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할 것인가, 끌려갈 것인가…12일 민중총궐기가 분수령

[워커스 25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술 정국을 끝내라

촛불이 모여들고 있다. 1일 청계광장 앞에는 다양한 촛불이 모였다. 퇴근 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렀다는 직장인 촛불과 답답한 마음에 나왔다는 대학생 촛불, ‘주술 정국’을 집에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중년의 촛불이 모였다. 촛불이 늘어났다. 평일 저녁인 2일에 청계광장에 모인 촛불은 2,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북 인사마당’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박근혜 퇴진을 내건 거리 집회의 규모는 이미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난달 29일 열린 첫 번째 박근혜 퇴진, 하야 촛불집회에는 연인원 5만 명의 시민이 청계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애초 주최 측은 최소 5,000명에서 최대 1만 명으로 집회 규모를 예상했다. 예상치 못한 여론이 들끓으면서 향후 촛불집회와 민중총궐기로 이어지는 대규모 시민 행동도 탄력을 받게 됐다. 현재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측은 최대 20만 명 이상이 오는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 예상한다. 광우병 촛불 집회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된 지난해 민중총궐기 참가인원은 13만 명가량이었다. 여기에 민주노총도 2일, 단위사업장 대표자를 중심으로 시국회의를 개최하고 총파업을 결의했다. 투쟁을 확산시켜 ‘박근혜 퇴진’을 내건 실질적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홍진훤

박근혜 정권에 등 돌린 사람들

거리 집회와 맞물려 대학가는 연일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첫 시국선언을 한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에서도 대학생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대구가톨릭대학 신학대학원, 포스텍,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학생들의 시국선언은 대학 설립 이후 처음이다. 계명대 역시 학생 1,000여 명이 서명하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전국 대학 학생회와 학생 단체들이 모여 구성한 ‘대학생 시국회의’는 캠퍼스별 학내 집회와 지역별 시국 대회를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지역 촛불도 타오르고 있다. 도내 4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규합한 전북 비상시국회의는 매일 오후 6시에 최순실에 대한 엄격한 수사와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천안지역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구성된 충남 시국회의 역시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박근혜 정부 퇴진을 요구했다.

종교계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비선 실세’를 통한 국정개입은 국민 주권과 법치주의 원칙을 유린한 반헌법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불교계 단체 연대기구인 불교행동은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알면서도 묵인하고 동조한, 모든 바르지 못한 세력이 뉘우치고 물러날 수 있도록 온 국민과 함께 힘써 나갈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특검을 통해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뿔난 국민과 동떨어진 야당 합의안, 거리는 계속 불타오를까

시민사회 및 운동진영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2일 개최된 비상시국회의에는 총 1,553곳이 참여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분위기가 다르다. 단 이틀 만에 1,500곳이 넘는 단체가 모였다”고 밝혔다. 물론 각 단체마다 입장 차이는 존재한다. 핵심 기조와 목표를 ‘하야’, ‘퇴진’, ‘사퇴’, ‘직무정지’, ‘탄핵’ 중 무엇으로 둘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있다. 비상시국회의 관계자 A 씨는 “얼마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퇴진’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한 단체로부터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시국회의는 ‘박근혜 퇴진’을 공식 용어로 사용하되, 상황에 맞게 하야 혹은 사퇴 등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열어둔 상태다.

현재 사회운동 진영은 야권과 어느 정도 ‘거리 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초반에 다수 언급됐던 ‘탄핵 요구’도 일단 배제했다. 국민 여론이 ‘박근혜 퇴진’으로 모이고 있는 만큼, 야권도 이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는 비판의식이 크다. 지난 1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야 3당 합의에 대해서도 별도의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그것이라도 해서 다행이다 싶긴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며 “아무리 제도정치가 거리의 민심을 이해하지 못한다 치더라도, 민심에 부응하려는 태도는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무소속 김종훈 의원은 “본질이 아닌 곁가지만 건드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며 “야 3당의 합의안을 여당이나 청와대가 받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시간 벌어주는 역할만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비판했다.

노동자와 시민이 주도하는 박근혜 퇴진 여론은 오는 12일 민중총궐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석호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도 “12일 총궐기까지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12일 이후다. 한석호 사회연대위원장은 “민중총궐기 이후 19일과 24일 각각 주말 촛불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때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12월로 넘어가게 되면 피로도가 쌓이고, 연말 분위기 때문에 사건이 흐지부지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운동진영은 조심스럽다. 사건 자체가 미디어 정치에 의해 확대된 측면이 크고, 정보접근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수언론 등이 만든 판에서 주도권을 어떻게 가져올 것이며, 향후 국민의 피로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퇴진’을 목표로 한 집중 투쟁 이후의 전술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11월 안에 최대한 여론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11월 투쟁 이후 평가 시기가 있을 거다. 우선은 더욱 많은 시민들이 꾸준히 거리로 나오도록 기존 집회 방식에 다양한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워커스 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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