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 엄수

1만 명 추모인파...“박근혜가 죽였다”

  명동성당부터 종로구 르메이에르빌딩까지 진행된 운구 행진 [사진/ 정운 기자]

경찰 물대포를 맞고 300일 넘게 사경을 헤매다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장례가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졌다. 사건 발생 358일, 사망 41일 만이다. 오전 8시 서울대병원에서 발인식이 진행됐고, 9시부터는 명동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집전하는 장례미사가 열렸다. 오후 2시부터는 광화문 광장에서 영결식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1만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장례미사 [사진/ 정운 기자]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장례미사 [사진/ 정운 기자]

국가폭력에도 사과, 책임자 처벌도 없는 박근혜 정권
영결식 모인 1만 추모인파, ‘박근혜 퇴진’ 요구


  6일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씨의 노제 [사진/ 정운 기자]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 고 백남기 농민 장례식에는 1만 명의 장례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정현창 상임장례위원(카톨릭농민회 의장)은 “경찰이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탈취하려 할 때 이를 지켜주신 국민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박근혜 살인정권은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을 죽였다. 국민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살인정권이 빨리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호 상임장례위원장(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도 “우리는 추모에 멈춰있지 않다. 분노하며 희망으로 달려가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백남기 농민을 죽였다. 책임자 처벌은 박근혜 정권의 퇴진”이라며 “백남기 농민을 보내는 자리에서 청와대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명동성당부터 종로구 르메이에르빌딩까지 진행된 운구 행진 [사진/ 정운 기자]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대리해 읽은 한상균 위원장의 추도사 [사진/ 정운 기자]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국정 농단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정권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날 영결식에 참석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은 백남기 농민을 사망케 한 정권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옥중에서 추도사를 보내온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살인 정권의 책임을 어찌 물었는지 보고 드리겠다고 한 약속 꼭 지키겠다. 박근혜 정권 퇴진으로 그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며 “민중세상 대동세상을 만들겠다고 하신 큰 뜻, 그 발자국을 저희들이 이어 걷겠다. 다시 민충총궐기다”라고 밝혔다.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백남기 선생님이 쓰러지신 지 1년이 되는 11월 12일, 우리는 다시 이곳 서울로 향한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백남기가 되어 수 백 만의 백남기가 이 곳으로 모인다. 그 날은 선생님도 잠시 이 곳을, 수 백 만의 백남기를 바라봐 달라”고 추모의 말을 남겼다.

  유족인사 전하는 백도라지씨 [사진/ 정운 기자]

고 백남기 농민 유족들도 무대에 올라 358일 동안 고인의 곁을 지켜 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들은 앞으로부터가 진짜 싸움의 시작이라며, 고인을 사망케 한 공권력과 사인을 왜곡한 서울대병원 등에 책임을 묻는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장녀 백도라지 씨는 “아버지가 순탄치 않은 삶을 사셨는데, 가시는 길까지도 이렇게 가시밭길일 줄은 몰랐다”며 “아직 저희에게는 여러 숙제가 남았다. 가족과 투쟁본부는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포함한 사과를 받을 때까지 싸우겠다. 내년 기일에는 승리의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운구행렬 속 고 백남기씨의 유가족과 투쟁본부 대표자들 [사진/ 정운 기자]

정치인들 대거 몰려...야3당 대표와 박원순 등 추도사
‘박근혜 퇴진’을 놓고 온도차 보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권 퇴진 요구가 거세지면서 결국 정치권의 발걸음도 광장으로 향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야3당 대표를 비롯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권 퇴진 요구가 확대되는 양상이지만 민주당과 국민의 당은 아직까지 ‘박근혜 퇴진’이나 장외 투쟁 카드는 접어놓고 있는 상태다. 이날 발언에서도 민주당은 ‘정권퇴진 운동’을 경고하는 수준이었고, 국민의 당은 아예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은 오로지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을 볼모로 삼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은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과 함께 싸우고 국민을 지키겠다”며 “새누리당과 대통령은 국민과 야당이 요구하는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받아들이고, 민심에 반하는 국무총리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시바삐 국정에서 손을 떼고 내려와야 한다”며 “계속 국민의 뜻을 거역한다면 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정권 퇴진운동에 들어갈 것을 재차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진행된 고 백남기씨의 장례, 발인 [사진/ 정운 기자]

박지원 국민의 당 원내대표는 “특검으로 고 백남기 선생님의 사인을 밝히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고인이 그렇게 걱정했던 농민의 생활 향상을 위해 저와 국민의 당은 정기국회에서 총력을 경주하겠다. 이 땅에서 다시 공권력의 폭력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국민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은 정권을 단호히 끌어내리겠다”며 “민주공화국의 이름으로 철저히 심판하겠다. 하늘에서 지켜봐 달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정권 퇴진’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는 “우리가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고, 농민의 생존권을 지키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막고, 위안부 할머니의 눈물을 닦아드리겠다. 박근혜 정권이 저질렀던 모든 국정농단을 우리가 끝내겠다”며 “주권자인 국민이 이 땅에서 주인임을 확인하는 승리를 이루겠다. 이제 우리가 권력의 정점인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 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박 시장은 이날 집회에서 경찰의 소방수 사용을 불허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평화로운 집회에서 경찰이 진압을 목적으로 소방수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못 박기도 했다.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진행된 노제 중 이삼헌씨의 진혼무 [사진/ 정운 기자]

한편 백남기 농민의 시신은 고인의 고향인 전남 보성으로 옮겨졌다가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치된다. 유족들은 영결식 후 보성으로 내려가 추모문화제에 참석하고, 이튿날 노제 및 하관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결식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오후 4시부터 같은 자리에서 박근혜 퇴진을 내건 2차 범국민행동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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