문화예술인이 준비한 농성 텐트 30개를 모두 빼앗았다.

  안에 사람이 있는 텐트를 강제로 빼앗는 경찰

  4일 오전 11시에 열린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오전 11시에 진행된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은 문화예술인 7,449명과 문화예술단체 288개가 참여했다. 이들은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라며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문화예술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선언한다. 문화예술계의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 문체부의 인사, 사업, 예산의 비리와 파행이 모두 최순실, 차은택, 김종덕, 김종의 검은 커넥션에서 확인된 이상, 우리는 이 모든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가운데)

연극배우 권병길 씨는 “5% 지지를 받는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방송 시청률은 가장 높다. 이는 블랙코미디”라며 “대통령 담화문으로 동정을 얻는 새누리당 재집권 공작이 시작됐다. (이에 굴하지 않고) 문화예술계를 흙탕물 만든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려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립영화 제작자인 고영재 씨는 “전국 시나리오 작가가 글을 못 쓰고 있다”며 “어떤 글을 써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처럼) 극적이지 않다고 펜을 놓고 있다”고 영화계의 웃지 못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모든 국민을 ‘블랙리스트화’했다. 모든 블랙리스트 국민이 문화예술 활동을 할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동화작가 김하은 씨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역사 들려주기보다 제대로 된 역사를 들려주고 싶다”며 “그런 동화를 쓸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임옥상 화가의 미술 퍼포먼스

  임옥상 화가의 미술 퍼포먼스

세월호 유족인 김영오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2차로 사과 담화문을 발표했지만 속지 말고 동정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며 “세월호 참사도 대통령 사과, 청문회까지 했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흐르다 보니 세월호 촛불도 하나씩 꺼져갔다. 시간이 가장 무서운 존재다. 더는 촛불이 꺼지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11월 12일 대통령 하야를 위해 촛불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동연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은 “국민 70%가 박근혜 퇴진에 동의하고 지지율은 5%다. 정치권은 정략적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진정한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민주주의를 행사해야 한다. 87년 6월 항쟁을 넘는 새로운 항쟁이 필요하다. 오늘부터 결의한 문화예술인이 보따리를 싸서 농성하기 위해 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후 문화예술인들은 농성에 들어가기 위해 텐트를 펼쳤다. 경찰은 텐트가 나오자 400여 명을 동원해 강제 진압에 나섰고, 30개 텐트를 모두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들어가 있는 텐트까지 철거하려 해 부상 위험을 초래했다.

  문화예술인들이 박근혜 퇴진 농성에 돌입하겠다며 텐트를 들고 있다.

  경찰의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강제 진압 현장.

  한 시민이 경찰 진압에 대비해 텐트를 꽉 쥐고 있다.


문화예술인은 오는 8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오는 10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 예정이다. 만민공동회는 정오부터 1시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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